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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환경에서 불안에 떨다

중국 소녀 링링의 한국 학교 적응기 4

by 철물점

내가 4학년을 2년 동안 다닌 까닭은?


얘들아, 한국은 보통 3월에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어 다음 해 2월에 학년이 끝나잖니? 그런데 중국에서는 새 학년 새 학기가 9월에 시작되고, 다음 해 6월에 학년이 모두 끝나. 중국에서는 학년이 모두 끝나면 여름방학을 하고, 한국에서는 학년이 모두 끝나면 겨울방학을 시작해. 많이 다르지?

나는 8월에 한국에 왔으니까, 사실 중국에서 4학년 공부를 모두 끝마친 상태였어. 그런데 한국 학교에 들어가려고 하니까 아직 학년이 끝나지 않았더라. 9월 초에 한국에서는 막 2학기가 시작되고 있었지. 그래서 나는 한국에서 4학년을 다시 다니게 되었단다. 왜 4학년을 다시 다니냐고. 내가 한국 학교 5학년에 2학기에 들어가려면 중국에서 5학년 1학기를 마치고 왔어야만 해. 그래서 4학년을 다시 다니고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단다. 내가 처음 한국 학교에 왔을 때는 한국어를 잘하지 못했어. 간단한 인사 정도만 할 수 있었고, 글자를 읽거나 쓰는 건 전혀 할 수 없었지. 선생님께서도 부모님이 중국 동포이신데 왜 한국어를 잘 못하냐고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셨어. 나도 선생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고. 하지만 내가 중국에서 다닌 학교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동포 한교(조선족 학교)'가 아니었어. 나는 중국 한족들이 다니는 학교를 다녔는데, 한족 학교에서는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아. 한족 학교에서도 외국어를 배우긴 하는데, 주로 영어를 배워. 그러니 한국어는 따로 배우지 못했지.

부모님들께서도 중국에서 태어나시고 생활하셨기 때문에 집에서는 중국어만 사용하셨어. 할아버지 할머니는 한국어를 잘하셨다지만 나에게 따로 가르쳐 주시지는 않으셨거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집에서도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갖지 못했어. 그런데 막상 내가 한국 학교에 왔을 때 부모님은 나에게 미리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은 걸 후회하셨단다. 왜냐하면 내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여 학교 공부를 따라가지 못할까 봐 무척 많은 걱정을 하셨기 때문이야. 한국어를 전혀 못하니 내가 한국 학생들처럼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도 무척 아쉬우셨나 봐. 그래서 부모님은 내가 한국 초등학교 3학년 과정부터 다시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해. 그런데 한국 학교 선생님들의 생각은 다르셨나 봐. 중국에서 4학년 공부한 것을 모두 인정할 수 있고, 9월에 학기가 시작되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니 9월 1일부터 4학년 2학기 수업을 듣는 게 가장 적당하다고 부모님께 말씀하셨지. 4학년 한 학기를 더 공부하는 동안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씀과 함께. 그래서 나는 중국에서 마친 4학년 한 학기 공부를 지금 다시 하고 있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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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환경은 누군가를 불안하게 한단다.


누구나 낯선 환경에 서게 되면 불안과 걱정에 휩싸이기 마련이야. 나도 처음 한국 학교에 왔을 때는 무척 불안했고 걱정도 많았어. 친구들, 선생님, 학교 건물, 공부하는 과목, 사용하는 언어까지도 모두 달랐기 때문이야. 나는 마치 지구를 떠나 낯선 사람들만 살고 있는 달나라에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어. 그런데 지금 되돌아 생각해 보면 그 불안과 걱정이 나만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은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겠니? 말도 통하지 않고 글씨도 쓸 줄 모르는 학생이 교실에 떡하니 들어왔으니.......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면 정말 걱정이 많으셨을 것 같아. 학급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누군가 전학을 왔는데, 말도 통하지 않으니 나를 대할 때 무척 어색했을 거야.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한 후 내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어. 그리고 그 일이 있은 후 나의 이야기를 글로 써보기로 결심하게 됐지. 내 글을 읽게 된 친구들 학교에 나와 같은 외국인 학생이 있다면, 그 학생을 이해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하지만 나라마다 사는 형편과 학교 제도가 달라서 내 이야기가 모든 외국인 학생들의 경험과 같을 수는 없을 거야. 나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중국 랴오닝 성 한족 학교에 다니던 나만의 경험에서 시작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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