"군군 신신 부부 자자(君君, 臣臣, 父父, 子子)" 논어에 나오며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는 ~다워야 한다'라는 말의 기준, 근거는 무엇인가? 말하는 사람 마음에 안 들면 하는 말인가? 그저 몇 명의 의견이 그렇다면 그런 것인가? 그들은 그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가?
주변에서 이런 투의 말이나 글들을 보면 그런 말을 하게 된 배경은 있으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군대가 아니다, 당나라 군대다, 오합지졸이다, 개판이다, 개판 5분 전이다, 군기가 빠졌다' 등등...
뭘 제대로 알고나 하는 말인지 묻고 싶다. 어떻게 해야 '군대다운 군대가 되는지? 그 모습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분명 객관적 비교 대상도 있어야 하고 구체적 목표도 있어야 한다. 관조적 이상향만 제시하는 성리학이나 과거 수 백 년, 천년도 훨씬 전 이야기, 죽은 이들의 뜬구름 잡는 소리를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라고 했을 때 학생다운 것은 무엇인가? 과거 어느 시점의 학생이 준수해야 할 규칙을 기준으로 학생다움을 정의할 것인가?
조선시대, 625 전쟁 전, 1970년대 산업화시대, 1980년대, 1990년대 등 학생들이 지켜야 할 교칙, 사회적 규범들도 변하여 왔다.
예를 들어 지금 현재 ㅡ주류 연령대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1980년대는 교복을 입다가 자율화되었고 두발은 스포츠형, 제과점, 레스토랑 같은 곳은 출입이 금지되었으며, 미팅 같은 것도 못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레스토랑을 몇 시간 빌려 인근 남녀 학생들에게 티켓을 만들어 팔아 이성교제의 장으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현재의 시점에서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학교폭력은 지금도 그때도 금지된 것이고 공부는 그 때나 지금이나 학생 본분으로서의 자리는 변함이 없다.
요약해 보면 학생의 본분은 교칙을 잘 지키며 공부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군대다운 군대'는 어떤 것인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 싸워 이기는 것, 국민을 보호하는 것, 이를 위해 훈련하는 것이다.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는 병영부조리, 자살, 탈영 등과 과거보다 줄어든 폭언폭설, 인격모독 등도 있을 것이다.
여군, 여군무원 등 여성인력이 없거나 아주 소수였던 과거와 요사이는 성관련 사건이 성교육, 성 인지능력의 향상으로 통계적으로 증가하는 경향도 있다.
일과 후 핸드폰 사용이나 평일 외출 등은 시대상을 반영한 것인데 이를 두고 기강이 문란해졌다고 하는 것은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라고 하는 속담을 되새겨 볼만하다.
특히, 군대에 구타가 없어지다 보니 '군기가 빠졌다'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일부 고급장교들이 엉터리 같지만 이것은 예나 지금이나 거의 동일하거나 과거에 비해 더하면 더했다. 사례를 들기가 창피한 것들도 많다.
그렇다고 지금 잘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 방위를 책임지며 최후의 보루인 군에 대해 각자의 기준도 모르고 아무렇게나 제단 하는 형태는 대중들에게 익숙하지도 않은 아주 특이한 표현으로 나타난다.
당나라 군대
당나라 군대는 중국 당나라 시대의 군대를 의미하나 우리에게는 군대를 비하할 때 또는 군인들끼리에도 기강이 문란하거나 지휘체계가 무너졌을 때, 그 군인들이 군인 같지 않고 형편없을 때 자주 쓴다.
그러나 당나라 군대는 쇠퇴기를 제외하고 강군이었다. 나당 연합군으로 고구려도 멸망시킬 정도였다. 백제를 공격할 때는 중국 본토에서 한반도로 상륙작전을 할 정도였으며 중국문화의 최전성기를 군사력으로 뒷받침한 강군이었다.
고구려 출신의 고선지 장군이 서역의 이슬람 국가들을 휩쓸며 비단길을 열었던 것도 당나라 때 일이다.
이 시기 일본은 선진 문물을 선도하는 당나라에 대한 환상이 싹텄고 이후 당나라가 중국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굳어지게 되었다.
그러던 것이 1894년 청일전쟁에서 일본군이 압승한다. 그때 청나라 군은 군기도 엉망이고 복장이나 전투력도 엉망이었다고 한다.
