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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밍 Dec 04. 2022

어쩌다 마주친 마케터(2)





학교 다닐 때는 한 번도 내가 일반적인 회사에서 일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요


생각과는 달랐던 일

이제 와서 너무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너무 무지했다. 정말 '에디터'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고등학교 내내와 대학교 내내를 보내왔던 터라 회사가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마케터가 되었으니 아주 환장할 노릇이었다. 다행히 처음으로 맡았던 업무는 콘텐츠를 만드는 업무였다. 이건 언제나 해왔던 일이니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내 콘텐츠와 회사의 콘텐츠 제작은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한 글자를 쓸 때마다 이게 맞는 건지 고민이 들었다.


잡지사 어시스턴트를 하며 운 좋게도 짧은 기사를 몇 번 작성해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도 달랐다. 그때의 고민은 어떻게 기사 퀄리티를 높여야 하는지, 선배들의 피드백은 왜 이렇게 맞는 말이고 나는 피드백을 받기 전에 그 부분을 고려하지 못했는지를 고통스러워했다면 지금은 내가 쓴 한 줄이 회사의 타이틀을 달고 나간다고 하니, 뭐하나 쉽게 결정 내릴 수가 없었다. 다른 동료는 두 시간 만에 쓰는 블로그 글이 나는 세 시간이 걸렸다. 아주 간단한 그림-글 형식의 글이었는데도 말이다.


합격통보를 받고 나서, 내가 마케터를 한다면 다른 사람들과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가야 하는지 생각한 적 있었다. 선택의 여지없이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무조건 '글'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글도 쩔쩔매는 내 모습은 정말 별로였다.


CPC, B2C (...) 그게 다 뭘까

어문학과를 주전공으로 했으면서 경영학과나 경제학과도 복수 전공하지 않은 대책 없던 내 선택에 대한 후폭풍도 세게 맞았다. 회의에 들어가면 각종 마케팅 용어와 회사 용어가 난무하는데 처음 들어보는 용어 천지였다. 울고 싶은 마음으로 회의에 들어가 최대한 들은 발음 그대로의 단어를 메모하고, 회의가 끝나면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에 가 네이버 검색을 했다. 큰 PC 모니터로는 누가 볼까봐 네이버에 검색할 수도 없었다. 그 회의에서 나만 빼고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의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다들 의견을 얹는 회의 분위기 속에서 입 뻥긋하기가 무서웠다. 회의를 할 때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아주 낱낱이 파헤쳐지는 기분이었다. 안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누가 내 의견을 물으면 등줄기가 송연했다. 문제는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되는지 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오답노트의 시작

나는 손도 느렸기 때문에 종종 회사에 늦게 남는 날이 많아졌다. 고요한 사무실에서 업무를 마무리하고 있으면 패배감이 밀려왔다. 이렇게 계속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1. 회의 시간에는 열심히 듣고 열심히 찾아보고 외우기

2. 회의가 있다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아이디어를 2~3개는 생각해가기

3. 매일 업무가 끝나면 오늘 하루를 돌아보고 오답노트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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