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그림 이야기 — 질서와 균형

세잔

by 이탤릭
Paul_Cezanne_-_Mont_Sainte-Victoire_and_Château_Noir_-_Google_Art_Project.jpg Paul Cézanne, Mont Sainte-Victoire (1904–1906) /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세잔의 그림은 조용하다.

색도 많지 않고, 선도 과하지 않다.

그런데 오래 보고 있으면 무언가 단단하게 자리 잡은 느낌이 든다.


그는 사물의 모양보다 구조가 보였다.

사과를 그리면, 단순히 동그라미가 아니라 그 안의 무게, 중심, 빛의 각도를 계산했다.

“세상을 원기둥과 구, 원뿔로 보라.” 그가 남긴 말이다.


어떤 사람은 그를 냉정하다고 했다.

하지만 세잔은 감정을 숨긴 게 아니라 그 감정을 정리하려고 한 사람이었다.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끝없이 같은 산을 그렸다.

수백 번의 붓질 끝에, 그는 자신이 보는 세상의 질서를 찾아냈다.


그의 <생트빅투아르 산>을 보면 자연이 고요하다.

움직이지 않지만 살아 있었고. 거대한 산도, 작은 나무도, 하나의 균형 안에 놓여 있다.


세잔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내 안의 어지러움이 조금 잠잠해진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불안해도 무너지지 않는 선이 있다는 걸 그의 붓질이 알려준다.


그는 말년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자연을 조화롭게 만들고 싶었다.”

그 말이 참 오래 남는다.

아마 그건 세상을 바꾸겠다는 뜻이 아니라, 스스로 흔들리지 않겠다는 다짐이었을 것이다.





폴 세잔 / Paul Cézanne (1839 –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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