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어떠한가?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인하여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 를 의미한다.
-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국제협약 -
2015년, 예멘에서는 수니파 정부군과 시아파 후티 반군 사이의 내전이 발발했다. 유엔난민기구에 의하면, 2017년 11월 기준 예멘을 떠난 난민은 28만여 명이다. 유엔은, 4년차를 맞은 예멘 내전을 올해 최대의 인도주의 위기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예멘을 떠난 난민 가운데 일부는 먼저 말레이시아로 가서 체류하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이 국교이기에 그들을 맞이해 주고, 주거, 식량 등 생활 걱정을 덜어주긴 하지만 난민협약 가입국이 아니다. 그렇기에 난민 수용의 기준이 따로 없고, 이들의 취업도 공식적으론 허용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곤궁한 난민들 입장에서 말레이시아는 오래 머물 국가보다는 ‘1차 정류소’정도밖에 될 수 없었다. 그리고 최근 테러 위험으로 유럽과 대서양 국가들이 난민을 받지 않기 시작했다. 그래서 선택지가 줄어든 예멘 난민들은 한국을 주목했다. 그들에게는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열린 난민 법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한국은 난민 협약국 중에서도 경제적 위상도 높았다. 그래서 예멘 난민들은 한국을 선택했다.
제주도는 현재 무사증 제도(다른 나라에 있기 위해 필요한 비자가 없어도 한 달간 해당 지역에 머무를 수 있게 하는 제도)를 행하고 있다. 무비자 입국 제도다. 제주도는 관광 진흥을 위해 외국인들이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입했다.
이런 배경과 함께 지난해 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제주 간 값싼 직항 노선이 생겼다. 그래서 올해 들어 예멘인 560여명이 제주도에 난민으로서 입국했다.
예멘 난민이 한꺼번에 500명 이상 제주도로 입국했다. 정부는 난민들을 수용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예멘 난민들이 입국한 다음 달인 2018년 6월 1일부터 일단 예멘을 무비자 국가에서 제외했다. 제주도 내 예멘 난민들에 대해서는 제주도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제한 조치도 실시했다.
난민 수용 문제를 둘러싼 찬반 여론 또한 들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이 거의 끝나갈 무렵 6월 29일, 난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크게 대두된 가운데 법무부는 난민법 개정과 난민 심사에 관한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여기엔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을 때에 대한 후속 조치에 관한 내용이 없었다. 여론의 비판이 있었다.
이번 9월에 예멘 난민 중 23명만이 제한적 체류 허가가 났다. 1차로 인도적 체류 허가(난민 요건이 충족되진 않지만 전쟁, 소요사태, 대량의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외국인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일정 기간 체류를 허가하는 것을 약 1년 정도 승인했다.
우리나라는 1992년 12월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아시아 나라 가운데 처음으로 2013년 7월부터 난민법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난민으로 인정받는 경우는 4.1%로 극히 낮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외국인도 심사 대상자의 7.6%인 1540명에 지나지 않는다.
예멘 난민들의 제주도 입국 사실만큼이나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난민 수용 찬반에 관한 논쟁이다. 난민 수용에 찬성하는 측은 주로 선진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이 내전이 발발해 마땅히 갈 곳 없이 도망쳐 온 난민들을 인도주의적 책임감에 따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 측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긴 했으나 극심한 빈부격차와 복지 미비, 노동권이 적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려하자’는 입장이다. 또한 ‘난민을 수용한 유럽에서 테러 사태를 보며 이슬람교도인 예멘 난민들이 우리 사회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난민 찬반을 둘러싼 의견 대립은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6월 30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에서 동시에 열린 난민 찬반 집회(난민에 반대한다. vs 난민 반대에 반대한다.)이다.
1. 난민을 반대하는 이유 요약하자면 이렇다. 우리나라는 지금 예멘 난민들을 도울 처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차라리 국내 빈곤층, 탈북자 등 우리 사회 안에서 열악한 사람들을 돕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슬람국가인 그들로 인해 테러의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2. 난민 반대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자국의 심각한 내전을 피해온 “난민”이다.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난민협약 가입국으로서 우리나라는 제주도로 힘겹게 온 그들을 합법적인 심사를 거쳐 수용해야한다는 입장이다.
