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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Nov 04. 2022

<문 두드려본 적 있나요? - 핼러윈의 의미에 대해>

김리원

“Trick or treat!” 매년 10월 31일이 되면 아이들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집니다. 미국의 문화인데도 불구하고 핼러윈 시즌에는 거리에 핼러윈 느낌이 물씬 나고 특히 영어학원은 핼러윈 준비에 분주합니다. 미국에서 하는 것처럼 호박 바구니에 사탕과 젤리를 챙겨주기도 하고요. 일부 사람들은 귀신이나 마녀 등 핼러윈 분장을 하고 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하죠. 



핼러윈은 미국 문화권에서 ‘모든 성인 대축일, 만성절’ 전 날인 10월 31일 밤을 기념하는 행사입니다. 우리나라의 문화는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 속으로 스며들며 많은 사람들이 챙기는 기념일이 되었습니다. 


핼러윈의 유래는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림으로써 죽은 이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날, 그중에서도 축일이 따로 없는 성인들을 기리는 날이라고 합니다. 아일랜드 켈트족의 전통 축제 사윈(Samhain)에서 유래한 기념일로 알려져 있는데 켈트족들은 사람이 죽으면 1년 동안 사람의 몸에 머물다 간다 생각해서 핼러윈 날 저승문이 열리고 죽은 자 들이 새해를 앞두고  1년 동안 자신이 숨어있을 사람을  고른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가 되면 음식을 마련해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림으로써 죽은 이들의 영혼을 달래고 악령을 쫒았습니다. 이때 악령들이 해를 끼칠까 두려워한 사람들이 자신을 같은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귀신, 유령 등과 비슷한 옷을 입는데 이것이 바로 핼러윈 유래입니다.


‘핼러윈’하면 아이들이 사탕 바구니를 들고 다니고 나눠주는 풍경이 가장 먼저 그려지는데 이러한 풍습은 미국에서 trick of treat (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을 칠 거야)로 불리며 전형적인 핼러윈 놀이입니다. 중세 아일랜드 지방과 모든 망령을 위해 기도하는 날인 만성절이 되면 가난한 이웃에게 음식과 동전을 나눠주는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마녀나 유령 괴물 등등의 분장을 하고는 동네의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핼러윈을 즐깁니다. 


아이들이 들고 다니는 호박 바구니를 ‘잭 오 랜턴’이라고 부르는데 각 집에서 호박의 눈과 코 입을 재미있는 형태로 도려내고 안에다가 초를 넣어서 잭 오 랜턴을 만든다고 합니다. 잭 오 랜턴(Jack-O-Lantern) 에도 유래가 있는데 오래되었다 보니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오지만 대표적인 이야기로는 아일랜드 구두쇠 잭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래전 못되게 살고 악마를 골탕 먹이기까지 한 잭이 있었는데 나중에 잭이 죽자 악마는 일부러 그를 천국도 지옥도 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결국 잭은 이도 저도 못한 채 아일랜드의 추운 날씨 속에서 헤매다가 너무 추워 악마에게 사정을 했고 악마가 준 불덩어리를 순무 속에 넣고 난로 겸 랜턴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순무가 호박으로 바뀌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호박은 인간세상을 돌아다니며 영혼들의 길잡이와 같은 기능을 합니다. 



오늘날 핼러윈은 핼러윈 유래에 비해 상업적으로 변질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 문화도 아닌데 왜 챙기는지 모르겠다며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미국 풍습이었던 핼러윈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자연스럽게 챙기는 축제 중 하나가 되었는데 2010년쯤부터 원어민 강사를 통해 이태원 • 홍대 등에서 빠르게 확산되었고 유통가를 중심으로 각종 상품을 판매하며 분위기를 띄우며 10대 20대 젊은 층이 번화가에서 놀고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상업주의가 결합하면서 퇴폐적이고 자극적인 핼러윈으로 변질되었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도 변종 외래문화를 즐기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생겨났습니다.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꾸준히 되어왔지만 실제로 핼러윈에서 큰 사고가 없어서 행사를 계속 진행해왔는데 2022년 10월 29일 밤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에서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다 보니 한 명이 넘어지며 도미노처럼 사람들이 깔렸고 그 결과 30일 오전 10시 기준 151명이 사망하고 82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이 대참사를 두고 단순히 하나의 사건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핼러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무분별한 변종 외래문화를 아무 생각 없이 즐기는 것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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