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x
일상에 지쳐 떠나게 된 여행 도중에,
혹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또 크게 다칠 뻔한 사고를 겪은 후에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할 수도 있겠지만,
퇴근 후, 맥 빠친 채 한참을 샤워기 앞에 서 있다
문득,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평소 묵혀뒀던 진심들이.
‘지금 맞는 길 위에 서 있나? 나 이대로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라든가.
대학생 때 버스킹 공연을 하며 느꼈던 짜릿한 기억.
혹은 평소 배워보고 싶던 클라이밍이라든가,
여행에세이를 쓰고 싶단 바람 같은 것들이.
이런 울림들은 너무도 잔잔해서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지만,
이따금씩 요동치며 마음의 북을 쿵-쿵- 두드릴 때가 있어요.
당장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현재 일상의 질서에 변형을 주는 게 겁난다는 이유로
그 진심들을 모른 채 않는다면,
그 울림들이 나를 새로운 세계로 데려다줄지 모릅니다.
어떤 큰 계기가 있어야만,
어떤 준비가 완벽히 돼야만,
인생의 방향을 틀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어떤 중대한 결심들은
멍하니 샤워를 하다 문득,
그렇게 갑자기 찾아오기도 하죠.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운명의 상대를
우연한 순간에 만나듯,
언젠가 그렇게 불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