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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un 08. 2020

산이의 I am Feminist 선언은 틀렸다

래퍼 산이가 15일 유튜브에 업로드한 Feminist 노래 캡쳐본


 래퍼 산이가 15일 유튜브를 통해 ‘Feminist’라는 신곡을 공개했다. 산이는 이수역 사건이 일어난 후 sns에 여성이 남성에게 시비를 거는 장면만을 올려 대중들에게 '폭력행위가 어느 시점에 발생했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한 쪽의 치우친 방향만을 올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비슷하게 당일 배우 오초희는 이수역 사건에 대해 “머리 짧다고 때렸다던데...나도 머리 기르기 전까지 나가지 말아야 하나”라는 sns게시물을 올려 대중의 비난을 받았고 당일 삭제조치를 취한 후 개인 sns에 자필 사과문을 썼다. 어떤 경로로 폭력이 이루어졌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한 쪽의 치우친 입장을 게시한 것은 산이와 배우 오초희 모두 동일하지만 이후의 행보는 달랐다. 오초희는 자필 사과문을, 산이는 유튜브에 ‘feminist’라는 노래를 올렸다. 



 I am feminist
난 여자 남자가 동등하다 믿어
봐 여잘 먼저 언급했잖아
엄마 아빠에서 엄마가 먼저 오듯
책도 한권 읽었지
개인적인 것이 곧 정치적인 것
멋진 말이였어

여잔 항상 당하며 살았어
우리 남잔 항상 억압해 왔고 역사적으로도



 해당 부분까지 산이는 자신이 페미니즘의 구절 ‘개인적인 것이 곧 정치적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페미니즘 책을 읽었으므로, 또한 남성이 여성을 억압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므로 본인 스스로 페미니즘에 깨어있는 사람임을 강조한다. 


But


가사 BUT을 시작으로 산이는 자신이 대한민국 페미니즘 운동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느꼈는지를 나열하기 시작한다. 


여자와 남자가 현시점 동등치 않단 건 좀 이해 안돼

우리 할머니가 그럼 모르겠는데

지금의 너가 뭘 그리 불공평하게 자랐는데

넌 또 OECD 국가중 대한민국

남녀 월급 차이가 어쩌구 저쩌구

fucking fake fact


JTBC 2016.03.09 팩트체크JTBC에서  OECD에서 발표한 한국 임금격차를 살펴보고 있다


대한민국은 2016년 기준 14년째 OECD 국가 중 남녀 월급 차이로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통계에 전업주부들을 포함시켜서 그런 것이 아니냐”, “여성들이 이공계를 회피하는데 그러다 보니 고소득 직종에 취업하지 못해 격차가 더 생긴다” “주로 남성들이 위험한 업종에 종사하니 더 받는 게 당연하다”라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JTBC는 팩트체크에서 이 주장들에 대한 반박을 했다. 


첫째로 OECD 임금 통계에는 주 40시간 일하는 주일 노동자들만 포함시키기 때문에  전업주부를 포함시켰다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 전업주부는 통계 표본에 들어가지 않는다.


둘째로 남녀 모두 첫 직장을 가지는 20대의 임금비교를 하면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는 동등한 수준이다. 처음부터 남성들이 이공계 분야의 고속득 직종에 취업하기 때문에 임금격차가 정당하나는 주장 또한 성립할 수 없다. 직종에 상관이 없는 임금차별이라는 것이다. 


OECD 남녀임금격차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출산과 육아 이후 여성의 경력단절이다. 20대만 해도 동등하던 임금은 30대가 되었을 때 여성이 남성의 절반에 해당되는 임금을 받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남성은 5년~10년이상 장기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 여성은 초임이나 저연차 노동자가 많다. 또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남녀 임금격차를 발생시키는 요인들을 분석해 봤을 때 교육연수의 기회, 업종 차이, 근속연수 등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남성이 4%의 임금을 더 받고 여성이 58%를 덜 받고 있음이 나타났다.


