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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밍 Nov 27. 2022

어쩌다 마주친 마케터(1)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스틸컷

고등학교 1학년부터 내 꿈은 패션 잡지사의 피처 에디터였다. 음악과 영화와 책을 리뷰하고, 멋진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는 그런 피처 에디터.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난 에디터가 될 수 있을만한 모든 걸 했다. 책만봐도 토나오는 수리영역 기출을 달달 외워 인서울 대학에 합격했고, 학교 방송국 보도부에 들어갔다. 잡지사와 관련한 대외활동도 다 했다. 코스모폴리탄, 쎄씨, 엘르 엣진의 대학생 기자단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활동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었던 기자단 대외활동은 무조건 했다.


그렇게 원하던 잡지사 중 한곳의 피처 에디터 어시스턴트로 합격할 수 있었지만, 내가 생각하던 곳과는 너무 달랐다. 선배들은 이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종용했다. 취업 준비와 병행하려고 해도 촬영 스케줄이, 풀어야하는 녹취가 아침에 갑자기 떨어지는 곳이었다. 빠르게 8년간의 마음을 추스리고 어시스턴트를 그만뒀다. 그리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에디터말고는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적 없었기 때문이다.


남들이 인턴십을 하고 복수 전공을 할 때 나는 오롯이 에디터만 바라보며 살아왔었다. 내가 취업을 해야하는 쯤에는 ‘스펙’이 중요하던 시절이었는데, 나는 일반 회사에 지원할 수 있는 스펙이 전무하다시피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든 엮을 수 있었는데 그때는 상당히 의기소침한 상태였었다) 그나마 내가 해왔던 일이 마케팅이나 홍보 직무에 어울린다고는 생각했으나 그곳은 이미 내가 에디터를 하고 싶어 쌓아올렸던 시간과 스펙만큼, 마케터/광고 직무를 위해 노력한 다른 지원자들로 넘쳐났다. 광고 공모전이나 인턴십 경험이 아주 많은 유망한 지원자들로 말이다.


잡지사에 지원할 때 냈던 이력서 일부



와중에 나는 전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 사장님의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다. 취업 준비하는 모든 편의를 봐줄테니 홍대에 있는 가게 하나가 잘 돌아가게끔 해달라는 게 조건이었다. 운이 좋게 취준생으로서는 높은 급여와 말도 되지 않는 근무조건(주4)으로 일할 수 있었다. 점점 취준에 대한 간절함은 사라져갔다. 어떻게 보면 자신감이 없는 마음을, 따박따박 받는 월급 뒤로 감췄던 것 같다.


어느날 이렇게 살다가는 영원히 표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 달 내내 다른 곳에 있다오면 마음가짐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 일을 그만두고 마지막 여행을 다녀왔고, 한국에 들어오자마자의 인천국제공항의 입국장에서 친한 선배의 연락을 받았다.


‘우리 신입 마케터를 뽑고 있는데, 앞으로 할 일이 네가 해온 일이랑 꽤 겹치는 것 같아서. 혹시 서류 한 번 내볼래?’


채용이 보장되는 자리도 아니라 편한 마음으로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봤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스타트업 마케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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