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가 발표를 준비하던 장면이 있다. 회의실 앞에서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 말을 반복해보지만, 막상 사람들 앞에 서자 준비한 말은 다 사라져버리고 긴장만 남았다. 그 모습이 마음에 남았다. 실제 무대보다 더 큰 무대가 마음속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 같았다.
나 역시 자주 마음속 무대 위에 선다.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고 상상하며 혼자 대사를 준비한다. 그 무대에서는 늘 긴장되고 불안하다. 예전엔 이게 당연한 줄 알았다. 그래서 늘 지쳐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본다. 그 무대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 관객도 없고, 조명도 없다. 내가 만들어낸 상상일 뿐이다.
요즘 나는 “무대에서 내려와도 괜찮다.” 누가 보지 않아도 괜찮고, 준비된 말이 없어도 괜찮다.
무대에서 내려오면 괜히 힘 빼고 살아도 된다는 걸 안다. 그게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