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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un 08. 2023

[여행금지국가 이야기] EP.1

이라크(IRAQ) / 김가빈

 여러분은 혹시 다른 나라로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하는가?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고는 한다. 그러나,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나라들이 모두 여행의 목적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외교부에 따르면, 천재지변·전쟁·내란·폭동·테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국외 위난상황(危難狀況)에 처한 나라는 국민들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여권법에 의거해 방문 혹은 체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처럼 여행하거나 살기 너무 위험해서 방문, 체류가 금지된 나라들을 우리는 여행금지국가라고 부른다.


 현재 전 지역이 여행금지로 지정된 나라는 이라크,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예멘, 시리아,

리비아, 우크라이나, 수단으로 총 8개국이다. 이 나라들이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되었다는 말인즉슨, 2023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들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나라들은 왜, 어떻게 지금과 같은 여행금지국가 이르게 됐을까? 나는 앞으로 연재할 일련의 기사들에서 이 나라들의 이야기를 다뤄볼까 한다. 그리고 그중에서 첫 번째로 이야기해 볼 나라는 바로 이라크다.



이라크(IRAQ) 


 내가 8개의 여행금지국가 중에서 이라크를 처음 다루는 이유는, 현재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된 나라들 중 그 지위를 가장 오래 유지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이라크이기 때문이다. 2004년 처음으로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된 이후 19년간 여행금지가 해제되지 않고 있는 탓에 ‘위험한 나라’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이라크. 그러나 우리가 이라크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잠시 색안경을 벗고 이라크의 다른 면을 볼 필요가 있다. 


 이라크는 중동에 위치한 나라로, 세계지도를 펼쳤을 때 중동의 중앙의 위치한 나라가 바로 이라크이다. 중동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라크를 황량한 사막만이 가득한 땅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국토를 가로지르는 유프라테스 강(Euphrates River)과 티그리스 강(Tigris River) 덕분에 이라크는 중동에서 손꼽히는 비옥한 땅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지리적인 특징은 이라크를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나라 중 하나로 만들어주었다. 세계 최초의 문명이라 불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Mesopotamian Civilization)이 다름 아닌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사이에서 탄생했으니 말이다. 메소포타미아의 찬란한 문명이 막을 내린 후에도 이라크는 오랫동안 중동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페르시아(사산조)는 크테시폰(Ctesiphon, 현재 바그다드 남쪽에 위치)을, 이슬람 제국(압바스 왕조)은 바그다드(Baghdad, 현재 이라크의 수도)를 각각 수도로 삼으며 각자만의 문화를 꽃피웠다. 

 이처럼 오랜 역사와 다채로운 문화를 가진 이라크는 20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의 많은 여행객들을 매료시켰다. 고풍스러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수도 바그다드, 6천 년 이상의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고대 도시 아르빌(Erbil),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산간도시인 아메디(Amedi) 등 많은 도시들은 여행객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이라크는 끊임없는 추락을 겪었고, 아름다웠던 도시들은 불길 속에 휩싸이게 되었다. 왜 이라크는 이렇게 되었을까? 지금부터 이라크가 여행금지국가로 전락하게 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다.



비극의 탄생

이라크 북부에 위치한 산간도시 아메디

 이라크가 겪고 있는 비극의 원인을 찾기 위해선 이라크의 현대사를 되돌아봐야 한다. 이라크의 현대사는 대부분의 중동 국가들이 그렇듯 독재로 점칠 되어있는데, 이 중에서도 특히 두각을 드러낸 인물이 바로 사담 후세인(Saddam Hussein) 이었다. 1979년 대통령이 된 그는 국내에서는 잔혹한 독재정치를 자행하고 국외로는 이란과 쿠웨이트 등을 침공하며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의 빈축을 사게 되었다. 그러던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집단이었던 알카에다(Al-Qaeda)가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비롯한 주요 시설을 공격하는 사상 초유의 테러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때 패닉에 빠진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George W. Bush)는 테러집단과의 전쟁에 돌입하기로 마음먹게 된다. 그런데 이때 부시의 귀에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정부가 알카에다를 지원하고 있고, 더 나아가 대량살상무기까지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들어오게 되고, 부시는 이라크를 공격하기로 마음먹는다. 


 2003년 3월 20일, 미국이 이라크를 대대적으로 침공하며 이라크 전쟁(Iraq War)이 시작되었다. 압도적인 전력 차로 이라크를 밀어붙인 미국은 2주 뒤인 4월 9일 바그다드를 점령하며 사담 후세인 정부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당시 이라크 국민들의 대다수는 이슬람교를 믿고 있었다. 이 이슬람교에는 두 개의 큰 종파가 있는데, 하나는 수니파(Sunni Islam)이고 하나는 시아파(Shia Islam)이다. 그런데 이라크 이슬람교도들 중 55% 정도가 수니파, 45% 정도가 시아파이다.(2011년 기준) 종교 분포가 이런 식이다 보니, 수니파들과 시아파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데, 사담 후세인이 집권하던 시절에는 강력한 정부 권한으로 이런 충돌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후세인의 정권을 무너뜨리자 두 종파 간의 충돌이 터져 나왔고, 더욱이 미국이 새로 수립시킨 ‘민주 정부’의 총리였던 누리 알 말리키(Nouri al-Maliki)가 수니파를 탄압하면서 충돌은 심화된다.

 한편, 전쟁을 일으킨 후 이라크에 군대를 계속 주둔시키던 중이었던 미국에 대한 이라크 국민들의 민심은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미국의 전후 처리가 너무 미숙했으며, 애초에 이라크를 침공한 명분 (알카에다와의 연관성, 대량살상무기)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이라크 내부의 각종 충돌을 수습하지 못한 채로 비난만 들으며 2011년 이라크에서 군대를 철수시킨다. 그리고 미군이 철수하자 이라크의 내분은 더욱 심화되었다. 2013년 말, 우리에게 'ISIL'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진 수니파 테러집단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와 정부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다. 이 전쟁이 이라크 내전(Iraqi Civil War)이다. 전쟁 초반, ISIL은 정부군보다 우월한 전력을 가지고 이라크 북부에서 정부군을 몰아붙이기 시작하였다. 이때까지 전황은 ISIL에게 유리해 보였다. 그러나 ISIL은 점령지에서 학살과 잔혹한 통치를 일삼아서 국제사회의 빈축을 샀고, 이는 곧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대 ISIL 군사 개입(International military intervention against ISIL)에 참여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렇게 전세는 이라크 정부 측에 유리하게 흘러가게 되었고 4년에 걸친 치열한 전쟁 끝에 2017년 12월 19일, 이라크 정부의 승리 선언으로 이라크 내전은 막을 내린다. 

이라크 내전의 피해자들



 약 2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라크 내전 이후 이라크는 어느 정도 평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ISIL의 잔당들은 대부분 소탕되었고, 동시에 경제도 과거에 비해 활성화되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조만간 여행금지가 해제될 수도 있다. 물론 이따금씩 일어나는 테러와 반정부 시위 등 여전히 해결해야 될 과제는 남아있다. 치안 강화도 필수적이다.


이라크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길 바라면서 이라크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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