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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un 06. 2023

Calciopoli, 이탈리아 최악의
축구 게이트

박기현

 축구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스포츠이다. 각 나라에서는 그 나라만의 리그와 축구협회를 만들어 축구를 즐기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럽 5대 리그라고 불리는 5개의 리그는 선수들의 높은 수준과 많은 자금의 투입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중 오늘 해볼 이야기는 총 4부 리그로 이루어져 있는 이탈리아 프로 축구 리그 가운데 가장 높은 1부 리그 세리에 A (serie A)에 소속된 유벤투스(Juventus Football Club S.p.A.)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유벤투스는 1987년 11월 1일에 창단하여 세리에 A 우승 36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등 현재 세리에A 클럽 가운데 가장 많은 리그 우승을 차지한 명문 클럽이다. 그런데 그런 유벤투스의 우승 경력 중에는 2006/2007 시즌에 이탈리아 프로 2부 리그 세리에B 우승이 어울리지 않게 박혀있다, 어떻게 된 것일까? 1부 리그의 절대강자였던 그들이 어쩌다가 2부 리그에 내려갔다 오게 된 것일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칼초폴리라는 사건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Calciopoli. 2006년 이탈리아 축구계를 뒤엎은 스캔들. ‘칼치오폴리’라고 쓰는 경우도 있지만 ‘칼초폴리’가 맞는 표기다. 단어 자체는 90년대 이탈리아 제1공화국의 부정부패를 드러낸 '탄젠토폴리(Tangentopoli) 스캔들'에서 유래하였다. ‘칼초’(calcio)는 이탈리아어로 축구를 뜻한다. 즉, 칼초폴리라는 말을 해석하면 ‘축구 게이트’가 되는 셈이다.

(범인의 얼굴이다.)


 전 유벤투스 FC의 단장이자 이번 사건의 범인인 루치아노 모지가 재직 당시 축구계 및 언론계 주요 인사들과의 커넥션이 사건의 주범으로, 한국에서는 주작투스 등으로 불리는 것에서 보이듯 앞서 말한 주범들이 저지른 승부조작과 심판 매수 사건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반적인 승부조작이나 심판 매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대법원 최종 판결문에서 쓰인 표현은 승부조작(partite truccate)이 아닌 "범죄 공모죄 및 스포츠 부정 (il reato di associazione per delinquere, sia la frode sportiva)"이다. 다시 말해서 총체적 리그농단,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발단은 1998년 7월 AS 로마의 감독이었던 즈데넥 제만이 유벤투스의 금지약물 복용 의혹을 제기하여 이탈리아 검찰이 이에 대해 조사한 데서 시작되었다. 이탈리아 검찰은 금지약물 사용 여부에 대한 추가 조사를 위해서 감청을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유벤투스의 단장 루치아노 모지가 이탈리아 축구연맹 간부에게 유벤투스 경기에 배정된 심판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 당장은 금지약물 복용 의혹에 대한 조사와 재판을 치르면서 별로 관심을 받지 못했고 유벤투스는 오랜 법정 싸움 끝에 금지 약물 복용에 대한 혐의가 무죄 판결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큰 시련을 마주하게 된다. 


 현지시간으로 2006년 2월 12일에 있었던 당시 2위를 달리며 유벤투스와 우승 경쟁을 하던 인터밀란과의 경기가 펼쳐졌고 그 경기는 유벤투스가 2대 1로 승리를 가져갔다. 하지만 경기 내내 심판은 석연찮은 판정으로 인터밀란 선수들을 눈살 찌푸리게 만들었고 경기가 끝난 후 그때 당시 인터밀란 소속이었던 루이스 피구 선수 및 인터밀란의 당시 구단주 마시모 모라티가 루치아노 모지와 심판진과의 관계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표면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006년 5월 이탈리아의 통신사인 텔레콤 이탈리아는 모지와 피에를루이지 파이레토 UEFA(유럽축구연맹) 심판배정 부위원장과의 통화 등 도청 결과 다수를 검찰에 제출하였으나, 당시 토리노 검찰청의 수석검사인 마탈레나는 도청내용에 대해 "단순 친분관계를 알 수 있게 하는 것 외에 범죄의 증거로 볼 수 없다"라며 기소를 하지 않고 FIGC(Federazione Italiana Giuoco Calcio, 이탈리아 축구연맹)로 자료를 이관하였다. 당시 녹취 내용을 보면, 모지가 "누가 그딴 심판을 보낸 거야?"라고 하자 베르가모가 "그는 최고의 심판이오."라고 반박하는 등 배정에 대해 둘이 공모했다는 정황은 없었다.


