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표, 임금비, 양지원
‘핑크 택스’란 의류나 미용실 등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남성용보다 여성용이 비싼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들이 여성용 제품에 주로 핑크색을 사용해 붙여진 명칭이다. 남성은 남성용 제품을 사는 경우, 여성은 여성용 제품을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둘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 뉴욕 소비자보호원이 2015년 24개의 온·오프라인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800개 제품의 남녀용 가격 차이를 조사한 결과, 여성용이 비싼 제품은 42%로 나타난 반면 남성용이 비싼 제품은 18%에 불과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핑크택스 논란이 불거졌다. 탑텐, 무신사, 지오다노 등 SPA 브랜드에서 같은 가격이어도 남성복을 여성복보다 품질이 더 좋게 만든다는 것이다. 여성신문의 기사 <여성들이 남성복 찾는 이유…유행 내세운 ‘핑크택스’>에 따르면 탑텐 ‘옥스퍼드 셔츠’ 안 쪽 마감이 여성 셔츠는 오버로크, 남성 셔츠는 쌈솔 방식으로 서로 다르게 되어있다. 셔츠의 가격은 2만 9900원으로 동일하지만 오버로크는 한 번만 박음질 하면 끝나고, 쌈솔은 다림질과 두 번 이상의 박음질이 필요하다. 또 같은 가격의 슬랙스도 남성용 슬랙스는 뒷주머니가 깊고 튼튼하며 별도의 단추도 달려있지만, 여성슬랙스는 가짜 주머니였다.
지오다노의 기본 무지 티셔츠 목 부분에서도 위와 같은 차이점이 있었다. 남성 티셔츠의 목 뒷부분은 목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백넥 테이프(해리 테이프)’를 덧대었지만, 여성 티셔츠는 덜 깔끔한 오버로크 방식으로 마감됐다. 각 제품의 가격은 남성 티셔츠 9800원, 여성 티셔츠 1만2800원으로 마감처리가 비교적 덜 튼튼한 여성복이 3000원 더 비쌌다.
2020년 3월 초, 한국의 대표적인 편집샵 무신사 또한 핑크 텍스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무신사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남성용 슬랙스는 훌륭한 기능을 자랑하였다. 기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여성에게도 인기를 얻자 무신사 스탠다드는 남성용과 유사한 소재와 디자인을 넣은 여성용 슬랙스를 출시하였다.
하지만 여성용 슬랙스는 기능을 강조한 남성용 슬랙스와 너무도 달랐다. 남성용 슬랙스는 정가 3만 9000원에 판매되었다. 반면 여성용 슬랙스는 이보다 1000원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가 진행됐다. 또한, 남성용 슬랙스가 뛰어난 기능으로 여성들에게도 인기를 얻은 데 반해, 여성용은 슬랙스의 인기 요인인 기능성을 빼고 디자인을 중점으로 만들어 출시되었다. 남성용 슬랙스와 달리 여성용 슬랙스는 히든 밴딩과 실리콘 프린팅이 삭제되었고, 바지 뒷편 주머니 대신 페이크 포켓이 달리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무신사 Q&A 게시판에는 다양한 항의 글이 올라왔다. 핑크 텍스와 성차별 논란에 대해 ‘두 슬랙스는 기획 의도가 다르며, 남성용 슬랙스는 기능에, 여성용 슬랙스는 기능성보다는 실루엣을 강조해 만든 제품’이며 ‘페이크 포켓의 경우 사내 여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였을 때 나온 결과를 토대로 제작’했고, ‘히든 밴딩과 실리콘 프린팅은 삭제하여도 원가 절감의 효과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게시판에 많은 양의 항의 글이 올라오자 무신사는 해당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성별 차이를 없앤 바지를 출시했다.
많은 사람들의 문제제기로 인해 무신사 등의 패션스토어는 성별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나갔다. 이 결과, 의복의 성별 불평등에 대한 문제가 많이 개선되었다. 성별 불평등 문제가 사라져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요즘 mz세대에서 떠오로는 패션 트렌드와도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
흔히 ‘젠더리스 룩’이라 불리는 것이다. ‘젠더리스 룩’은 성과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옷차림을 즐기는 새로운 패션 경향을 이르는 말이다. 젠더리스 룩이 유행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한쪽 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고, 만들어진 옷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런 현상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다양한 옷을 선택할 권리를 준다. 이제는 남성이 액세서리나 메이크업을 하고 여성이 정장이나 넥타이 등을 착용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젠더리스는 의류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젠더리스 현상의 보편화로 인해 이제는 누구나 성별에 맞는 디자인의 옷을 구매하지 않고 자신과 어울리는 스타일의 옷을 선택해서 살 수 있다. 의류 브랜드들도 이러한 현상에 맞는 '젠더리스 룩'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 성별이 뚜렷하게 정해인 의류는 더 이상 우리 사회와는 맞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