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의 무게

by 이탤릭

최근에 다시 드라마 <미생>을 봤는데 장그래가 상사 앞에서 서툴게 마음을 내비치던 장면이 기억난다. 불안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던 그 모습이 오래 남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미리 걱정하며 지쳐가는 내 모습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늘 오지 않은 일들을 앞당겨 걱정하곤 한다. 몸은 가만히 있어도 마음은 하루 종일 무겁고 피곤하다. 일도 하지 않았는데 하루를 다 써버린 것처럼 지쳐 버린다.


돌아보면 두려워했던 일 대부분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 혹은 일어나더라도 내가 상상한 모습과는 달랐다. 그 많은 걱정은 결국 머릿속에서만 돌다가 흩어졌다.


전에는 세상이 더 무겁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에게 되뇐다. 걱정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커피 한 잔, 창밖의 바람 같은 사소한 것뿐이라고.

그렇게 확인하는 순간, 걱정의 무게는 조금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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