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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Aug 08. 2022

고양이에서 컴퓨터까지, 양자컴퓨터

김지현

컴퓨터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지 어언 80년이 되어갑니다. 80년 동안 컴퓨터는 작아지고 빨라졌으며, 우리의 삶은 컴퓨터와 떼어놓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닌 것 같다고요? 집에 컴퓨터가 있지만,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요? A의 하루를 살펴봅시다. A는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에서 울리는 알람을 끄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학교에선 선생님은 노트북을 텔레비전에 연결해 자료를 보여주시고, A는 태블릿으로 수업내용을 필기합니다. 대의원인 A는 회의 시간에 노트북으로 회의 내용을 기록하고, 에세이나 발표 과제가 있는 날엔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발표 자료를 만듭니다. 여기서 핸드폰도 컴퓨터고, 태블릿과 노트북도 마찬가지입니다. A는 하루 동안 총 세 개의 컴퓨터를 사용한 것이죠. 여러분도 이 글을 컴퓨터로 읽고 계실 겁니다. 21세기, 컴퓨터는 작아지고 빨라지며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지만, 여전히 80년 전과 비슷한 계산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 계산 방법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양자역학의 탄생과 함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새로운 컴퓨터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현존하는 컴퓨터엔 한계가 있으니, 더 빠른 계산을 위해 양자역학을 활용한 컴퓨터를 만들어내자고요. 이후 꾸준히 연구가 이어져 온 ‘양자컴퓨터’는 파인만의 아이디어처럼 양자역학적 현상을 활용해 정보를 처리하며, 큰 수의 소인수분해, 분자의 에너지 계산 등의 특정 문제들을 쉽게 풀어낼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컴퓨터까지 만들 수 있는 걸까요? 양자역학이 무엇인지부터 차근차근 알아봅시다.


F=ma 기억나시나요?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우는 힘에 관한 공식인데요, 이는 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임을 의미합니다. 저희가 살아가는 세상에선 F=ma 같은 규칙에 따라 힘이 작용하고, 이 규칙을 알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요. 고양이가 달리는 모습을 알면, 아주 가까운 미래에 고양이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예측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규칙들을 다 발견해낸 과학자들은, 이제 과학에 혁명은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양자역학이 나타나기 전까지는요. 양자역학은 원자, 전자와 같이 작은 세계 즉 미시세계의 물리 법칙이에요.


양자역학은 20세기 초, 원자 구조를 연구하며 세상에 처음 나오게 됩니다. 원자 속에서 전자는 기존 물리 법칙에 어긋나게 움직였고, 전자의 움직임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양자역학이 탄생했습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전자는 정말 기묘하게 움직입니다. 그러나 이유는 아무도 몰라요. 전자는 전자대로 움직이고, 그 움직임은 양자역학을 표현한 파동방정식에 딱 들어맞을 뿐이죠. 이제 전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같이 알아봅시다. 

두 개의 긴 구멍이 있는 벽(이중슬릿)을 앞에 두고, 뒤에 스크린을 둡니다. 이제 이 스크린을 향해 전자를 쏘아볼 거예요. 전자는 입자니까 당연히 스크린에는 두 개의 긴 줄무늬가 생길 겁니다. 그런데 결과를 확인해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파동인 물체를 쏘았을 때 나타나는 것처럼 여러 개의 줄무늬가 나타난 거예요. 마치 전자가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난 것처럼요.


과학자들은 전자가 어떻게 이런 무늬를 나타내는지 전자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관찰해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전자가 관측하려고 하면 두 개의 줄무늬를 나타낸다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전자는 관측당하지 않을 땐 파동의 형태로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나다가, 관측당하는 순간 입자로 하나의 구멍만 지나게 된다는 것이죠. 전자가 의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측당하지 않을 땐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나다가 관측당하는 순간 하나의 구멍만 지난다니, 도저히 이해되지 않죠. 그러나 전자는 이렇게 움직입니다. 양자역학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힘들어 실제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이 세상에서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중요한 건, 전자는 관측하기 직전까지 여러 상태를 동시에 띤다는 거예요. 이중슬릿 실험에서, 왼쪽 구멍을 지나는 동시에 오른쪽 구멍을 지나는 것처럼 말이죠. 이 상태를 중첩이라고 말해요. 중첩 상태는 관측하는 순간 깨지게 됩니다. 이 중첩이 바로 양자 컴퓨터의 핵심입니다. 


