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요구되는 바가 있음 - 신예원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필요를 가진다. 그 필요는 어디서 기인되는 걸까. 우리의 필요는 무엇을 향해 존재하는 걸까. 당신의 필요는 무엇인가? 그 필요는 왜 생겨나는가. ‘필요’는 그대로 목적이거나, 목적을 설명하는 가장 밀접한 감정이다. 필요를 좇음으로써 우리는 삶과 세계, 그리고 지향점을 드러낼 수 있다.
다섯 가지의 질문을 통해 A, B, C라는 세 사람과 만나보았다.
1. 사회가 당신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 한 인간으로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 도덕적, 윤리적 의무. 법 잘 지키고, 하고 싶은 거 하는 범위 내에서 지킬 것만 지키게 하는 것 같다. 표면적으로 본 사회가 그런거지, ‘한국’사회는 또 다른 느낌이 든다. 나는 지금 10대고,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입장에서 사실 학벌과 같은 압박이 존재하긴 한다. 어느정도 높은 위치에 가야한다는 인식들이 있는 것 같다. 이게 사회가 나한테 필요로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나에게 이런 인식을 가지게 만드려는 건지, 그게 사회에서 필요한건지. 부정적인 방향으로든, 긍정적인 방향으로든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2. 당신이 삶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A : 내가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깊은 관계. 요즘 진짜 많이 느끼는건데, 나는 사람이랑 그렇게 깊은 관계를 맺은 적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해도 되는 지 모르겠지만 가족은 조금 당연한 존재고, 친구는… 또 다른 결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깊은 관계를 정의해본 적은 없지만 지금까지와 결이 다른 깊은 관계를 가지고 싶다. 새로움이 필요하다. 인턴십 하면서 진로를 많이 생각해서 그런지. 내 바운더리가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넓히고 싶은데, 넓히기 위해서는 어쨌든 새로운 세계를 위해서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새로움이 필요한 것 같다. 인간관계도 넓히고 싶고, 분야도 넓히고 싶고. 확장의지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내가 사는 세계가 좁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새로운 걸 알지 못하면 내 속에 갇혀있게 되고, 그럼 더 이상 발전이 없는 것 같다.
3.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A : 한국 사회에는 여유가 필요하다. 여유와, 객관화. 우리 사회에는 한 발 물러서서 우리가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 분들을 비하하는 건 아니고. 우리 사회가 지금 잘못된 게 뭔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들 횡포도 그렇고, 정부도 그렇고, 많이 혼란스러운데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너무 이기적이다. 이타심이 필요하다. 사회가 너무 차가워. 각박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일 수 밖에 없지만.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생기는 비 인간적인 일들이 많잖아 사실. 비 윤리적인 행동도 너무 많고. 이타심이 그래서 필요한 것 같아.
4. 자신의 필요와 사회의 필요중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A : 내가 살아가는 곳이 사회이기 때문에, 당연히 겹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왜 근데 드러나지 않을까요?) 개인과 집단이기 때문에 다르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과, 내 개인적인 필요는 다르니까. 다르게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5. 근본적인 필요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 발전을 추구한다는 것. 발전과 성장을 추구한다는 것. 그게 필요의 근본적인 목적인 것 같다. 원해서 필요로 하지 않는가. 우리가 원하는 것, 보편적으로 원하는 것은 당연히 성장이자 발전이니까.
1. 사회가 당신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B : 사회가 나한테 필요로 하는 건, 한국사회가 나에게 필요로하는 것은 능력인 것 같다. 한국사회는 능력주의니까. 능력이 없으면 해낼 수도, 인정받을 수도 없다. 인정 받아야 살 수 있는 사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능력은 다양하지 않은가. 기술적인 면도 있고, 공부도 있고. 어쨌든 전체적으로 능력 하나는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2. 당신이 삶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B : 사랑? (웃음) 근데, 모든 종류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듯. 항상 사랑이 고픈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이 세상이 따뜻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사랑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지와 영주>에서 천국을 얘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사람이 사랑받고 사랑을 주며 사는 상태가 내가 꿈꾸는 세상이다. 사람이 사랑이 있어야 할 힘도 나고, 이겨낼 힘도 나고, 남을 사랑하는 마음도 생기는 것 같아서. 사랑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 인생에, 사랑이 많았으면 좋겠다. 남을 사랑하기 위해서, 나도 사랑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3.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B : 이것도 사랑. 그리고 희망. 사람들이 너무 비관적이다. 다들 사랑이 없다. 아니, 사랑은 하는데 그 사랑이 너무 특정인에게 국한되어있다. 사회가 서로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거나 인 것 같아서. 나는 다 사랑했으면 좋겠다. 서로를 사랑으로 보듬어줄 필요가 있다. 근데 사회는 비관적이고 날카롭다. 무서워! 아직 따뜻한 세상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진다. 근데 사랑이 부드럽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희망이 필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비관적이고 능력주의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하나씩 포기하니까 현실에 부딪혀서. 좋아하는 시 중에 <바다와 나비> 라는 시가 있다. 나비는 바다가 무 밭인 줄 알고 뛰어들었다가 날개가 젖는다. 그렇게 현실에 부딪히더라도 그냥 도전하는... 그런 시인데, 그걸 굉장히 좋아한다. 우리는 현실 앞에 무너지니까. 현실 앞에 굴복하니까. 근데 나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4. 자신의 필요와 사회의 필요중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B : 없지는 않지. 사랑하고 꿈꾸는 것도 능력이니까. 이것도 대단한 능력이니까. 사람들이 그 능력의 가치를 몰라서 문제지. 그 능력의 가치를 알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텐데. 그 진가를 몰라보니까. 사랑과 희망이 있는 사람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세상인 것 같다. 그게 대단한 능력인 건 맞으니까. 능력적인 걸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겹친다고 생각한다.
