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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밍 Dec 06. 2016

#19 <가려진 시간>동화를 읽기엔 너무 커버린 걸

영화 <가려진 시간> 공식 포스터 

 서정적인 영화 제목에 동화 같은 포스터, 그리고 강동원. 

<가려진 시간>의 개봉을 기다렸던 건 바로 이들 때문이었다. 영화 제목만큼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득할 것이라 기대했고, <잉투기>를 연출했던 엄태화 감독의 첫 상업영화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어째서인지 잘 몰입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영화 자체에 의문이 들었고, 모든 설정들이, 심지어는 강동원까지 어색해졌다. 나름의 이유를 찾아보고자 했다. 그리고 이 글은 <가려진 시간>을 보면서 몰입이 되지 않았던, 지극히 주관적인 나만의 이유를 담은 것이다. 


<가려진 시간> 스틸컷. 어른 성민을 연기한 배우 강동원

꼭 강동원이어야 했나 

  <가려진 시간>이 기대작으로 예견된 데에는 엄태화 감독과 강동원이 큰 일조를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굳이 강동원을 캐스팅했어야만 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초반부에 아역 배우들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몰입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수린 역을 맡은 배우 신은수를 비롯해 모든 아역배우들이 정말 빼어난 연기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확히 성민이 어른이 되어 수린을 만났을 그 시점, 영화에 대한 몰입이 확 깨졌다. 제일 큰 이유는 나이 차이가 아닐까 싶다. 물론 강동원이 동안이라는 것엔 동의한다. 극 중에서도 서로 나이가 꽤 차이 난다는 설정이다. 하지만 두 배우의 실제 나이 차이가 크다 보니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배우가 가진 스타성도 작품 몰입에 방해가 되는 요소였다. 자꾸 ‘돌아온 소년’이 아닌 ‘강동원’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미 영화 중에서 계속 성민의 어른 역이 강동원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발이 큰 성민을 보며 수린이 “너 되게 나중에 키 크겠다.”하고 말하자 성민은 “185cm 가 되고 싶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어른이 되어 버린 성민과 수린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 중요한 장면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영화 안에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된다는 느낌보다는 강동원이 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린 역에 캐스팅된 배우가 아예 신인이었던 만큼 차라리 성민 역에도 신예 배우를 썼으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허점이 많은 스토리

<가려진 시간> 스틸컷, 시간이 함께 멈춘 태식과 성민

 스토리 곳곳에 구멍이 있다. 먼저 처음에 알을 깬 건 성민이고 주변에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시간은 셋과 함께 멈춘다. 하지만 두 번째로 알을 깰 때, 알을 깨는 성민의 주변에 형사와 수린이가 있음에도 성민이 혼자서만 시간의 틈으로 들어간다. 감독의 말을 찾아보니 1m 반경 안에 있는 사람들만 알의 영향을 받는 다고 했던데, 서로의 팔이 닿으려고 하는 거리가 충분히 1m가 되지 않았을까. 

 

또한 성민이는 유괴범으로 의심받는다. 의심 정도야 충분히 합리적이지만, 증거가 얼마 없는 상태에서 유괴범으로 확정 지어진다. 그 과정 자체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만약 조사를 할 거면 사망한 아이들의 옷에서 나온 지문이나 머리카락 등을 채취해 DNA를 대조하는 등의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야 하는데 경찰이 찾아낸 증거라고는 그냥 어느 날 길을 걸어가는 성민이 찍힌 블랙박스 사진(여기에는 아이들을 유괴하는 장면,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담겨있지 않다), 수린의 뒷모습을 조각으로 만든 것 정도가 전부다. 영화 중에 지문 대조를 하자고도 있지만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성민이는 유괴범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괴리는 영화가 첨단 수사가 이뤄지는 2016년 즈음을 다룬다는 데 있다. 차라리 더 전을 배경으로 했다면 조금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른이’가 읽기에는 버거웠던 환상동화

<가려진 시간> 스틸컷. 아이 성민 역에 이효제

 영화가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판타지다 보니 현실과 판타지를 구분 짓기가 힘들었다. 계속해서 판타지를 현실에 대입하다 보니 괴리가 발생했다. 정말 ‘믿음’과 ‘사랑’이라는 가치를 위해 약 30년 이상을 절반은 낮에, 반 틈은 밤에 갇혀 살 수 있을 까도 궁금했다. 섬을 떠나기 위해 배를 타러 갈 때는 신분증이 없다는 사실을 망각한 그들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수린과 커버린 성민이 같이 있는 장면 자체가 굉장히 낯설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이 불편했다. 소아성애자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만약 이게 진짜라면,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물론 <가려진 시간>만의 강점도 있다. 영화 전반을 흐르는 OST와 미장센이 정말 감각적이다. 특히 시간이 멈췄을 때를 표현하는 장면들은 주옥같다. 동화의 한 장면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디테일에 신경 쓴 것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수린이가 머리핀을 동굴에 놔두고 왔다며 동굴 안으로 다시 돌아갈 때, 친구들의 놀림에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라든지,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을 때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하던 성민의 모습을 표현해낸 것도 좋았다. 그렇지만 판타지는 정말 얼토당토 하지 않는 이야기일지라도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그 가상세계를 믿게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클리셰의 반복에 후반 이후부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힘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몰입에 방해가 되는 요소가 산재해 있던 것은 분명하다. <잉투기>에서 괄목할 만한 연출을 보여주었던 감독이고, ‘한국형 판타지’를 첫 상업영화의 장르로 선정한 대담함도 좋았지만 많은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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