양자컴퓨터를 알아보기에 앞서, 일반 컴퓨터는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 알아야겠죠. 컴퓨터는 오직 0과 1로만 이루어진 2진법을 사용합니다. 모든 정보는 0 혹은 1의 값만을 가집니다. 반도체에 전류가 흐르면 1, 흐르지 않으면 0 이런 식으로요. 카페에 가는 과정을 컴퓨터로 표현해보면, 첫 번째로 집 밖으로 나간다(1)/나가지 않는다(0), 두 번째로 카페에 간다(1)/카페에 가지 않는다(0). 이렇게 나타낼 수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1을 선택하면 카페에 가게 되겠네요. 이 정보들의 기본 단위를 비트라고 부릅니다. 비트는 각각의 경우에서 1 혹은 0의 값을 가집니다. 위의 예시에서 집 밖으로 나갈지 말지의 상황에서도 1 혹은 0, 카페에 갈지 말지의 상황에서도 1 혹은 0의 값을 가진다는 뜻입니다.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는 0과 1이 중첩된, 즉 0과 1을 동시에 가지는 상태인 양자비트(quantum bit), 줄여서 큐비트입니다. 일반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의 차이를 예시로 설명해볼게요. 다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보셨나요?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그리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과 작전회의 도중, 닥터 스트레인지는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인 14,000,605개의 미래를 봅니다. 그중 어벤져스가 승리하는 단 하나의 미래를 보곤 타임스톤을 타노스에게 넘겨줍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미래를 보는 과정을 컴퓨터로 생각해볼게요. 일반 컴퓨터의 경우, 천사백만여개의 경우의 수를 다 체크하고, 어벤져스가 승리하는 미래 하나를 계산합니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는 중첩 상태에 있는 큐비트를 이용해 천사백만여개의 경우의 수를 한 번에 계산합니다.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일반컴퓨터는 수많은 비트를 이용해 하나하나 계산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를 이용해 동시에 여러 개의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는 특정한 계산만 일반 컴퓨터보다 뛰어납니다. 큰 수의 소인수분해, 화학 계산, 최적화 등이 그 예이죠. 최적화는 여러 개의 패턴 중 가장 좋은 패턴을 골라내는 거예요. 14,000,605개의 미래 중 승리하는 미래 하나만 골라내는 것처럼요. 따라서 양자 컴퓨터가 실용화되더라도 일상에서 쓰는 컴퓨터(핸드폰, 태블릿, 노트북, 스마트워치 등)가 양자컴퓨팅 기술을 사용하게 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습니다. 

이 어마어마한 컴퓨터는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요? 현재 양자 컴퓨터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2001년, IBM은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15를 소인수분해 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2012년에도 중국의 과학자들이 양자컴퓨터로 143을 소인수분해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최근엔 카이스트 물리학과 안재욱 교수 연구팀이 2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했습니다. 이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양자컴퓨터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지속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실용화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큐비트의 중첩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양자컴퓨터는 중첩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절대 온도 0도(-273℃)를 유지해야 합니다. 온도 이외에도 다양하고 까다로운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실용화되기까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컴퓨터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고, 일상생활조차 컴퓨터와 떼어놓을 수 없게 되었죠. 일상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적다고 하더라도, 양자컴퓨터는 컴퓨터가 그랬듯 새로운 세상을 가져올 것입니다. 양자컴퓨터가 가져올 세상은 어떨까요? 



출처)

https://www.news1.kr/articles/?4719471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462078 

김상욱의 양자공부/김상욱/사이언스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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