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녀 링링의 한국 학교 적응기 5
맨 처음 엄마와 아빠가 한국으로 가자고 하셨을 때, 나는 너무 떨리고 불안해서 안 가면 안 되냐고 어린애처럼 떼를 쓰기도 했어. 너희들 중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 본 사람은 알 거야. 학교를 옮기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친해지는 일이 얼마나 우리에게 힘든 일인지.
어른들은 흔히 '지긋지긋한 이사, 정말 가기 싫다.'라고 하시면서도 우리가 학교를 옮기는 문제는 그저 값싼 물건 찾아 동네에서 다니는 단골 마트 바꾸듯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씀하시잖아. 난 어른들이 좀 더 솔직해졌으면 좋겠어. '너희들이 힘들 거야. 그래도 가족이 모두 이사를 가는데, 네가 좀 도와주면 좋겠구나.' 이렇게 우리 마음을 보듬고 설득해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어차피 우리가 싫다고 해서 혼자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 한 번도 전학을 다닌 적이 없었어. 참, 한국은 1년마다 반이 바뀌고 반 친구들도 바뀐다고 하던데, 정말이니? 중국은 초등학교를 소학교라고 흔히 부르는데, 보통 1학년 때 반이 정해지면 그 친구들과 6학년 때까지 같은 반으로 계속 올라가. 물론 도시와 농촌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내가 다녔던 랴오양의 우리 학교는 그랬어. 그러니까 내가 4학년까지 공부하던 친구들은 1학년 때 만나 4년 동안 같은 교실에서 공부한 친구들이야. 그러니 그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건 정말 싫었어. 너희들도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물론 한국처럼 조금 덜 친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익숙하다는 게 때로는 얼마나 마음을 편하게 하는지 몰라. 그때는 다른 반으로 옮기는 것도 상상할 수 없었는데, 학교를 옮기라니. 그것도 말도 안 통하는 한국이라니!!
하지만 겨우 열한 살, 소학교(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어떻게 부모님을 이길 수 있겠니? 이미 한국에 일자리를 마련한 부모님은 이사 준비를 시작하셨고,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어.
나중에 알게 된 일인데, 엄마는 나보다 먼저 내가 다니던 랴오양시 소학교(초등학교)에 내가 한국 학교에 가게 될 거라고 말씀하셨대. 어느 날 학교에 갔더니 담임선생님이 먼저 말씀을 하셔서 알게 되었지. 아무리 어쩔 수 없었다 해도 어른들은 참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른들이 하는 일이란 게 우리를 무시하는 것 말고 뭐가 있긴 있는 걸까?
부모님은 나에게 한국에 가면 좋은 시설의 학교가 있고, 좋은 친구들도 만나게 될 것이며, 나보다 먼저 한국에 온 중국 학생들도 많기 때문에 더 재미있고 즐겁게 학교에 다닐 수 있다고 귀가 닳도록 말씀하셨어. 그런 말들이 내 마음을 하나도 즐겁게 하지 못했지만, 나는 웃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즐거운 척 연기를 했지. 너희들은 내가 어떤 마음에서 그랬는지 알겠지? 우리끼리 얘기지만 가끔은 우리가 어른들보다 더 어른처럼 느껴져.^^
그렇게 나는 한국으로 오게 된 거야. 부모님이 한국에 일자리를 얻으셨고, 그런 부모님을 따라 나도 덩달아 한국에 오게 된 거야. 하지만 지금 나는 행복해. 왜냐하면, 바로바로 너희들을 만났으니까.
<귓속말> 쉿! 이건 내가 한국에 와서 한국어 학급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인데, 나처럼 한국 초등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학생수가 2018년 말에 10만 명을 넘었다고 해. 게다가 매년 1만 명 이상씩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셨어. 그중에서도 한족이나 중국 동포 등 중국에서 온 학생이 전체 다문화 학생의 32.2%로 가장 많았대. 나와 비슷한 학생들이 이렇게 만다니, 놀랍다는 생각을 했어. 너희들도 그렇지?
< 2019년 9월 교육부 발표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