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 Mar 08. 2022

지난 아픔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습니다. (상)

영화│ <라비 앙 로즈>에 기대어.

To. 지난 아픔이나 절망으로부터 작별하고 싶은 당신께.



 누군가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혹시 그 인물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를 본 적도 있으신가요. 사실 저는 그런 적이 있습니다. 인물에 대한 애정으로 영화를 본 게 아니라, 거꾸로 영화를 보면서 그 인물에 대한 애정과 존경이 일었던 적이.



 제겐 영화, <라비 앙 로즈>가 그랬는데요. 고백하자면,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인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시대극인 줄만 알았어요. 그러니 그녀가 장면 안에서 공연하는 모습들을 보곤, 얼마나 놀랐게요? 우리가 어디서건 한 번쯤, 들어 봤던 멜로디가 연이어 등장하거든요. ‘이 곡들이 전부 이 분의 노래였단 말이야?’ 서둘러 검색해 보곤,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스크린으로 마주하고 있는 인물이 프랑스를 대표하는 샹송의 여왕, 에디트 파이프란 사실을.     



 또한 작품을 다 본 직후에 알게 되었어요. 이 가수의 일대기가 영화화된 이유가, 단지 그녀가 유명 인사였기 때문은 아님을요. 그녀는 크고 작은 불운들을 모두 견뎌내고 화려한 스타 반열에 오르게 되지만, 다시 한번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좌절의 시기를 겪는데요. 오랜 세월 동안 다시 일어설 엄두를 내지 못하던 그녀가 힘을 되찾는 찰나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 극적인 한 페이지 덕에 그녀의 일생이 스크린으로 옮겨진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때 느꼈던 감동을 당신과 나누고 싶어 이렇게 글을 적게 됐습니다. 먼저 그녀의 삶부터 한 번 옮겨볼게요.   

  


# Meet the stage name  ‘Edith Piaf'


 그녀의 삶엔 곡절이 많았습니다. 유년기부터 위태했죠. 서커스 단원이었던 아버지는 유랑 생활을 했고, 어머니도 아이를 방치하다시피 했어요. 아버지가 잠시 돌아오던 날, 상황의 심각성에 분개하며 에디트를 자신의 친어머니에게 맡기게 됩니다. 향락가를 운영하는 집이었기에 내키진 않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죠.

 아이가 자라기에 당연히 좋은 환경이 아니었지만, 다행히 그 안의 식구들로부터 전에 없던 사랑을 받으며 자랍니다. 그럼에도 형편의 어려움은 어쩔 수 없었는데요. 제대로 된 영양섭취가 안돼서 백내장을 앓기도 했죠.


 한편, 그녀의 아버지가 에디트를 데리러 오면서부터, 부녀는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서커스단을 박차고 나오는 바람에 길거리 공연을 하며 먹고 살아야 했는데요. 수입은 탐탁지 않았고, 그나마 에디트가 노래를 불러 관객의 호응을 얻어냄을 시작으로 거의 아버지를 먹여 살리다시피 하죠. 


 


 성인이 된 에디트는 여전히 길에서 노래를 부르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드디어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옵니다. 바로 오디션 제안이었어요! “루이 레플리라고 하네. 제니스로 한 번 오게나. 평소 부르던 노래로 준비해 와.” 


 오디션 날, 사장은 에디트의 노래에 감복합니다. 그렇게 그녀는 파리의 피갈거리를 주름잡던 카바레 전속 가수가 됩니다. 동시에 ‘피아프’란 예명을 얻게 되죠. ‘피아프’는 작은 참새를 뜻하는 속어인데요. 실제로 그녀는 어릴 적의 영양실조 탓인지 체구가 아주 작았습니다. 그녀가 노래 부르는 모습이 루이의 눈엔, 마치 작은 새가 예쁜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였나 봅니다. 그리고 에디트 피아프로서의 첫 공연 날, 루이의 안목은 적중했습니다! 공연은 성황리에 마치고, 에디트는 제니스의 스타로 날아오르죠. 화려한 날들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끔찍한 일이 벌어집니다. 카바레 사장 루이가 처참한 시체로 발견된 겁니다. 누군가로부터 살해당한 건데요. 에디트는 평소 은인이라 여겨왔던 루이의 소식에 슬픔을 거두지도 못한 채, 살인을 공모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 조사를 받게 되죠. 당연히 조사 끝에 무죄를 입증하지만, 대중에게 중요한 건 사실 여부보단 가십이었던 걸까요? 일약 스타에겐 시기와 루머가 따라올 수밖에 없던 걸까요? 소문은 기정사실화되고, 그녀의 위신은 떨어져만 갑니다. 그녀가 재기를 시도할수록, “네가 죽였어? 돈은 받아서 어쨌어?”, “길거리 출신에게 뭘 기대해?”라는 등의 야유만 쏟아질 뿐이었어요. 더 이상 이 거리엔 그녀가 설 무대가 없습니다.



2부에서 계속


◐ 연재 시리즈 : <작품에 기대어 내일을 기대해> 중

◑ 글: 이소 │instagram: @2st.soar




매거진의 이전글 그럼에도 사랑만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