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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Nov 01. 2022

마약이 궁금하다

김가진

  수리남, 돈스파이크.. 현재 대한민국 내에서 마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요즘, 예전보다 마약에 대한 접근이 쉬워진 탓일까, 마약 흡입&투약으로 기소되는 연예인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마약 청정 국가’였다. 12년 당시 마약 적발건수는 232회, 적발총량은 약 34kg이었지만, 21년의 마약 적발건수는 1054회, 적발총량은 약 1270kg으로 적발건수는 약 5배 증가했고 적발총량은 약 37배 증가했다.


  이는 마약 유통의 수단이 대면 등 오프라인에서  텔레그램, 트위터와 같은 온라인으로 옮겨지며 접근이 용이해진데다, 구매자가 체포되어도 판매자를 특정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나, 대마초와 헤로인보다 몇백배 중독적인 펜타닐, 각종 아류 마약의 등장으로 마약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더이상 마약 청정 국가라고 칭할 수 없는 상태까지 오게 되었다.

  이렇게 마약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만큼, 마약이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번 기사에서는 마약의 역사와, 마약의 중독작용은 무엇 때문인지 설명하겠다.


   마약은 진통제로부터 시작됐다. 인간은 통증에 매우 취약하게 설계되어 있는데, 일반적인 동물들과는 다르게 가벼운 두통 혹은 복통만 생겨도 작업 효율이 매우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골절 혹은 위염같은 지속적인 통증이라면, 인간은 절대 자연적으로 이 통증을 극복할 수 없다. 이에 필요한 것이 바로 진통제였고, 인간은 역사상 최고의 진통제 ‘모르핀’을 찾아냈다. 


  오늘날의 각종 화학기술이 접목된 진통제들도 모르핀을 능가하는 진통제는 찾아볼 수 없다.

모르핀은 양귀비 씨방에서 얻을 수 있는데, 양귀비 꽃이 진 후 며칠이 지나면 손바닥 정도의 씨방이 남는다. 이 씨방에 상처를 내면 하얀 즙이 떨어지는데, 이 즙을 모아 말리면 우리가 잘 아는 ‘아편’이라는 마약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아편은 약 10%의 모르핀을 함유하고 있다.

“이 약을 섞은 술을 마신 자는 눈앞에서 가족이 죽어도 한나절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중 일부, 아편을 얘기한 것으로 추측된다.


  신석기 시대 스위스부터 고대 그리스까지 아편을 사용한 흔적들은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와 더불어 부정적인 측면을 경계했기에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고, 그 약효가 정립되지 않았기에 17세기까지 빛을 보지 못했다.


  17세기 후반, 영국에서 술에 아편을 녹인 ‘아편팅크’가 개발되었고, 이는 감기부터 강력한 통증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이때부터 아편의 마수가 서서히 뻗치기 시작한다. 


  18세기에서 19세기까지 약 100년간 아편 중독자가 급증한다. 그리고, 그 무렵 아편에서 모르핀을 분리하는 기술이 발견된다.


  1803년 약제사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제르튀르너’는 아편에 산과 염기를 더해 불순물을 없애는 방식으로 유효결정을 추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이 성분이 수면유도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잠의 신인 모르페우스의 이름을 따 ‘모르핀’이라 명명한다.


  이후 19세기 중반에는 피하주사기가 개발되어 이 아편을 주사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남북전쟁(미국)이 발발하면서 남군 쪽에서만 1000만 정의 아편 정제와 56700kg 이상의 아편 관련 약제가 팔렸다. 이때 나온 아편 중독 증상을 ‘군대병’이라 불렀다. 사람들은 점점 아편의 부작용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1874년, 본격적으로 ‘마약’이라는 것이 ‘발명’된다.

영국인 화학자 앨더 라이트(C.R.Alder.Wright)가 모르핀에 아세틸기(Accetyl group, CH3CO)를 결합하여 새 물질을 만들어냈다. 이는 약 20년이 지난 후 독일 제약기업 바이엘에 의해 빛을 보기 시작하는데, 바이엘은 라이트의 물질을 바탕으로 신약을 출시했다. ‘가래를 제거하는 진해 효과가 탁월하며 마약 중독성을 해결했다’라고 광고했다.


  다만 안타깝게도, 이 신약의 중독성은 모르핀보다 훨씬 강력했다. 이 약이 바로 먹으면 영웅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하는 ‘헤로인(heroin)’이며 다른 자료에서난 ‘약 중에 영웅’이라는 뜻으로 헤로인이라고 하기도 한다.


  모르핀에 아세틸기를 추가하면 분자 전체가 기름에 잘 녹는 성질을 갖게 되는데, 우리 몸에서 외부 물질을 막는 역할을 하는 막들은 대부분 기름에 가까운 성질을 띠고 있다. 따라서,

헤로인은 모르핀보다 잘 녹는다 = 막을 잘 통과한다 = 몸에 흡수가 잘 된다!


