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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Dec 16. 2021

책 그리고 영화에 기대어

발돋움 이전의 웅크림, 마주하기 이전의 숨 고르기

책과 영화에 곧잘 기대는 이유를 묻는다면, 어찌 대답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부끄런 짝사랑 고백이 될 텐데,

삶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북받치기 때문이리라 말하고 싶어요.

삶과 사람에 더 잘 다가서기 위한 발돋움이리라 말하고 싶고요.   

  

허나 넘치는 애정에 비해 모든 것에 서툰 편입니다.

해서 삶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들을 제법 들여다보곤 합니다.     


이때엔 오롯이 저만의 시공간을 필요로 하곤 하는데,

때문에 모든 것에 등을 진 것처럼 비춰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고 고갤 돌려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나름의 이유를 말하자면,

사실 이런저런 몽상에 자주 잠기는 탓에 곧잘 숨이 차는 편이기도 한 데다,

여러 관계 안에 있을 땐 저의 모든 촉수가 그들을 향해있기에

가끔씩 스스롤 돌보고 상황을 돌아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편입니다.

게다가 시간을 제때 소화해내지 못하는 탓입니다.

뭐든 곱씹고 난 뒤에야 작별할 수 있는 성미 탓입니다.             

                                               

이 순간들에 바람을 좀 쏘이겠단 심보로 산보를 떠납니다. 책과 영화에 기댑니다. (물론, 딴짓도 많이 하는 편) 이렇게 곧잘 우회하는 탓에, 보이기에 굼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결코 현실 회피인 것만은 아닙니다.

어디든 잘 도달하기 위함입니다. 무어든 잘 헤쳐 가보겠단 마음가짐입니다.

도피인 동시에 그리움이고 갈증이고 열망이고 설렘입니다.     


책을 펼쳐보는 일은 꿈을 펼쳐보는 일과 다르지 않아요.

영화를 트는 일은 당신께 말을 트는 일과 다르지 않지요.     


그러니까, 책은 나와 삶 사이의, 그리고 당신과 나 사이의 이음새인 셈이에요.

읽고 보고 또 간혹 쓰는 일은 결코 숨는 일이 아닙니다. 숨을 쉬는 것이죠.

더 잘 다가서기 위한 심호흡입니다. 나를 위한 멈춤이면서, 당신과 호흡을 맞추기 위한 멈춤인 겁니다.

해서 책과 영화는 길고 긴 삶의 문장(오래 살고 싶은 편) 속 불가피한 쉼표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당신은

오늘, 어떤 책을 통해 어떤 마음을 먹었나요.

내일, 어떤 이에게 다가서고 싶으셨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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