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토 - #순간수집일기 모임(김신지 작가님)
21. 1. 21. #순간수집일기
내가 제일 아끼는 곳, 서울의 궁궐들
자라면서 취향을 가지기 시작한 때에는 드라마 <대장금>이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때는 박소희 작가님의 <궁>이, 고등학교때는 정은궐 작가님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이 있었다. 이렇게 조선시대 이야기에 빠져 살아온 내게 궁은 특별한 존재일수밖에 없었다.
서울에 올라오고 마음이 허하다 싶을 떄는 궁을 찾았다. 봄에는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모든 계절마다 모든 날마다 궁은 모습을 바꾸었다. 번잡한 서울 시내에서 궁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 노이즈 캔슬링 되듯 모든 소음도 번뇌도 그렇게 조용해졌다. 마음을 모아 한 두번 드나들던게 이제는 습관이 됐다. 오랜만에 짬이 났다면, 외출에 특별한 목적지가 없다면, 궁 근처에서 약속이 있다면, 데이트를 하고 싶다면 늘 궁으로 향한다.
의자에 앉아 나들이를 나온 가족을 한없이 바라보기도 하고, 전생에 나는 분명 조선시대에 살았을거야, 하며 궁궐 속 한가운데에 나를 놓아 보기도 한다. 정조가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정약용을 괴롭혔던 건 어디쯤이었으려나 하며 머리에 스쳐 지나가는 역사속 인물들도 불러와본다. 어느새 궁궐은 복작복작하다. 여기저기 관료들과 궁녀들, 내시들이 바쁘게 지나다니고 있다. 이전의 조선, 그리고 그 기운을 상상속에서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코로나가 조금 가신 올해의 봄이 오면, 연두빛으로 가득한 봄의 궁궐에 가고 싶다. 갖가지 꽃들이 울렁대는 궁을 사뿐사뿐 거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