5. 근본적인 필요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B : 행복과 안정을 위해서.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 능력이 필요한 사횐데, 사랑하고 희망하다보면 안정적인 사람이 되기도 하니까. 불안보다 안도하면서 사는 삶이 더 삶이 되니까. 우리가 더 안정적이고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가 생겨나는 것 같다. 사회에서 인정받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려면 능력을 필요로 하고. 나는 근데 안정을 필요한 게 사랑과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 능력 안에 사랑과 희망이 포함되는 거지. 필요의 목적? 진짜 안정적이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아.
1. 사회가 당신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C : 한 사람으로서의 몫을 하는 거. 그 정도. 오히려 너무 많은 걸 하면 시기 질투도 받는 것 같고. 그냥 한 사람의 몫을 하면서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닐까. (적극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없다고 느끼시는지?) 뭔가 사회는, 단체니까. 적극적이라고 하기에는... 사람이면 적극적으로 할 수는 있는데, 사실 단체에서는 구성원으로서 바라는게 적극적으로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필요보다는 저지같은 느낌이 맞는 것 같다.
2. 당신이 삶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C : 돈. 뭔가, 마음을 쓸 수 있는게 어쩔 수 없이 돈이 있어야 할 때가 있다. 내가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보내며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배우고 싶은 것도 배우려면 돈이 필요한 것 같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 필요한건가?) 그런 것도 있고,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다... 그런 느낌은 많이 못받는 것 같다. 돈이 물론 많을 필요는 없지만, 어느정도는 있어야, 그때부터 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이다.
3.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C : 자기 결핍을 건강하게 해소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자기가 어떤 곳이 비면 누군가를 바로 비난하면서 그걸 풀게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근데 그게 너무 불건강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왜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는 걸까?) 똑같은 말이기는 한데, 사람들이 결핍을 건강하게 해소하지 못해서? 유교적인 그런 것 때문에, 안 된다는 기준 선이 높은 거랑, 자기 의사표현을 확실하게 하게 된 세대적 분위기가 만나서 이렇게 된 것 같다. 꽉막힌 것과 자기표현이 합쳐져서 이상해진 것 같은 느낌. 자기 결핍을 해소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부분이 맞는 것 같다. 사회로 인해 손해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MZ세대 전 분위기는 뭔가 주어진 일을 열심히해야 나에게도 돌아보는 게 많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내가 내 이익을 챙겨야한다고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돌아오지 않으면 손해본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목적 잃은 채 방황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백점의 인간상이 존재하는 한국. 그 존재만으로 사람의 점수를 매길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게 너무 이상하다. 조금이라도 거기서 벗어나면 욕 먹고. 결혼하는 나이도 정해져있고, 만나야 되는 남자친구 직업도 정해져있고.
4. 자신의 필요와 사회의 필요중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C : 안정감을 찾으려고 하는 부분에 있어서, 그 과정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싶은 게 나에게도 해당되는 것 같다. 내가 건강하게 사고하지 못하면 정신적으로 힘든 것처럼, 사회 속에서 건강한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으면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5. 근본적인 필요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C : 결핍된 부분을 채워야 할 것 같기 때문에. 불안정하다고 느끼면, 채우려고 하는 게 기본 욕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걸 계속 채우려고 노력하다보면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그게 가장 이상적인 목표자, 지향점이고.
당신의 필요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삶을, 어떤 사회를 살아가는가? 이 다섯가지 질문들이 당신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지 고민해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