  인체막을 통과한 헤로인은 인체 작용으로 인해 아세틸기가 사라지게 되고 남은 모르핀을 온전히 작용시킨다. 이가 헤로인이 모르핀보다 강력한 중독성과 효력을 가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마약을 투여했을 때 쾌락을 느끼고 장기간 투여하지 못했을 때 금단증상이 생기는 이유가 뭘까? 이를 알기 위해선 먼저 우리의 몸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1970년대, 생화학자들은 모르핀을 추적해 이 물질이 인간에 뇌 속에서 정착하는 ‘수용체(오피오이드 수용체)’라는 곳을 포착했다(우리 뇌에서 특정 분자가 결합해 정보를 수용하는 곳을 수용체라고 한다). 다만, 겨우 양귀비에서 추출되는 일개 물질을 위한 수용체를 우리 몸 안에 굳이 왜 만들어놨을까?


  여기서 생화학자들은 한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만약 인체가 수용체에서 결합하는 물질을 생산해낸다면? 참고한 자료에서는 이를 열쇠에 빗대 표현했는데, 수용체를 열쇠 구멍이라고 할 때, 모르핀은 체외에 존재하지만 이 열쇠 구멍에 우연히 들어맞는 ‘가짜 열쇠’이며, 모르핀과 같이 쾌락을 주는 역할을 하지만 체내에서 직접 생산되는 ‘진짜 열쇠’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열쇠에 관한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생화학자들은 1970년에서 1980년까지 ‘진짜 열쇠’를 찾아나섰고 1973년 에버딘 대학의 연구자인 존 휴스와 한스 코스털리츠에 의해 오피오이드 펩타이드가 발견되었으며 1975년, 도파민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두 종류의 펩타이드가 발견되었고, 이들은 뇌에서 진통에 관여하는 아편유사수용체(오피오이드 수용체). 즉, ‘열쇠 구멍’에 결합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열쇠 구멍에 결합되는 이 ‘진짜 열쇠’를 Endogenous Morphine, 내재된 모르핀. ‘엔도르핀’이라고 명명했다.


  모르핀의 분자구조는 엔도르핀의 분자구조 왼쪽 아래 끝부분과 특히 닮아있다.

  그렇다면 모르핀이 진통 작용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엔도르핀은 외상적 고통을 입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고통을 완화시킨다. 즉, 엔도르핀은 행복할 때 방출되는 것이 아니라, 고통스러울 때 방출되어 행복하게 만들거나 고통을 완화시킨다는 것이다.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느끼는 쾌감, 근육통의 짜릿한 기분 등은 모두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엔도르핀이 분비되기 때문에 일어난다.


  모르핀은 이 엔도르핀의 대체재-임시방편에 불과하지만, 엔도르핀과 비슷한 쾌락을 가져온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비정상적인 방법은 필연적으로 치명적인 부작용을 동반하게 된다. 이가 바로 모르핀(마약)의 중독성이다. 


  모르핀을 체내에 계속 투여하게 되면 몸은 ‘체내 엔도르핀의 양이 충분하다’라고 생각하여 생산을 감소 혹은 중단하게 되는데, 만약 이때 모르핀 투약이 중단되면 몸은 굉장한 불쾌감, 엔도르핀에 감싸져 인식하지 못하던 고통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금단현상’이다. 대부분의 금단증상과 중독현상이 이와 비슷한 과정으로 생겨난다.


  마약의 금단현상이 여느 금단현상들과는 다르게 더욱 고통스러운 이유는, 엔도르핀의 공급이 중단된다는 것에 있다. 엔도르핀은 ‘쾌락’을 느끼게 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엔도르핀의 공급량이 정상적인 범주에 들어오기까지 몸은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느끼는 고통, 근육의 고통 등 모든 고통을 엔도르핀의 도움 없이 버텨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모르핀을 투여하게 된다면, 금단현상은 속히 사라지겠지만, 엔도르핀 생산능력은 더 떨어지게 된다. 또한, 쾌락에는 상한선이 존재하는데, 한번 이 쾌락의 상한선을 넘기게 되면 다음부터는 그 상한선보다 낮은 쾌락은 쾌락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다음 금단현상을 이겨내기 위해선 더 많은 모르핀이 필요해지게 된다.

  그렇다면 21세기에서 가장 강하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쉽게 중독되는 마약인 펜타닐은 어떨까? 평균적으로 일반 모르핀보다 50~100배 더 강력한 진통효과를 가지고 있다. 펜타닐은 모르핀이나 헤로인과 마찬가지로 아편을 기반으로 하는 오피오이드계(유사아편계) 약물이기에 오피오이드 수용체(열쇠구멍)에 들어맞는데, 더 강한 진통효과를 보여주는 만큼 중독현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린 지금까지 마약이 어떤 것을 이유로 연구되었고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어떤 부작용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마약은 분명 진통제로 연구되었지만, 남용으로 인해 현재의 오명을 쓰게 되었다. 다만, 원래 진통제로 연구되었던 만큼, 더 많은 연구를 통해 부작용을 이겨내고 진통제로써의 역할을 다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또, 여러분은 이런 위험한 부작용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호기심에서라도 마약을 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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