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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Aug 11. 2022

급식과 결식에 관하여

김동현


  점심시간. 수업과 종례가 끝나고 복도를 걷다 보면 언제나 결식하려는 친구들이 한두 명씩 꼭 나타난다. 급식위원장이자 한 명의 이우 급식을 소비하는 사람으로서 그 친구들에게 급식을 먹으라고 하면 가끔 질문이 나온다. ‘왜 급식을 먹어야 하냐’부터 ‘어차피 급식은 우리 엄마 아빠가 내는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까지. 결식을 합리적으로 포장하기 위해, 혹은 이우 급식 철학을 이해하지 못해 하는 질문들에 대해 이 글을 통해 답변을 드리고자 한다.



급식을 왜 먹어야 하는가


  매일 점심시간마다 나오는 급식. 사실 별거 아닌 것 같고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그 역사는 매우 깊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급식의 역사는 조선 초기까지 올라간다. 「의정부에서 예조의 공문을 근거로 말하기를, “사부학당의 학생들에게 한 끼니 식사를 항상 주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토론하며 책을 읽게 하였다.」라는 기록이 실제로 남아있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지나 광복 이후 외국의 원조로 급식은 본격적으로 확대되었다.

  그럼 도대체 왜 이 옛날부터 급식은 존재했던 것일까? 광복 이후 생겨난 급식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경제적 침체로 결식 아동이 다수 발생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생겨났다. 이후에는 어린이의 체력 향상과 평등실현, 식습관 개선, 식사 예절 교육, 그리고 가정에서의 부담 경감 등으로 그 필요성이 조금씩 바뀌어 왔다. 그러나 전 시대를 통틀어 급식의 궁극적인 목표는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는 것으로 성장기 아이들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증진시키고,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급식은 우리들의 건강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급식은 조리사뿐만 아니라 ‘영양사’라는 꽤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하다. 급식의 종류는 다양하되, 영양소는 매일 비슷한 적정치를 유지하며 그 영양소 간의 균형마저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한술 더 뜬다. 그냥 시판 제품만 써도 될 걸 굳이 직접 조리실에서 다 만들고, 되도록 유기농에 친환경, 국산 제품을 쓰려고 노력한다. 재료들도 손질되지 않은 채로 들어오기에 직접 일일이 깎고, 빼고, 볶고, 삶아야 한다.

  이만큼 급식이란 것은 우리의 영양학적 건강을 지켜주는 하나의 의료 서비스로도 볼 수 있으며, 특히 우리 학교는 이우 급식 철학도 담고 있어 하나의 훌륭한 수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왜 결식을 하면 안 되는가


  우리의 몸은 계속해서 에너지를 소비한다. 움직이고, 생각하고, 웃고, 심지어 그냥 가만히 숨만 쉬어도 우리의 몸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설계되어있다. 심지어 성장기인 우리의 몸은 몸을 성장시키느라 성인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결국 계속해서 살아있기 위해선 무언가를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몸에는 필요한 영양소가 있다.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뿐만 아닌 비타민, 무기질, 물 등 부가적인 영양소 또한 건강하기 위해선 섭취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율을 우리 주변에서 가장 정확하게 맞춘 것이 바로 급식이다. 급식은 하루 세 끼를 먹는다는 전제하에 현재 우리 나이대에 필요한 영양소의 양을 계산하여 제공된다. 즉, 급식을 먹지 않고 다른 음식을 섭취하거나 아예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을 경우 우리의 몸에는 영양소가 불균형 상태 혹은 부족한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경우 한순간의 배고픔뿐만 아니라 일정한 시간에 제공되지 않는 영양소로 인해 신체 리듬이 깨져 비만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학습력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어 이후 수업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또한 결식은 곧 본인 몫만큼의 급식을 음식물 쓰레기로 바꾸는 과정이다. 법적으로 급식은 학교 밖으로 반출이 불가능하다. 국가 세금으로 제공되는 것이기에 횡령의 여지가 있고, 싸간 급식이 상해버려 그 사실이 알려진다면 급식실 전체를 조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은 급식은 버려질 수밖에 없다. 이는 당연하게도 환경파괴로 이어지며, 급식을 만들면서 발생한 환경파괴도 아무런 의미 없이 발생시킨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결식은 밥 선생님들의 노고를 가볍게 짓밟는 행위이다. 밥 선생님과 영양사 선생님은 아침 7시 즈음에 학교에 올라오신다. 급식실에 도착하시면 곧바로 오늘 만들 메뉴와 공지 사항을 체크하고 배달 온 재료를 검수한 뒤 조리를 시작하신다. 중학교 180명, 고등학교 240명, 총합 420명. 거기에 선생님들까지 더하면 대략 450~500인분의 식사를 조리해야 한다. 보통 고역이 아닐 것이다. 심지어 재료들은 전처리도 안 되어 있어 다른 학교의 조리사분들에 비해 더 많은 노동을 하셔야 한다. 심지어 인원도 그리 많지 않다. 다섯 분이다. 단순 계산식으로만 해봐도 한 명이 100인분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결식을 하는 것은 이러한 노력을 그저 외면하고 무시하는 것이다. 결코 옳은 행위는 아닐 것이다.



