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잔
세잔의 그림은 조용하다.
색도 많지 않고, 선도 과하지 않다.
그런데 오래 보고 있으면 무언가 단단하게 자리 잡은 느낌이 든다.
그는 사물의 모양보다 구조가 보였다.
사과를 그리면, 단순히 동그라미가 아니라 그 안의 무게, 중심, 빛의 각도를 계산했다.
“세상을 원기둥과 구, 원뿔로 보라.” 그가 남긴 말이다.
어떤 사람은 그를 냉정하다고 했다.
하지만 세잔은 감정을 숨긴 게 아니라 그 감정을 정리하려고 한 사람이었다.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끝없이 같은 산을 그렸다.
수백 번의 붓질 끝에, 그는 자신이 보는 세상의 질서를 찾아냈다.
그의 <생트빅투아르 산>을 보면 자연이 고요하다.
움직이지 않지만 살아 있었고. 거대한 산도, 작은 나무도, 하나의 균형 안에 놓여 있다.
세잔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내 안의 어지러움이 조금 잠잠해진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불안해도 무너지지 않는 선이 있다는 걸 그의 붓질이 알려준다.
그는 말년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자연을 조화롭게 만들고 싶었다.”
그 말이 참 오래 남는다.
아마 그건 세상을 바꾸겠다는 뜻이 아니라, 스스로 흔들리지 않겠다는 다짐이었을 것이다.
폴 세잔 / Paul Cézanne (1839 – 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