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밍 Oct 18. 2017

#60 <룸> 작별하기  

진짜(REAL) 세상을 만나기 위해

*스포일러가 있어요!


오직 세상과 연결될 수 있었던 천장 창문.            <룸> 스틸컷



 룸은 창고를 개조해 만든 좁고 어두운 곳이다. 조이(브리 라슨)는 7년 전 한 남자에게 납치되어 감금된 후 잭(제이콥 트렘블레이)을 낳았다. 잭에게는 룸이 유일무이한 자신의 세계지만 조이에게는 벗어나고 싶은 공간이다. 조이는 잭이 다섯 살 생일을 맞은 후에 탈출 계획을 세우고 탈출은 성공한다. 범인 역시 체포된다. 앞으로 꿈결 같은 미래만 펼쳐질 것 같아 보이지만 조이와 잭이 마주한 '진짜 세상'은 생각만큼 폭신폭신하지 않다.  


  세상은 그들을 이슈로만 받아들인다. 방송 인터뷰에서는 무례한 질문들이 조이를 향한다. 자살을 시도할 생각을 했냐는 물음에 조이가 대답을 못하며 눈물을 흘리자 다음 질문으로 후다닥 넘어간다. 슬퍼할 조이를 배려해서가 아니다. 단지 시간이 없어서다. (방송 나가게 티슈를 내려놓으란 말도 빼놓지 않는다) 범죄자는 실로 말하면 아이에게는 '생물학적' 아빠가 아니냐, 아이를 버렸으면 아이라도 자유를 얻었을 것 아니냐는 아픈 질문도 날아온다. 


 심지어 조이가 없는 동안 아빠와 엄마는 이혼한 상태다. 게다가 조이의 아빠는 잭을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사회화 과정이 전혀 없었던 잭이지만 조이는 이를 이해하기도 버겁다. 왜 어른들에게 공손하게 대하지 않는지, 여느 남자애들과 같이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는지 조급하다. 룸 안에서는 공간 자체가 그들을 속박하는 테두리였지만 이곳은 잭의 말처럼 '버터가 넓게 퍼져있듯' 넓은 세상이다. 모든 게 어렵다. 


진짜 세상에 조이와 잭은 살고 있지만 조이는 룸에 여전히 속박된 상태다. 현실에 벽에 부딪힐 때마다 조이는 룸을 생각한다. 룸에 들어가게 된 상황, 그곳에서의 일상 등에 얽매인다. 엄마에게 '내게 착하게 살라고 말하지 말았어야죠'하고 폭언을 퍼붓기도 한다. 모든 불행의 씨앗은 룸에서부터 시작된 것만 같다. 진짜 세상에 살고 있지만 행복하지 않다. 결국 조이는 자살시도를 하고 만다. 


 

잭과 조이. <룸> 스틸컷 


 조이의 아들 잭은 걱정과는 다르게 세상에 잘 적응하고 있다. 할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주는 법도 알고, 또래 친구와 함께 놀기도 한다. 조이의 자살 시도 이후, 힘샘이라고 생각했던 긴 머리를 잘라 주기도 한다. 좋은 엄마가 아닌 것 같다는 말에 '그래도 엄마잖아'라는 위로도 할 수 있을만큼 잭은 자랐다. 룸을 다시 가고 싶다는 잭의 채근에 조이는 어물쩡 따라나선다. 룸에서 잭은 화분과 의자 1, 2번, 옷장 등 룸의 모든 것들, 잭의 세상이었던 것들에 작별인사를 건넨다. 조이는 룸을 쳐다보기조차 버거워 보인다. 하지만 잭은 조이에게 작별인사를 하길 권한다. 


조이는 밖과 룸 사이에 서서, 오묘한 표정으로 룸에 인사를 한다. 물론 진심에서 우러나온 인사인지 잭때문에 억지로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넬 수 있을 때, 그제서야 자유로울 수 있다. 카메라는 잭과 조이의 뒷모습을 비춘다. 조이의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마치 이제서야 '룸'에서 벗어난 것 처럼.  


방이 작아진 것 같아. 문이 열려서 그래. 문이 열려있으면 룸이 아니거든. - 잭의 대사 



매거진의 이전글 #19 <가려진 시간>동화를 읽기엔 너무 커버린 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