3. 여기서 생각해봐야할 것은 이슬람교도인 그들이 위험하기에 추방을 해야 한다는 것엔 모순이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전쟁을 피해 생존하기 위해 긴 과정을 거쳐 한반도까지 도망쳐온 500여 명의 그들을 테러할 위험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 옳은 생각일까? 이슬람 난민들을 전부터 수십만 명 이상 받아온 유럽의 여러 국가들의 테러 사례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의 테러 위협을 외치기엔 제주도에 온 500여명 가량의 난민들이 우리나라를 테러할 상황적 조건은 없다. 우리나라에 장기간 체류하고 있는 무슬림들은 현재 명동, 이태원, 용산 등에도 있지만 그들에 의한 테러는 발생한 적이 없다.
“난민”으로 인정되는 순간 그들은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난민에 대한 국제적 보호란 신체적 안전 이상의 의미를 포함한다. 난민에게는 모든 개인적 기본권을 비롯한 합법적인 외국인 체류자에게 주어지는 것과 똑같은 권리와 지원이 제공되어야 한다. 난민도 언론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및 고통과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를 포함한 시민권을 부여받으며 일반인과 동등하게 사회·경제적인 권리 및 의료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난민에 대한 정의, 난민 협약 中
우리나라는 난민협약 가입국이다.
그리고 제주도는 무사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예맨 난민들 중 일부는 그런 제주도를 선택했다. 하지만 제주도에 많은 숫자의 난민이 입국하자 대한민국은 혼란의 사태에 빠졌다. 제주도민들은 심리적 불안감이 커졌고 난민 찬반을 둘러싼 찬반의견이 갈리며 사회 갈등으로까지 이어 졌다. 예맨 난민들도 제주도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과정은 현재로써는 매우 어렵고 험난해 보인다.
“제도적으로는 그동안 난민과 관련한 법과 절차는 있었지만 정책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국가적 정책이 필요한 때다. 대한민국이 난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또 난민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지, 수용해야하는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어떤 방향, 어떤 규모, 어떤 기구에서 이런 것들을 해내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것 같다.”---- 2018년 8월 1일자 KBS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 황필규(공익 인권법재단 공감변호사)씨의 인터뷰 중에서.
우리나라는 난민 협약 가입국이면서도 난민에 대한 문제에 너무나 무관심했다. 현재까지 추정되는 대한민국으로 온 난민들은 대략 18000여 명인데 그중 난민 인정을 받은 이들은 2.4%에 지나지 않는다. OECD 회원국 중 난민 수용률 꼴찌이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여지껏 전쟁이 진행 중인 세계 각지로부터 온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본 적도 없고, 국민들은 난민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았을 것이다. 난민이라 하면 거진 탈북자들을 연상하는 데에 익숙해있던 우리 국민들이다. 갑작스럽게 제주 공항에 들이닥친 500여 명의 중동계 아랍인들을 보며 놀라고, 생전 본 적 없는, 저 먼 곳에서 전쟁하고 있다는 나라의 사람들의 단체 입국에 대해 적대감과 위협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우리는 좀 더 멀리, 넓게 보아야 한다. 이들은 전쟁을 피해서 도망쳐왔다. 옆집은 폭탄을 맞아 터지고, 가족, 이웃, 친구들은 죽거나 전쟁에 동원되어 생사를 모르고, 자기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환경 속을 빠져나오는 심정은 어땠을까. 일단은 살고 싶어서 그랬을 것 같다. 살기 위해, 모국을 빠져나오며 그들은 자신들이 예멘의 평범한 국민이며 전쟁으로부터 도망쳐 왔다는 걸 입증할 서류를 챙길 시간이나 있을까. 급한 대로 필요한 옷가지들과 최대한의 돈만 챙겨서 예멘을 빠져나왔을 것이다. 이들을 심사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이들이 난민이라는 걸 보고 믿을만한 서류가 없으니 심사하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시간문제이다. 500여 명의 예멘 난민들은 우리가 받지 않으면 어디로 가는가? 갈 곳이 있는가? 지금 제주도에 와있는 이들 대부분이 제주도는 비자 없이도 체류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자신들의 수중의 돈을 탈탈 털어서 어렵게 이곳 한반도까지 왔다. 더 이상 다른 곳으로 갈 여력이나 형편이 전혀 안 되는 이들을 우리나라가 외면한다면 이들은 라이프 오브 파이의 주인공과 다름없는 보트피플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마지막으로 근본적인 질문을 해본다.
“난민”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어떤가?
@서지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