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1.18 #순간수집일기
드라마를 보는 나만의 철칙이 있다. 먼저 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는, 그런 위험한 일은 하지 않는다. 기대를 한껏 가지고 1화부터 보기 시작했다가 예상치 못한 전개에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재밌으면 더 문제다. 예고편도 주지 않고 물음표만 남긴 채 끝나는 엔딩에 소리 없는 포효를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억겁 같은 일주일을 참아내는 것도 내겐 늘 고통이라 웬만하면 이를 지키는 편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이 철칙을 깨뜨리는 드라마를 만났다.
바로 <런 온>.
입체적이다 못해 화면을 뚫고 나올 것 같은 캐릭터들의 독특함, 오디오가 비지 않는 쫀득하고 찰진 대사, 또래 배우의 연기+얼굴합, 영화를 떠올릴 수 있는 유명 영화 오마주 등 드라마 곳곳의 요소들이(주인공의 이름은 오미주다) 마음을 똑똑똑 두드리는 바람에 그만 2화부터 탑승해버렸다.
하지만 사람은 변할 수는 없는 법. 매번 엔딩마다 벽을 부실 수는 없기에(내돈내산x, 전세) 나름 대책을 세웠다. 방영되자마자 바로 보지 않고 한 주를 기다리는 것이다. 전 주에 나온 드라마를 월요일에 하나, 화요일에 하나 보고 수요일부터는 언제든 볼 수 있는 <런 온>이 남아있다는 생각을 하며 행복해지기. 뉴스 기사도, 유튜브에 떠다니는 메이킹도 흐린 눈을 하며 넘겨야 하지만 꽤 효과가 좋다.
* <런 온>은 수목드라마다.
오늘은 월요일, 그래서 전 주 수요일에 방영한 드라마를 볼 수 있는 날. 모든 신경 쓰이는 일을 마치고 이제 경건한 마음으로 영접할 일만 남은 건 오늘의 크나큰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