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이파이 Aug 10. 2022

필요必要

반드시 요구되는 바가 있음 - 신예원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필요를 가진다. 그 필요는 어디서 기인되는 걸까. 우리의 필요는 무엇을 향해 존재하는 걸까. 당신의 필요는 무엇인가? 그 필요는 왜 생겨나는가. ‘필요’는 그대로 목적이거나, 목적을 설명하는 가장 밀접한 감정이다. 필요를 좇음으로써 우리는 삶과 세계, 그리고 지향점을 드러낼 수 있다. 


다섯 가지의 질문을 통해 A, B, C라는 세 사람과 만나보았다. 



A의 필요


1. 사회가 당신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 한 인간으로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 도덕적, 윤리적 의무. 법 잘 지키고, 하고 싶은 거 하는 범위 내에서 지킬 것만 지키게 하는 것 같다. 표면적으로 본 사회가 그런거지, ‘한국’사회는 또 다른 느낌이 든다. 나는 지금 10대고,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입장에서 사실 학벌과 같은 압박이 존재하긴 한다. 어느정도 높은 위치에 가야한다는 인식들이 있는 것 같다. 이게 사회가 나한테 필요로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나에게 이런 인식을 가지게 만드려는 건지, 그게 사회에서 필요한건지. 부정적인 방향으로든, 긍정적인 방향으로든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2. 당신이 삶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A : 내가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깊은 관계. 요즘 진짜 많이 느끼는건데, 나는 사람이랑 그렇게 깊은 관계를 맺은 적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해도 되는 지 모르겠지만 가족은 조금 당연한 존재고, 친구는… 또 다른 결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깊은 관계를 정의해본 적은 없지만 지금까지와 결이 다른 깊은 관계를 가지고 싶다. 새로움이 필요하다. 인턴십 하면서 진로를 많이 생각해서 그런지. 내 바운더리가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넓히고 싶은데, 넓히기 위해서는 어쨌든 새로운 세계를 위해서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새로움이 필요한 것 같다. 인간관계도 넓히고 싶고, 분야도 넓히고 싶고. 확장의지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내가 사는 세계가 좁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새로운 걸 알지 못하면 내 속에 갇혀있게 되고, 그럼 더 이상 발전이 없는 것 같다. 


3.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A : 한국 사회에는 여유가 필요하다. 여유와, 객관화. 우리 사회에는 한 발 물러서서 우리가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 분들을 비하하는 건 아니고. 우리 사회가 지금 잘못된 게 뭔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들 횡포도 그렇고, 정부도 그렇고, 많이 혼란스러운데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너무 이기적이다. 이타심이 필요하다. 사회가 너무 차가워. 각박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일 수 밖에 없지만.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생기는 비 인간적인 일들이 많잖아 사실. 비 윤리적인 행동도 너무 많고. 이타심이 그래서 필요한 것 같아. 


4. 자신의 필요와 사회의 필요중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A : 내가 살아가는 곳이 사회이기 때문에, 당연히 겹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왜 근데 드러나지 않을까요?) 개인과 집단이기 때문에 다르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과, 내 개인적인 필요는 다르니까. 다르게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5. 근본적인 필요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 발전을 추구한다는 것. 발전과 성장을 추구한다는 것. 그게 필요의 근본적인 목적인 것 같다. 원해서 필요로 하지 않는가. 우리가 원하는 것, 보편적으로 원하는 것은 당연히 성장이자 발전이니까. 



B의 필요


1. 사회가 당신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B : 사회가 나한테 필요로 하는 건, 한국사회가 나에게 필요로하는 것은 능력인 것 같다. 한국사회는 능력주의니까. 능력이 없으면 해낼 수도, 인정받을 수도 없다. 인정 받아야 살 수 있는 사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능력은 다양하지 않은가. 기술적인 면도 있고, 공부도 있고. 어쨌든 전체적으로 능력 하나는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2. 당신이 삶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B : 사랑? (웃음) 근데, 모든 종류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듯. 항상 사랑이 고픈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이 세상이 따뜻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사랑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지와 영주>에서 천국을 얘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사람이 사랑받고 사랑을 주며 사는 상태가 내가 꿈꾸는 세상이다. 사람이 사랑이 있어야 할 힘도 나고, 이겨낼 힘도 나고, 남을 사랑하는 마음도 생기는 것 같아서. 사랑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 인생에, 사랑이 많았으면 좋겠다. 남을 사랑하기 위해서, 나도 사랑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3.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B : 이것도 사랑. 그리고 희망. 사람들이 너무 비관적이다. 다들 사랑이 없다. 아니, 사랑은 하는데 그 사랑이 너무 특정인에게 국한되어있다. 사회가 서로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거나 인 것 같아서. 나는 다 사랑했으면 좋겠다. 서로를 사랑으로 보듬어줄 필요가 있다. 근데 사회는 비관적이고 날카롭다. 무서워! 아직 따뜻한 세상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진다. 근데 사랑이 부드럽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희망이 필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비관적이고 능력주의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하나씩 포기하니까 현실에 부딪혀서. 좋아하는 시 중에 <바다와 나비> 라는 시가 있다. 나비는 바다가 무 밭인 줄 알고 뛰어들었다가 날개가 젖는다. 그렇게 현실에 부딪히더라도 그냥 도전하는... 그런 시인데, 그걸 굉장히 좋아한다. 우리는 현실 앞에 무너지니까. 현실 앞에 굴복하니까. 근데 나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 김기림, 「바다와 나비」