1넌 또 OECD 국가중 대한민국
남녀 월급 차이가 어쩌구 저쩌구
fucking fake fact


아쉽게도 산이가 가사에서 제시한 OCED 남녀 월급 차이 통계는 fake fact가 아니며 통계가 거짓이라는 산이의 가사가 fake fact이다. 따라서 현재 여자와 남자가 동등하지 않다는 것은 산이의 할머니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닌 2018년의 여성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이다.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189500 (더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해 JTBC 팩트체크 링크를 첨부한다)



야 그렇게 권릴 원하면 왜 군댄 안가냐

왜 데이트 할땐 돈은 왜 내가내

뭘 더 바래 지하철 버스 주차장 자리 다 내줬는데 대체 왜

Oh girls don’t need a prince

그럼 결혼할 때 집값 반반 half

I’m no fucking prince

나도 할말 많아 남자도 

유교사상 가부장제 엄연한 피해자야 근데 왜

이걸 내가 만들었어? 내가 그랬어?

Sister why mad?

blame system Not men“



산이의 가사처럼 남성들도 유교사상의 엄연한 피해자이다. 산이는 여성들에게 남성이 아닌 가부장제의 시스템을 비난하라 이야기한다. 산이의 논리대로라면 남성이 군대를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은 국가 시스템-그 시스템 또한 남성들이 설계했다-이지, 여성이 아니다. 그러므로 산이의 분노는 군대를 안 가는 여성이 아니라 남성들이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게 만든 시스템을 향해야 할 것이다. 산이의 가사는 논리적으로 모순되어있다. 


그러므로 산이 또한 가사에서 본인이 말했듯 여성을 향한 비난이 아닌 “blame system”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페미니스트는 여성과 남성의 성별갈등을 조장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라는 책에서는 남성 또한 가부장제의 피해자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남성을 포함해 우리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주장한다. 산이가 읽었던 페미니즘 책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페미니즘 책에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결국 남성을 억압했던 시스템 또한 해방시킬 것이라 말한다. 산이가 페미니즘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의문이 든다. 





I am feminist


산이의 feminist 라는 발언은 위험하다. 현재 존재하고 있는 남녀불평등의 팩트들은 fake fact라 선언한 후 갑작스레 본인이 페미니스트라 선언하니 당황스러울 뿐이다. 



I am feminist

미투 운동 지지해 알지?

김감독 조배우 개새끼들

땜에 남자들 싸잡아 욕먹지

솔직히 but

그런 극단적인 상황말고

합의아래 관계갖고 할거 다 하고

왜 미투해? 꽃뱀?

걔넨 좋겠다 몸 팔아 돈 챙겨 

남잔 범죄자 좆 같은 법

역차별 참아가며 입 굳게 닫고 사는데“



미투 운동의 가해자들로 인해 ‘남자들이 싸잡아 욕먹는 상황’에 대해 산이는 억울함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이가 미투 운동을 정말 지지한다면, 또한 ‘남성들이 싸잡아 욕먹는’ 상황이 싫다면 앞으로 위계질서에 의한 성범죄가 다시는 일어날 수 없도록 성범죄 근절을 외치는 여성들과 연대하면 된다. 여성을 향한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세상, 여성의 미투운동이 필요 없어지는 세상이 올 때, 김감독, 조배우, 그 “개새끼들”이 없는 세상이 올 때 남성들이 싸잡아 욕먹을 일 또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로 산이는 이 가사를 통해 합의 아래 진행한 성관계에서 불법적으로 촬영된 ‘불법촬영물’ 범죄를, 합의라는 이름의 이면에 있던 위계질서에 의한 강압적인 성범죄를 “몸 팔아 돈 챙기는 꽃뱀”의 소행이라 말했다. 불법촬영물 범죄가 ‘몰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을 떠다니고 불법촬영물로 인해 자살한 여성의 영상이 ‘유작’이라며 떠도는 상황이, 위계에 의해 성관계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 상식적으로 도덕적인 상황이라 보는 것인지 묻고 싶다. 지금까지 정상으로 치부되어왔던 부도덕함이 산이가 말한 "개새끼"를 생산한 것은 아닐까?



여성부 좀 뻘짓 좀 그만하구

건강한 페미들 위해서라두

먼저 없애야해 남성혐오

워마드

거따 요즘 탈 코르셋 (huh)

말리진 않어 근데 (but)

그게 결국 다 남자 frame (what?)

기준이라니 우리가 언제

예뻐야만 된다 했는데

지네가 지 만족위해 성형 다 하더니

유치하게 브라 안차고 겨털 안 밀고 

머리 짧게 짤러 그럼 뭐 깨어있는 듯한

진보적 여성 같애?