맛이 없는 이유


  결식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터이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절반 이상은 ‘맛’ 때문일 것이다. 맛이 없다. 이우 급식 메뉴를 보며 흔히 하는 이 말에서 우리가 말하는 ‘맛’의 기준은 대부분 외부에서 파는 음식이다. 치킨, 피자, 마라탕, 라면, 떡볶이. 우리가 말하는 맛있다는 음식들은 대부분 자극적인 맛이 강하다. 또한 대부분 화학조미료를 사용하며, 이는 다시마를 원료로 한 감칠맛을 주 베이스로 잡는다. 우리가 ‘맛있다’라고 하는 맛은 결국 이 다시마 베이스의 화학조미료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혹은 자극적인 맛으로 전부 메꿔버렸던지 말이다.

  그러나 급식, 특히 이우 급식은 그것과는 정반대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맵고 짜고 단 맛보단 음식 고유의 맛을 느끼는 것이 이우 급식이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간도 되도록 약하고 애초에 영양소를 맞추기 위해 염분도 낮다. 덕분에 치킨과 라면에 익숙해진 우리의 혀는 이를 ‘맛없다’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음식 본질의 맛과 자극적인 맛 혹은 화학조미료. 어느 쪽이 맞는 것일까.



세금으로 만들어진 급식


  급식은 물론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 맞다. 중학교 4410원 고등학교 4680원. 전부 교육청에서 지원이 온다. 인원수만큼 온다. 그리고 이 지원금은 당연하지만 우리의 부모님이 낸 세금으로 이루어진 것이 맞다.

  그러나 우리 부모님이 낸 세금이라고 이것을 소비하는 하나의 ‘상품’으로 본다면 이는 이우 급식 철학뿐만 아니라 이우 철학에도 위배 되는 행동이다. 써 이자에 벗 우자를 쓰는 우리 학교의 이름은 그저 ‘와! 우리는 모두 친구로 친하게 지내자!’가 아닌 ‘세상을 친구로서 생각하며, 모든 것을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로 생각하는 것’이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우 급식을 그저 상품으로 보는 것은 위에서 설명했듯이 밥 선생님들의 노고뿐만 아닌 그 재료를 운반해주시는 기사님, 농산물을 생산하시는 농부님, 고기를 제공해주시는 축산업 종사자님. 이외에도 수많은 사람 들의 마음을 그저 ‘상품’이라는 싸구려 말로 덧붙여버리는 행위일 뿐이다. 또한 이 논리대로라면 우리의 수업 또한 국가에서 주는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선생님들이 진행하시는 수업 또한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하는 것과 같다. 이는 우리 학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소비자적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잔반 제로라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 또한 편식이 굉장히 심한 편이며, 마음속으론 결식하고 싶을 때도, 맛없다고 느낄 때도 존재한다. 그러나 급식이 담은 여러 가치와 마음, 이것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여러 사람의 노고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힘이 나게 된다.

  일완지식 합천지인(一碗之食 合天地人)이란 말이 있다. 밥 한 그릇에 하늘과 땅과 사람이 들어있다는 뜻이다. 이렇듯 밥을 먹는 것은 세상을 먹는 것이며, 또 하나의 교육이자 살아있다는 증명이다. 급식을 먹을 때 이 말을 한 번씩이라도 떠올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급식을 먹길 바라는 바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교육의 미래 _ <교육광장> VOL.79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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