4. 자신의 필요와 사회의 필요중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B : 없지는 않지. 사랑하고 꿈꾸는 것도 능력이니까. 이것도 대단한 능력이니까. 사람들이 그 능력의 가치를 몰라서 문제지. 그 능력의 가치를 알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텐데. 그 진가를 몰라보니까. 사랑과 희망이 있는 사람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세상인 것 같다. 그게 대단한 능력인 건 맞으니까. 능력적인 걸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겹친다고 생각한다.


5. 근본적인 필요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B : 행복과 안정을 위해서.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 능력이 필요한 사횐데, 사랑하고 희망하다보면 안정적인 사람이 되기도 하니까. 불안보다 안도하면서 사는 삶이 더 삶이 되니까. 우리가 더 안정적이고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가 생겨나는 것 같다. 사회에서 인정받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려면 능력을 필요로 하고. 나는 근데 안정을 필요한 게 사랑과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 능력 안에 사랑과 희망이 포함되는 거지. 필요의 목적? 진짜 안정적이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아. 



C의 필요


1. 사회가 당신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C : 한 사람으로서의 몫을 하는 거. 그 정도. 오히려 너무 많은 걸 하면 시기 질투도 받는 것 같고. 그냥 한 사람의 몫을 하면서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닐까. (적극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없다고 느끼시는지?) 뭔가 사회는, 단체니까. 적극적이라고 하기에는... 사람이면 적극적으로 할 수는 있는데, 사실 단체에서는 구성원으로서 바라는게 적극적으로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필요보다는 저지같은 느낌이 맞는 것 같다.


2. 당신이 삶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C : 돈. 뭔가, 마음을 쓸 수 있는게 어쩔 수 없이 돈이 있어야 할 때가 있다. 내가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보내며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배우고 싶은 것도 배우려면 돈이 필요한 것 같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 필요한건가?) 그런 것도 있고,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다... 그런 느낌은 많이 못받는 것 같다. 돈이 물론 많을 필요는 없지만, 어느정도는 있어야, 그때부터 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이다.


3.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C : 자기 결핍을 건강하게 해소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자기가 어떤 곳이 비면 누군가를 바로 비난하면서 그걸 풀게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근데 그게 너무 불건강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왜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는 걸까?) 똑같은 말이기는 한데, 사람들이 결핍을 건강하게 해소하지 못해서? 유교적인 그런 것 때문에, 안 된다는 기준 선이 높은 거랑, 자기 의사표현을 확실하게 하게 된 세대적 분위기가 만나서 이렇게 된 것 같다. 꽉막힌 것과 자기표현이 합쳐져서 이상해진 것 같은 느낌. 자기 결핍을 해소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부분이 맞는 것 같다. 사회로 인해 손해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MZ세대 전 분위기는 뭔가 주어진 일을 열심히해야 나에게도 돌아보는 게 많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내가 내 이익을 챙겨야한다고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돌아오지 않으면 손해본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목적 잃은 채 방황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백점의 인간상이 존재하는 한국. 그 존재만으로 사람의 점수를 매길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게 너무 이상하다. 조금이라도 거기서 벗어나면 욕 먹고. 결혼하는 나이도 정해져있고, 만나야 되는 남자친구 직업도 정해져있고. 


4. 자신의 필요와 사회의 필요중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C : 안정감을 찾으려고 하는 부분에 있어서, 그 과정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싶은 게 나에게도 해당되는 것 같다. 내가 건강하게 사고하지 못하면 정신적으로 힘든 것처럼, 사회 속에서 건강한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으면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5. 근본적인 필요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C : 결핍된 부분을 채워야 할 것 같기 때문에. 불안정하다고 느끼면, 채우려고 하는 게 기본 욕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걸 계속 채우려고 노력하다보면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그게 가장 이상적인 목표자, 지향점이고. 



당신의 필요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삶을, 어떤 사회를 살아가는가? 이 다섯가지 질문들이 당신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지 고민해볼 수 있도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