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이파이 Dec 17. 2022

벗과 더불어: 휠체어 사용자라는 벗

김서형, 박수민

  교통약자 이동편 증진법은 교통약자(交通弱者)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에 이동편의시설을 확충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하여 사람중심의 교통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교통약자의 사회 참여와 복지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한편 ‘벗과 더불어’ 사는 우리의 학교의 상황은 어떨까? 사람중심의 이동이 가능한 곳일까? 우리는 학교 내 시설을 이용할 때 휠체어 사용자라는 이유로 겪는 비합리적인 이동 루트를 확인하고자 간단한 실험을 진행하였다.




실험과정

  휠체어 종류(수동, 전동) 등을 일관되게 고려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실험 전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가정했다.


1. 휠체어 사용자와 비휠체어 사용자는 모두 같은 속도로 이동한다.

2. 고등학교 학생–고등학교 동 사용자–을 기준으로 고려했다(출발지 별도 표시).

2-1. 고등학교 동의 도착지점은 1층 신발장이다.

3. 휠체어 사용자는 계단 사용 못한다.

4.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경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은 포함한다.

5. 현재 존재하는 각각의 최단루트를 채택해 비교한다.

6. 가는 길 중에 위치한 모든 문은 열려있다.

7. 평균시간은 소수점 첫 번째 자리에서 반올림한다.

8. 이외의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


  1번을 충족시키기 위해 모든 루트를 도보로 총 세 번씩 진행한 후 평균값을 내었다. 또한 두 사람이 모두 모든 루트를 한 번씩은 참여하도록 했다. 중학교 동, 고등학교 동의 옆면을 지나는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이 있는 길은 편의상 ‘나무 계단 (길)’로 표기한다. 다른 계단은 모두 ‘계단 (길)’로 표현한다. 다음은 학교를 돌아다니며 다닐 수 있는 길을 이우학교 약도 위 표시한 것이다. 

실험 1: 단말기에서 도서관까지


첫 번째 실험은 도서관까지 가는 길이다.

붉은색 계열 길 : 휠체어 사용자가 다닐 수 있는 길 / 푸른색 길 : 비휠체어 사용자가 다닐 수 있는 길

  학교까지 차를 타고 올라온다고 가정했을 때 중학교 동 입구 앞에 있는 단말기에서부터는 내려서 와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부터 도서관까지 휠체어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계단 없는 길과 휠체어 사용자가 이용할 수 없는 최단거리 즉, 계단 길로 선정했다.


   계단 길은 도서관까지 비휠체어 사용자나 휠체어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길을 통틀어 최단거리이다. 계단을 총 세 번 지나야 했는데 이 때문에 휠체어 사용자 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포함한 바퀴 달린 것들은 지나다니기 어려워 보인다.


  이 이동거리를 채택했을 때 세번의 실험 결과는 각각 1:40(100초), 1:42(102초), 1:26(86초)가 나왔다. 평균적으로 1:36(96초)가 소요된다. 


   반면 휠체어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거리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이는 각각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이다.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 실험결과는 각각 2:34(154초), 2:03(123초), 2:09(129초)으로 평균은 2:15(135초)이다.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운동장을 모두 돌아 오르막길을 사용해야 한다. 실험결과는 각각 4:14(254초), 4:20(260초), 4:35(275초)로 평균은 4:23(263초)이다.


실험 2: 나무계단에서 고등학교 동까지


  다음은 비휠체어 사용자와 휠체어 사용자의 최단거리를 약도에 나타낸 것이다. 비휠체어 사용자의 최단거리가 휠체어 사용자의 최단거리보다 훨씬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붉은색 계열 길 : 휠체어 사용자가 다닐 수 있는 길 / 푸른색 길 : 비휠체어 사용자가 다닐 수 있는 길


  학교 올라가는 나무 계단을 시작점으로 잡아 고등학교까지 가는 길이다. 비휠체어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최단거리에는 계단과 좁은 다리가 있고 그 너머에는 돌길이 있다. 계단, 다리, 돌길 모두 휠체어 사용자는 다니기에 어려움이 있다.

총 세 번의 결과는 각각 1:31(91초), 1:46(106초), 1:46(106초)로 평균 1:41(101초)가 나왔다.


반대로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길은 복잡하고 길다.

  휠체어 사용자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을 때 신학습관 지하(이하 신학지)에 연결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서 고등학교 동으로 들어간 후 고등학교동 끝에 위치한 엘레베이터를 이용해 1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세 번의 실험 결과는 각각 4:46 (286초), 2차는 4:01 (241초), 4:09 (249초)로 평균 4:19(259초)이 나왔다.


만약 엘리베이터가 수리 중이거나 고장이 나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는 어떨까?

운동장을 모두 돌아가는 오르막길을 선택해야 한다. (약도 중 연분홍색으로 표시)




실험결과


  단말기에서 도서관까지 가는 첫 번째 실험의 경우 휠체어 사용자가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으면 1초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 비휠체어 사용자에 비해 휠체어 사용자는 1.94배, 즉 약 2배 정도 시간이 더 걸린다. 나무계단에서 고등학교 동까지 가는 두 번쨰 실험의 경우, 비휠체어 사용자에 비해 휠체어 사용자는 약 2.56배 정도 더 걸린다. 따라서 이동하는 속도가 같다고 가정했을 때에 비휠체어 사용자에 비해 휠체어 사용자는 약 2.25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이동할 수 있다. 




우리가 ‘더불어’ 헤아리지 못한 것


  최단거리의 비효율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 실험을 진행했지만 만약 수동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었다면 어떨까? 울퉁불퉁 정리되지 않은 바닥 뿐만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길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 긴 길을 이동하기 힘들 것이다. 이 길은 길어서 불편한 것만이 아니다.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문과 좁은 길 옆으로 물건이 많거나 난간이 없기도 하다. 심지어는 손잡이 위치가 휠체어 사용자에게는 불편해서 혼자 문을 열고 오가는 것이 쉽지 않다. 결정적으로 문마다 턱이 있었기에 아무리 휠체어로 길게 돌아온다 한들 바로 문 앞에서 막히기 아주 쉽다.


  문도 좁기 때문에 나갈 수 있는 것도 확실하지 않고, 문을 당기는 형식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매우 불편하다. 학교의 문들은 무게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문이 무거울 수록 더 난처하다. 우리는 실험에서 이런 부분까지 다루지 못했으나 현실에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우리도 모르게 진행하면서 휠체어 사용자가 당연히 오르막길을 차를 타고 올라올 것이라거나, 전동휠체어를 사용할 것이라 간과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 많게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전동 휠체어, 혹은 부모님의 노고가 휠체어 사용자라는 이유로 요구되어왔는가 질문하지 못했다. 엘리베이터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또 같은 체력으로 같은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면 이 실험이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 중심의 교통체제는 언제부터 일부가 배제되는 것을 당연시하기 시작했을까? 문이 편하게 열릴 수 있다면, 바닥이 조금 더 고를 수 있었더라면 장애는 장애가 아니었을 것이다. 엘레베이터가 고장난다면, 부모님이 등교시간에 맞추어 데려다주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당연시 그들의 책임으로 머물게 된다. 언제부터 휠체어 사용자는 도움없이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이 되었을까?

  간단한 실험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 주변에도 더불어 살아가지 못하게 하는 장벽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장애인의 장애는 사회적 시설이 잘 되어 있다면 더이상 장애가 아니기에 그들을 배제하는 공공 시설 내에 변화가 필요하다.



주석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제 1조(목적), 국가법령정보센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나르시시즘, 그 매혹적인 사랑과 혐오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