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동양인)은 스스로를 표현할 수 없다.
양지원
“그들(동양인)은 스스로를 표현할 수 없다. 다른 누군가가 표현해주어야만 한다.” 철학자 마르크스의 말이다. 오리엔탈리즘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오리엔탈리즘은 ‘오리엔트’에서 유래된 단어이며 오리엔트는 ‘해가 뜨는 방향’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 뜻에서 유래되어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을 의미하게 되었으며, 그 의미가 확대되어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동방세계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근동(서아시아), 중동, 극동(동아시아) 지역을 총칭하는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또 예술사에서 북아메리카나 서아시아의 지중해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얻은 요소들을 이용한 양식을 주제로 다룬 19세기 프랑스 예술가들의 작품을 이를 때 널리 쓰이며 하나의 장르가 되기도 했다.
오리엔탈리즘은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고,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그는 이를 서양의 동양에 대한 이분법적 인식으로 서구 제국주의의 산물로서 동양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한계를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오리엔탈리즘의 핵심 인식 구조는 타자화이다. 타자화란 특정 존재를 다른 존재로 규정함으로써 대상의 이질적인 면을 부각시켜 열등하게 만들고, 그를 기반으로 지배하고 통제하는 방법이다.
그가 해석한 오리엔탈리즘에는 담론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담론으로서의 오리엔탈리즘을 검토하지 않고서는, 계몽주의 이후의 시기 동안 유럽 문화가 동양을 정치적, 사회적, 군사적, 이데올로기적, 과학적, 상상적으로 관리하고, 심지어 생산할 수 있도록 해준 그 거대한 체계적 분과-규율(discipline)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동양인은 (법정에서처럼) 재판받는 존재로, (학과 교과 과정에서처럼) 연구하고 기술되어야 할 대상으로, (학교나 감옥에서처럼) 훈련되고 규율되어야 할 대상으로 창조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든 동양인이 지배적 틀에 끼워 맞춰지고 그 틀에 따라 재현된다는 점이다.” 담론으로서의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을 후진적, 수동적 등 동양적 특징으로만 재구성하여 정의하는 것이지, 동양의 현실과는 무관하다. 즉 이것은 서양을 중심으로 창조된 소설이다.
<씬 시티>, 출처: 네이버 블로그
2003 F/W Christian Dior, 출처: the fashion spot
오리엔탈리즘이 예술로 포장되어 나타나는 작품은 영화, 그림, 패션 등…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영화 <씬 시티>는 부패와 범죄로 가득 찬 죄악의 도시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를 위해 싸우는 이야기이다. 그들은 폭력으로써 악의 도시에서 살아남는데, 일본계 미국인 배우 데본 아오키가 연기한 미호는 목도를 들고 다닌다. 칼보다 총이 전투에 효율적이지만, 일본에 대한 환상으로 '일본인은 일본도로 전투한다.'라는 생각이 반영되었다. 동양을 바라보는 시선에 후진성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캐릭터이다. 2003 F/W 시즌 크리스찬 디올에선 일본의 전통 복식과 얼굴 분장을 과장하여 우스꽝스럽게 나타냈다. 이는 동양의 복식을 기괴하고 우스꽝스럽게 재현한 오리엔탈리즘 성격을 띤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2002년 미국에서는 ‘오리엔탈 용어 사용 금지 법안’이 통과 되었다. 2016년부터는 연방 법규와 공문서에서 오리엔탈 이라는 단어 사용을 금하고, ‘Asian’이라는 단어로 칭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한편 패션계에서는 오리엔탈 룩, 오리엔탈리즘 패션 등 그 의미가 불분명하게 용어의 사용이 남발된다. 오리엔탈리즘은 본래 동방, 동양의 의미를 갖고 있었지만 에드워드 사이드의 저서가 발표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서구의 폭력성, 지배적인 체계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용어로 해석된다. 이러한 단어를 의식 없이 남용하는 것은, 심지어 동양에서조차 널리 쓰이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제는 서구 중심의 이분법적인 편견을 해체해나가야 한다. 여전히 동양을 비하하는 오리엔탈리즘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으므로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중요한 숙제일 것이다.
이미치 출처: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widelywisely&logNo=169219197
https://forums.thefashionspot.com/threads/christian-dior-f-w-2003-04-paris.398650/page-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