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우의 비진학입니다
원래는 확실하게 정하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계속 사람들한테 “앞으로 뭘 할거냐”는 질문들을 받다 보니까 그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 답을 찾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거나, 대학에 가고 싶은 이유하고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거 같아서, 지금은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것들 리스트를 작성해요. 너무 미래에, 스무살에 뭐하지 생각하니깐 너무 막막하더라고요. 지금은 여행을 다닌다거나 내가 직접 일해서 돈을 번다거나 그런 경험을 하고 싶어요.
우리는 학교생활만 해도 버거운 삶이잖아요. 고3도 그렇게 다르진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처음엔 그 고민도 많았고, 지금도 계속 가지고 있는 고민인데, 지금 애들 수시 넣고 있는 기간이거든요. 그래서 애들 밤도 새고 그러는데, 나는 잘 자고 잘 먹고 있으니깐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힘들어하면 안 될 거 같고... 그런 생각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것보단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고 있고, 제 삶도 그렇게 시간이 많이 남는 삶이 아니고 해서 그런 생각 안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일단 이번 고3에는 뭐든지 제가 하고 싶은 거 많이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선배들이랑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전시회를 기획하기도 하고 있고, 열아홉 프로젝트라고 졸업 작품 비슷한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고,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걸 시간을 내서 하려고 하는 편이예요.
뭔가 딱 한 번의 계기나 그런 건 없었던 거 같아요. 자연스럽게 살다보니까 요즘 대학에서는 배우는 게 없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왔고, 그리고 우리 학교의 선배들이 막상 대학에 가보니 고등학교 때보다 못 미치는 수준이여서 실망을 많이 했다더라...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비진학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성적이 안 되니까 애초에 생각도 안하려고 했던 것도 있었던 거 같은데, 그래도 그것보다 내가 대학에서 배우고 싶었던 게 딱히 없었던 이유가 강했던 거 같아요.
저희 학년 팀 선생님들이 비진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길 원하세요. 그 이유가 진학, 비진학이라는 말이 되게 이분법적이잖아요. 고삼이면 대학을 가거나 안 가거나 두 가지 말로 표현한다는 뜻인데, 대학을 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굉장히 많은 길이 있고, 대학을 가지 않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많은 길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말을 사용하는 걸 원치 않으세요. 그런데 막상 말로 설명하려면 비진학이라는 단어밖에 없더라고요. 비진학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바꿔나가고 싶은데 어려운 것 같아요.
비진학이라고 하면 그 다음에 따라오는 질문이 되게 많아지잖아요. 대학을 간다고 하면 무슨 학과를 갈 거냐, 무슨 대학을 갈 거냐. 하는 질문들에서 그치는데, 비진학이라고 말하면 그 다음에 왜 그런 선택을 했냐, 어떻게 살아갈 거냐, 그런 질문부터 시작해요. 기본적으로 비진학을 선택한다고 하면 예술을 하거나 일자리를 찾으려고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어서, 그런 것이 불편한 것 같아요... 가깝거나 친한 사람이 물어보는 건 괜찮은데, 처음 보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이 책임감 없이 던지는 질문들이 불편했던 것 같아요.
저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입장이라서 어떤 답은 못하겠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어서 인터뷰를 많이 하러 다니고 있어요. 처음에는 대학을 가지 않는 선배들을 인터뷰 하다가, 이젠 사회에 나가 있는 어른들까지 인터뷰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살아가는 게 완전히 혼자만의 일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럼에도 계속 불편한 점이 없지는 않아요. 학교 안에서 대학을 가는 친구들이 더 많다보니까 조회시간에도 대학이야기를 계속 한다거나 하는 부분들도 있죠. 그런데 그건 그냥 제가 알아서 넘겨서 듣고, 신경 쓰지 않으면 되는 문제인 것 같아요.
미리 보내준 질문을 보고 많이 생각을 해봤어요. 뭐가 좋을까? 제가 좋아하는 것들, 잘하는 것들 다 생각해봤지만... 잘 모르겠어요. 그것들이 나라는 사람을 표현할 수 있을지. 근데 고3이라는 선입견은 다른 사람들이 씌운 거잖아요. 고3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선입견이 되게 싫더라고요. 어디를 가서 나이를 물어 대답하면, “많이 힘드시겠네요...”라는 반응부터 나오곤 하는데 그 말부터가 조금 불편했어요. 그래도 저를 설명할 수 있는 건 고3보다는 열아홉이라는 말인 거 같아요. 고3이라는 건 엄청 불안하고, 엄청 힘든 시기라고 해요. 분명 맞는 말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대학 때문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저는 다양한 열아홉이 있다는 게 더 중요한 거 같아서, 저를 열아홉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곽도은 위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