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 이런 글이라도 안 썼으면 이 세상에 없었다
감찰을 감찰하라
기습? 감찰을 받았다(1) 211122
햇빛 따스한 주말 오전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들으며 갓 갈아낸 커피 한 잔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인생 뭐 있나? 이런 게 행복이고 죽어서 천국에 갈 수 있다면 살아서는 지금이 천국이지! '
이런 사치를 주심에 감사드린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핸드폰의 진동이 방해한다.
'ㅈㅁ이가 뭐 보고 드린 것 없습니까?'
'뭐 없는데'
'감찰 나온답니다. 보고 드리라고 했는데'
금요일 야간 근무자에게 감찰부 실무자가 전화를 했다고 한다. 휴가 중인 참모 지시이고 지휘관에게 보고는 하지 말라고도 덧붙혔다고 한다. '뭐지?'하고 추측해 보려니 또 전화가 온다. 정작과장이 그제야 보고를 한다.
'내가 뭐 잘못했지? 세상 사람 누구라도 털면 먼지 안나는 사람 없다는데, 책임져야지!'
기분을 정리해 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집에 계속 있어봐야 가족들에게 폐만 끼칠 것 같았다.
'기분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평소 언짢거나 불편하면 평정심을 가지려 되새기는 말이다. 이럴 때는 나만의 동굴에 숨어야 한다. 그렇게 가방을 둘러메고 음악을 들으며 나왔다. 주말을 이런 기분으로 보내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찰참모에게 전화했다.
'무슨 일 있어요? 휴가 중이 사람이 부대에 몰래 감찰 지시까지 하시고?'
답을 해 줄 것이라 기대도 안 했지만 역시나였다. 휴일의 끝자락에서 무심한 찬비만 내렸다. 그렇게 주말을 보냈다.
청춘은 가라 하고 찬비는 안녕이라 하네 211121
신록의 푸름은 흔적만 남기고
찬비가 내려와 겨울을 맞는
병영에 발을 드리우니
말없는 청춘은 간데없네
길 잃은 방황은 아직도 미련만 남아
끝 모를 고뇌만이 말없이 막고 있네
푸르던 지난 꿈은 아직도 생생한데
무심한 찬비가 내려와 조용히 깨우네
다시 갈 수 없는 지나간 추억들은
마음 한가운데 아직도 그대로인데
이제는 헤어져야 할 계절이라
세상 가장 큰 침묵만이 들리네
옷깃을 여미는 계절의 전령만이
손짓으로 얼른 오라 하고
차가워진 손길을 어루만지네
이제는 안녕하라고 재촉하네
빗소리를 들으며 깊어가는 밤을 친구 삼아 몇 자 끄적여 보기도 했다. 평소 비 오는 것을 좋아했고 특히 밤에 조용히 내리는 비는 더 좋아했었는데...
그렇게 날이 밝고 또 하루라는 귀한 시간이 주어졌다. 주말을 끝내고 출근하는 월요일은 좀 피곤하지만 활기가 있었는데 오늘은 아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는 말을 되뇌었다.
직무감찰장교가 입영했다고 한다. 열외자를 파악하고 간부와 병사로 나누어 설문을 받았다 그리고 퇴영했다. 왜? 무엇 때문에 왔는지 말도 하지 않는다. 단지 지휘관에게 보고하지 말라했는데 왜 그랬냐고 둘의 신뢰가 깨졌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지휘관과 참모는 한 몸이다'라는 말이 있다. 기회가 되면 해 주고 싶다. 물론 하지도 않겠지만, 기분은 그렇다는 것이다. 감찰참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추가로 확인할 게 있으니 다시 감찰장교와 조사장교가 나올 것이고 오후에 직접 오겠다고 한다. 잠시 후 인사과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설문을 한다고 합니다. 미리 교육을 시키겠습니다'
'하지 마라! 나중에 문제 되면 다칠 수 있다. 병영부조리나 사적 지시 등이 있다면 내가 책임지면 돼'
몇 명 되지 않지만 간부와 병사를 분리해서 병영부조리, 상급자에 대한 신뢰도 등에 대한 설문이었다고 한다. 이어서 한 명씩 불러 개별적인 면담까지 하며 조사를 했다. 혼자만 통제받지 않고 있었고 그렇다고 손에 일도 잡히지 않았다. 조사하는 소령에게 부르면 올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을 테니 잠시 나가도 되겠냐며 양해를 구했다.
언제든지 복귀할 수 있는 가까운 예하부대로 갔다. 직책은 하급자이지만 약 20여 년 전 상급자였던 분을 찾았다.
'그런 연락을 받으시고도 어떻게 티 하나 내지 않으셨습니까? 몰랐습니다.'
'제가 원래 뭔 일 있을 때 바로 화내거나 하지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온도가 엑셀레이터 됩니다'
그렇게 찬 한잔을 시작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동 중 보내 준 메시지에 대해 추가 설명도 들었다.
정작과장으로부터 조사장교가 찾으니 전화를 해 보라고 했다고 한다. 전화 와서 3분 정도 통화했습니다.
#ㅇㅇ대장 격려식사 장소/대상/ 시간/도착 수단/음주량 / 복귀수단 / 주요 대화 내용 및 기타
*ㅇㅇ시 ㅇㅇ동 아귀찜 식당
*ㅇㅇ대장, 주임원사, 보급관 등 7명
*18시 20~19시30분어간
*주임원사 차량
*소주/맥주등 4~5병
*ㅇㅇ시 ㅇㅇ대장 차량(대리)
동승하여 ㅇㅇ역으로 저랑 동행하여 이동/ 62번 버스로 복귀
* 노고격려, 전보심의 전 의견제시, 보급관 격려, 멘토/멘티 지정 등 담화, 격려선물(빵) 증정
6하 원칙으로 사실을 설명했고 그날 분위기를 물었다고 한다. 화기애애한 상태에서 진행되었는데 한 가지 불평이 있었다고 한다.
'음식을 시켜 놓고 너무 양이 많다며 한 젓가락 집지도 않고 반을 덜어 포장해 달라고 하면 주문한 사람은 뭐가 되느냐?'
'능력도 안 되는 놈은 보내면 되는데 굳이 안고 가려한다'
이 말을 듣고 '보고 드려야 하지 않겠나!'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감찰참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만나자고 한다. 조사가 거의 끝나간다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뭔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최종 확인하거나 결론을 말해 줄 것이라 짐작된다.
중간중간 부대원들이 스스로 보고해 주어 대략적인 조사 과정과 답변 내용들은 알고 있었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으나 보고해 주는 것만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불평불만이나 유도 신문에 넘어가면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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