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맥주와 위스키 케이크

by 시모


나체부에나, Nochebuena는 멕시코의 크리스마스이브다. 직역하면 좋은 밤이라는 뜻. 날이면 날마다 맛볼 수 있는 맥주가 아니라 딱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마실 수 있다. 멕시코의 여러 브랜드가 판매하는 맥주 중 하나다. 풍미가 있는 맥주를 선호하는 멕시코 친구들이 즐겨 마시던 ‘보헤미안’이라는 맥주가 있다. 바로 이 보헤미안을 만든 주류회사에서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출시하는 맥주가 ‘나체 부에나’다.


고동색에 짧고 뚱뚱한 유리병 입구에는 붉은색 포인세티아가 그려진 금색 포일이 둘려있다. 포인세티아는 멕시코 원산의 식물인데, 넓고 모양 좋은 잎 때문에 언뜻 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생김새가 아름다운 데다가 색깔도 크리스마스에 딱이라, 장식용품으로써도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나체부에나는 크기가 작아 보통 병 체로 먹지만, 잔에 따랐을 때 모습도 보기 좋다. 진한 검붉은 색에 노란빛의 흰 거품이 올라온다. 언뜻 흑맥주처럼 보이는데 맛은 전혀 다르다. 무거운 맛은 없고 쓴맛과 신맛이 맥주의 탄산과 함께 입안에서 톡톡 터진다. 반짝반짝한 초록과 빨강이 어우러진 크리스마스의 맛이다.



작년 겨울에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나체부에나와 함께 먹을 케이크를 만들었다. 위스키를 듬뿍 넣은 호밀 케이크였다. 처음 해보는 케이크 베이킹인 데다가 내 멋대로 만들어 생각한 식감이 나오진 않았지만, 맛을 내는 데는 성공했다. 위스키 맛이 났으면 했는데 정말 위스키 맛이 났다. 머랭에 위스키, 반죽에 위스키, 빵 위에 소스처럼 얹은 연유에도 위스키를 섞은 결과였다. 술빵같이 촉촉한 식감에 고소한 호밀 맛과 위스키의 달고 쌉싸름한 맛이 잘어울렸다. 케이크 맨 위에는 피칸을 올렸다. 호두의 떫은맛이 덜해서 위스키 맛 빵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해골 모양 초콜릿을 올려 장식을 완성했다. 죽은 자의 날에 선물로 받았다가 케이크를 만드는 데 쓰기 위해 아껴뒀던 것이다. 친구들과 나는 알딸딸하게 취한 빨간 코의 산타처럼 술이 잔뜩 들어간 빵과 맥주를 밤새워 먹었다. 그야말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밤 중 가장 좋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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