이후 광복이 되고 일본군에 차출되었던 군출신들이 대거 우리 군에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당나라 군대 = 군대 같지 않은 군대' 이렇게 대명사처럼 쓰이게 된 것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개판, 개판 5분 전
질서도 없고 기강도 흐트러지고 말도 많고 어수선한 군대 또는 부대를 보고 '개판 또는 개판 5분 전'이라 부른다.
개(改 고칠 개) 판(솥단지를 덮고 있던 나무)이 지금처럼 쓰이게 된 유래는 크게 두 가지 정도이다.
첫째, 씨름 용어로 그 판을 무효로 하고 다시 한다는 뜻도이다. '犬판'이 아니다. 씨름 경기 중 두 선수가 동시에 넘어져 서로 이겼다며 아수라장이 되어 다시 하라는 뜻의 '개판'으로 쓰이게 되었다.
둘째, 다른 설은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에게 밥을 나눠 주기 전에 미리 '개(開) 판'을 예고했다 '개판 5분 전'이란 '밥 배급 5분 전'이란 말이며 이때부터 몰려들어온 사람들로 인해 말 그대로 개(犬) 판이되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오합지졸
(烏 까마귀 오 合 합할 합 之 어조사 지 卒 군사 졸) 까마귀 무리처럼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인 집단
오합지중(烏合之衆)에서 나온 말로, 무리를 뜻하는 글자 중(衆) 대신에 군대의 비슷한 졸(卒)로 바뀌었으며 군기강이 약한 군대 또는 목적이나 결속력이 약한 집단을 비아냥 거릴 때 사용한다.
그런데 까마귀는 실제 어떨까? 이 사자성어의 주인공 까마귀는 상당히 똑똑하며 그저 몰려다니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독수리도 단체로 공격하기도 한다. 까마귀는 새들 중에 지능이 높고 단체를 이루어 전술적으로 더 큰 적을 물리친다. 군이 본받아야 할 대상이다.
군기가 빠졌다
군기란 무엇인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 제2조(기본정신)'에 명확히 명시되어 있다.
'군기(軍紀)는 군대의 기율(紀律)이며 생명과 같다. 군기를 세우는 목적은 지휘체계를 확립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일정한 방침에 일률적으로 따르게 하여 전투력을 보존·발휘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군대는 항상 엄정한 군기를 세워야 한다. 군기를 세우는 으뜸은 법규와 명령에 대한 자발적인 준수와 복종이다. 따라서 군인은 정성을 다하여 상관에게 복종하고 법규와 명령을 지키는 습성을 길러야 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군기를 설명하면서 '~~ 같다. 목적은 ~~ 있다. 그러니 ~~ 해라'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군기를 한마디로 표현하려니 어렵다. 잘 이해도 되지 않고 뭐 잡히지도 않는다. 게다가 군대에서 군기로 쓰이는 동음이의어까지 있기도 하다. 군기(軍紀), 군기강(軍紀綱),군기(軍旗), 군기(軍氣) 등이다.
위 설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군기란 일사불란한 지휘체계이다' 라 하면 되지 않을까? 군기(軍紀)와 군기강(軍紀綱)은 단어가 비슷하게 쓰이는데 그 차이는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같은 뜻이다.
紀(벼리 기) 綱(벼리 강) 두 글자의 한 자 뜻은 똑같다. '벼리!' 그물의 그 벼리이다. '그물의 위쪽 코를 꿰는 줄'로서 벼리를 당기거나 놓아 그물을 오므렸다 폈다 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서 '어떤 일에 있어서 근본이나 뼈대가 되게 하는 것' 이라는 의미도 생겼다. 정확한 뜻을 고려하면 '흐트러진 군기를 잡아야 한다', '군기가 세다' 등이 올바른 표현이다.
군기(軍旗)란 '군대에서 부대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뜻을 분명히 하자면 영어로 'military flag'이다.
군기령 제2조 (상징등) ①군기는 군을 상징하고 그 명예를 표상한다.
위와 같이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군기(軍旗)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깃발은 바로 세워야 하는 것이다.(Raise a flag) 실체도 없고 보이지도 잡을 수도 없는 '군기(軍紀), 기강(紀綱)'을 바로 세운다고 하는 앞뒤가 안맞는 표현을 하면 안된다. 군기(軍旗)는 바로 세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