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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Aug 09. 2022

승강기 닫힘 버튼 조작 금지는 또 다른 차별인가?

 양지원

  바쁜 출근길, 혹은 약속에 늦었을 때 승강기가 오지 않으면 초조해진다. 드디어 승강기를 타서 문을 닫으려는데, 누군가 그 승강기를 또 잡는다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 이른바 “빨리빨리 민족”인 한국인이라면 아마 이런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서울의 지하철역 승강기 안내문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이 엘리베이터는 교통 약자를 위한 시설입니다. 안전한 탑승을 위해 닫힘 버튼을 사용할 수 없으며, 출입문이 닫히는 시간을 조정하여 운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승강기 문을 임의로 여닫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교통약자가 아닌 입장에서 볼 때는 너무나도 불편해보이는 이 조항, 과연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조항일까? 교통약자에게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는 또 다른 차별은 아닐까?


출처:https://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8876


  서울 지하철역에 설치된 승강기는 자동 닫힘 시간이 대부분 20초 이상이다. 이는 다른 승강기들에 비해 2~3배 이상 길다. 지하철역 승강기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해 설치된 것으로, 휠체어가 승강기에 타기까지 비장애인보다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됨을 고려하면 타당한 조치이다. 하지만 서울시 지하철 승강기는 닫힘 버튼을 아예 조작할 수 없게 만들어져 있다. 


  이 문제로 칼럼을 쓴 조봉현 논설위원이 있다. 그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으로,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자동닫힘 시간을 길게 설정해두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이야기 했다. 덧붙여 “대기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때는 버튼사용이 가능해야 하는데, 장애인용이라는 이유로 그 선택권까지 박탈하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다, 장애인이 승강기 버튼을 터치하는데 아무런 불편도 없고 위험도 없다.”라며 닫힘 버튼 조작 불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현했다.


  승강기를 탈 때 자동 닫힘 시간은 유용하지만, 자동 닫힘 시간이 한참 남을 때도 있는데 닫힘 버튼을 사용할 수 없는 건 오히려 장애인에게도 불편함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또한 추가 탑승자가 있을 때, 먼저 승강기에 탔던 사람은 문을 닫으려고 30초를 기다린 상태에서 또 30초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문열림 버튼을 누른 추가탑승자는 여러 사람의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조항은 교통약자의 편의를 위해 탄생했을 것이다. 승강기에 붙어있는 안내문에도 “안전한 탑승을 위해 닫힘 버튼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며 안전을 위함이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이 조항이 생겨났는지 알아보겠다. 서울시는 교통약자가 탑승하려는 시점에서 먼저 탄 사람이 교통약자가 타지 못하게 고의로 닫힘 버튼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한다. 2010년도 대전지하철 서대전네거리역에서 장애인이 승강기에서 추락하여 사망했던 사고가 있다. 서울시는 그 사고가 승강기에 먼저 탄 사람이 휠체어 탑승하려 다가오는 것을 보고 고의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리고 혼자서 다니는 중증장애인을 배려해 닫힘 버튼 조작금지가 생긴 것이라고한다. 서울시는 닫힘버튼 조작방지 조항을 없애는 것에 대해서도 행정안전부의 관련 고시에 위반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답변한다. 행정안전부 고시 <승강기안전부품 안전기준 및 승강기 안전기준>에 의하면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는 호출버튼 또는 등록버튼에 의하여 카가 정지하면 10초 이상 문이 열린 채로 대기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장애인 이동권 시위로 인해 장애인 이동권 이슈로 뜨거운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시위가 정치적 쟁점이 되며 정작 이 사건의 본질인 장애인들이 왜 집회를 하는지, 장애인 이동권은 어떤 상황인지는 주목받지 못했다. 1999년~2017년 수도권 지하철 휠체어 리프트 사고는 총 17건이다. 20년간 지하철 모든 역사에 승강기를 설치하겠다는 약속이 여러번 있었지만 2022년 현재 서울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율은 93%이다.

이어진 시위에 오세훈 시장은 2024년까지 서울 지하철 1~8호선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100%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편성된 예산은 96억 원에 불과한다. 서울교통공사가 추산한 21개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비용은 620억이다. 이번 약속 이행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이슈의 본질은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있다. 우리 모두 장애인이 될 수 있고, 장애인이 편하면 비장애인도 편해진다. 또 이동권은 아주 기본적인 인권이기에 보장되어야 한다. 복지의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일반적 행동 자유의 영역에서 스스로 독립적으로 생활하며 사회구성원으로서 공동체 속으로 동화・통합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닫힘 버튼 조작 금지의 이유가 중증장애인의 편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정작 중증장애인은 불편을 호소한다. 닫힘 버튼 조작금지는 장애인의 선택권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일 수 있다. 이제는 장애인 이동권을 바라보는 시선에 진짜 본질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http://www.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12461 뉴스톱, 이채리 기자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799757 한국학술지인용색인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357483_29123.html MBC 뉴스, 전준홍 기자
https://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8876 브라보마이라이프, 손웅익 기자
https://www.social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699 소셜포커스, 조봉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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