 그렇게 심증만 존재하고 정확한 물증이 나오지 않자 사건은 흐지부지 되나 싶었으나  사건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나폴리 검찰청에서 도청자료를 토대로 모지가 소유한 에이전시 회사인 GEA월드의 에이전트 계약 시의 불법행위 정황을 포착한 것이었다. 사실 이것은 유벤투스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모지와 그의 아들, 유벤투스 전 감독인 리피 외에도 구단 관련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이었다. 이후 더 치러진 조사과정에서 5개의 이탈리아 구단 안에 6명의 인사들이 “심판배정관여 및 판정이 들을 얻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사건에 연루된 5개의 구단은 유벤투스, 라치오, 레지나칼초, AC밀란, 피오렌티나이다. 그로 인해  2006년 7월 14일 FIGC는 자체 결정을 통해 루치아노 모지 등 관계자와 앞서 말한 5개의 구단에 중징계를 내렸다.


 구단들에게 내려진 징계는 위에 그래프와 같다. 

그리고 FIGC는 모지에 대해 2006년 당시 5년 자격 정지 처벌 및 이 처벌을 5년 이내 영구추방으로 연장할 수 있다고 발표하였고, 2011년 이를 영구추방으로 확정하였다. 그리고 이탈리아 축구협회에서의 징계와 별개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재판이 나폴리 지방법원에서 진행되었다. 2011년 11월 1심 판결에서 모지에게는 승부조작 죄목으로 5년 4월의 형량이 선고되었으나, 책임 판단을 위해 소환한 유벤투스에 대해서는 형이 선고되지 않았다..


 이후, 모지의 항소로 이루어진 2013년 12월 2심 판결에서, 승부조작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되었으며, 범죄음모 죄목에 징역 2년 4월로 감형되었다. 하지만 변호사를 통해 이미 항소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모지가 실형을 받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결국 2015년 3월 23일 대법원에서 진행된 최종 판결에서 모지와 유벤투스 이사였던 지라우도 둘 다 범죄음모 및 스포츠 부정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로 실형을 면했으나 무죄는 아니라고 선고되었다. 같은 판결에서 칼초폴리에 연루된 심판들에 대해서도 대부분 무죄 및 공소파기가 결정되었으나, 마시모 데 산티스 주심에 대해서는 징역 1년형이 확정되었다. 


 2015년 9월 9일에 발표된 대법원의 최종 판결문에 보면 모지가 공인 축구 기관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의 권력을 가진 상태였으며 이를 이용해 세리에A 심판진들에게 유벤투스가 유리한 판정을 받도록 협박했으며 언론 프로그램까지 장학하여 유벤투스에게 이로운 이야기를 하도록 요구하고 심판배정관과 전직 심판을 포함해 유력 인사들과 함께 유벤투스에 유리하게 적용된 오심이 드러나지 않게 영상장치를 조작하였다. 


 그렇게 모지와 다른 관계자들이 징계를 받으며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이탈리아 축구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축구계를 충격에 빠트렸으며 그에 따라 세리에 A 뿐만 아니라 UEFA 및 FIFA에서도 심판배정에 대해 좀 더 철저해졌고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한 움직임을 많이 보이기도 했다. 물론, 만연했던 부정부패에 철퇴를 가했다는 점에서 반기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건 자체는 이탈리아 축구에 있어서 침체와 악영향을 많이 주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모지가 단장으로 속해있던 유벤투스 구단은 직접적으로 모지의 행동에 관여하지는 않았으나 최종심에서 모지의 행위로 인해 이익을 얻은 것으로 인정되어 도의적인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고, 엄연한 유벤투스 고위급 직원이었던 모지 한 명만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행위를 보이면서 꼬리 자르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앞서 서술한 대로 두 번의 우승이 박탈되고 세리에 B로 강등됨에 따라 긴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주전선수들 중 절반 가량이 팀을 떠났는데,  그들은 대부분 유벤투스를 대표하던 스타 선수들이었다. 반면, 이 사건으로 강등이 되었음에도 팀을 떠나지 않은 알레산드로 델피에로, 파벨 네드베드 잔루이지 부폰, 마우로 카모라데시, 다비드 트레제게 등의 선수들을 보며 구단, 선수, 팬들의 결속력이 강화되었다는 점과, 조르조 키엘리니,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등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얻어 팀의 주축으로 성장한 것은 전화위복이라 할 수 있다. 


 2006-07 시즌 세리에 B로 강등되어 그 해에 우승을 차지, 2010년부터 세리에A 8회 연속 우승, 2회의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하며 다시금 정상급 클럽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유벤투스 리그 우승 세리머니



 지금은 이탈리아 리그와 다른 이탈리아 팀들도 위상을 되찾아가지만 칼초폴리는 오랜 시간 동안 이탈리아 축구 이미지를 크게 파손시켰고 위상을 무너뜨렸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스포츠인 축구가 사람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더 이상 축구에 이런 부정부패가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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