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의 기로에서
많이들 연애 관계가 마음의 안정과 삶을 채워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하곤 한다. 하지만, 콩깍지가 벗겨지고 난 이후를 경험한 이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인간-인간의 관계에서 누군가를 온전히 충족시켜주고 채워줄 수 있는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사람이라는 존재가 사람을 위로하고 온전히 채워줄 수 있었더라면, 삶과 마음에 외로움이 뒤꽁무니를 쫓아다니지 않게 되었을 테니까. 또, ‘고독’이라는 단어는 우리네 사전에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까.
누군가가 곁에 있음에도 ‘고독’이라는 감정과 ‘홀로서기’의 도전은 삶에 늘 자리하고, 홀로 치열히 이겨내는 과정은 ‘성장’이라는 이름의 옷을 입는다. 어찌 보면 인간은, 한계가 가득한 세상과 본인의 삶을 받아들이는 숙명에 놓여있는지도 모르겠다.
관계에 있어 가족이건 친구건 그 외의 관계건, 공통적으로 ‘공동의 노력’이 전제되어 상호작용하는 건강함이 필요하겠지만, 그 이전에 기본적으로 충족되어야 할 것은 ‘자기 존중감’ 임을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 먼저 될 때, 비로소 누군가를 사랑할 용기가 생기는 듯 하기에.
내 감정 다루는 게 익숙해질 법도 한데, 감정은 공부와 다르게 하나 알게 되었다고 다음에 올 감정까지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견뎌냄을 통해 이겨낼 뿐이다.
하지만 타인과 함께하는 순간 뒤에 있는 ‘홀로 견뎌내는 시간’이 내면의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시간이었음을 감안하면, 휘몰아치는 감정이 ‘있는 그대로 폭풍우를 몰고 올 수 있도록’ 마음에도 담대함이 필요한 듯싶다.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위해 나의 감정을 성급히 정의 내리지 않고 잔잔히 흘러갈 수 있도록, 나를 재촉하지 않는 느긋함을 길러야지’ 싶은 오늘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