산이 <body language> 뮤비


wannabe rapper

돈도 존나 벌고

여자 존나 많고

재밌어 보이지 (재밌어 보이지)

- 산이 <wannabe rapper> 가사 중


wannabe rapper에서 산이는 여성을 본인이 래퍼가 되어 취할 수 있는 트로피로 여긴다. 여성과 돈을 동일선상에 놓고 자신이 원한다면 취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산이의 가사는 실제로 작년 음악시상식에서 걸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아이린을 향한 행동에서도 드러난다. 아이린의 어깨에 동의 없이 손을 올리고 아이린의 팬을 향해 혀를 내밀며 아이린을 마치 자신이 취한 트로피인 것처럼 팬들을 조롱해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산이는 신곡 <못 먹는 감>의 발매에 맞춰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다.

 

또한 산이 본인은 남성들이 여성에게 이뻐지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고 이야기하며 여성들의 탈코르셋 운동을 폄하한다. 여성이 머리를 밀고 가슴을 드러내놓고 겨털을 밀지 않는 것이 유치한 장난이라면,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의 가슴을 드러내고 손을 들어올려 겨털을 드러내는 산이 본인에게만 유치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여성에게는 산이에게 그토록 유치한 자유가 허락되지 않았기에, 여성들은 그 유치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탈코르셋 운동을 하는 것이다. 



Equality sex?

nah that’s 열등감 man

난 니 긴머리 좋아 don’t change

And I am feminist“



산이는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외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다 가사를 써놓았지만 결국 본인은 긴머리 여성이 좋으니 머리를 자르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바로 이것이 여성에게 여성성을 코르셋처럼 부여하는 방식이다. 



난 여자 편야
난 여잘 혐오 하지않아
오히려 너무 사랑해 문제
너포함 내 엄마 내 누나 내 여동생 
있는 그대로 respect

난 절대 뉴스 기사 나오는 그런 루저가 아냐
난 절대 소리치거나 욕하거나 데이트 폭력?
난 절대적으로 인정해 남자들 잘못에 
강남역 밤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자, 건배



놀랍게도 산이는 지난 가사들에서 여성에게 일어나고 있는 억압을 인정해오지 않으면서, 성범죄 피해자를 “몸 팔아 돈 챙기는 꽃뱀”이라며 여성혐오를 했다. 또한 앞서 산이의 뮤비 캡쳐본과 가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산이는 자신의 음악에서 여성혐오를 해왔으며 심지어 작년 음악 시상식에서 아이린과 아이린의 팬을 조롱했다. 자신이 행했던 행위들이 여성혐오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은 페미니스트이며 현재 페미니스트들이 하고 있는 운동이 틀렸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얼마나 모순된 행위일까. 산이가 본인의 엄마, 누나. 여동생의 삶을 존중한다면 한국의 다른 여성들이 겪고 있는 삶까지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산이 본인이 진정으로 페미니스트라면 여성이 받는 억압의 현실을 부정하며 조롱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이 음악에서, 뮤비에서, 공연에서, 일상생활에서, 여성혐오적 발언이나 행위를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페미니스트라 발언하고 싶다면 그간 산이가 행해왔던 여성혐오에 대한 사과문을 시작으로 여성이 편하게 자신의 억압받은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여성과 연대해야 할 것이다.



산이는 데이트 폭렴범도 성범죄자도 아니다. 대다수의 남성이 그렇다. 하지만 산이가 “몸 팔아 돈 챙기는 꽃뱀”이라고 말하는 순간, 여성의 신체를 훑는 영상을 제작하는 순간, 여성을 남성의 권력으로 취할 수 있는 대상으로 묘사하는 순간, 산이는 성범죄와 데이트 폭력을 가능하게 만드는 여성혐오적 문화를 형성하는데 일조한다. 여성혐오는 성범죄와 데이트 폭력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여성을 대상화하고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구조를 형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지칭한다. 



어때 좀 다르지?

It’s okay 난 위험하지 않아

난 달라 날 믿어

괜찮아


I am feminist



산이의 I am feminist 는 틀렸다. 산이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며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미투 운동, 불법촬영물 근절 운동, 탈코르셋 운동을 부정하는 산이는 결국 페미니즘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의문이 든다.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한 출발은 젠더감수성이다. Feminist 가사에서 산이의 젠더감수성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여성혐오적 표현이 가득한 노래를 부르며 본인은 다른 남성들과 다르며 괜찮다고,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는 행위는 결국 여성의 해방을 위해 진정으로 싸우는 모든 사람들을 조롱하는 행위이다.
산이에게 당신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착각하는 여성혐오자가 아닌지, 의문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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