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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un 08. 2023

Sarcasm? 비꼬는 거야?

양지원

Religion or astronomy, Encarta, Deuteronomy
종교나 천문학, 백과사전, 성서
It all started with the big bang!
모든 것은 빅뱅에서 시작되었지요.
Music and mythology, Einstein and astrology
음악과 신화학, 아인슈타인과 점성술
It all started with the big bang!
모든 것은 빅뱅에서 시작되었지요.
It all started with the big BANG!
모든 것은 빅뱅에서 시작되었지요!

- History Of Everything (빅뱅이론의 오프닝 곡 中)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에 근무하는 4명의 너드. 쉘든 쿠퍼, 레너드 호프스태터, 하워드 왈로위츠, 그리고 라제시 쿠스라팔리가 있다. 그들의 일상을 다루는 미국의 시트콤 빅뱅이론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주인공 쉘든 쿠퍼는 유아독존적인 성격, 눈치 없음, 결벽증 등 미운 점들을 갖고 있지만 이를 사랑스럽게 풀어내며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가 된다. 그런데 쉘든의 이러한 성격들 때문에 시청자들은 쉘든이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기도 한다.


 여기서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자폐 스펙트럼의 한 종류를 말한다. 일론 머스크가 방송에서 스스로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초기 아동기부터 상호 교환적인 사회적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에 지속적인 손상을 보이는 한편 행동 패턴, 관심사 및 활동의 범위가 한정되고 반복적인 것이 특징인 신경 발달 장애의 한 범주입니다. DSM-IV와 ICD-10에서는 광범위성 발달 장애 범주 하에 자폐성 장애, 아스퍼거 장애, 레트 장애, 소아기 붕괴성 장애, 달리 분류되지 않은 광범위성 발달 장애 등으로 구분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DSM-5에서는 이들을 각기 독립된 장애가 아닌 동일한 연속선상에서 자폐 상태의 심각도나 지능 및 심리 사회적 발달의 정도에 따라 발현되는 임상 양상에 차이가 있다고 보아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개정했습니다.

_국립나주병원 

 아스퍼거 증후군은 인지능력이나 언어능력이 비장애인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경우를 보이기 때문에 자폐 스펙트럼과 아스퍼거를 구분하여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자폐 스펙트럼은 동일한 연속선상에서 자폐 상태의 심각도나 지능 및 심리 사회적 발달의 정도에 따라 발현되는 임상 양상을 모두 통틀어 말하기 때문에 아스퍼거 증후군도 자폐 스펙트럼의 한 유형으로 구분된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증상은 특정 물건이나 주제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비언어적인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는 것, 공감의 표현을 보내지 않는 것,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거나 너무 적게 하는 것, 변화를 싫어하는 것, 자라면서 특정 시기에 익히는 몸이나 손의 사용 능력을 학습하지 못하는 것 등이 있다.

 


 이러한 특징에서 쉘든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Sarcasm? (비꼬는 거야?)” 이는 쉘든이 시트콤 초반에 매우 자주 쓰는 말이다. 억양이나 표정 등의 반언어/비언어적 표현을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에 비꼬는 것인지 물어보는 것이다. 쉘든은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이 조금이라도 돌려 말하면 이해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Leonard: I did a bad thing.
Sheldon: Does it affect me?
Leonard: No.
Sheldon: Then suffer in silence.
레너드: 내가 나쁜 짓을 했어.
쉘든: 그게 나한테 영향을 주니?
레너드: 아니.
쉘든: 그럼 침묵 속에서 고통스러워라.

 이런 대화들을 통해 쉘든이 사회성 기술이 떨어진다는 것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쉘든이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필요 없는 정보들을 너무 많이 나열하여 친구들이 지겨워하는 모습이나, 페니와 레너드가 약혼하여 나가서 산다는 변화가 일어나자 가출하는 모습, 빈약한 신체 능력 등등… 에서 시청자들은 쉘든이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 아니냐고 충분히 의심해 볼 만하다. 


 그러나 쉘든이 회차를 거듭하며 차차 친구들과 원만한 교우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사회성을 길러나가며 에이미와의 연애까지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모습을 보고 현실의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들과는 다르다는 비판을 받았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아스퍼거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다는 압박을 주게 한다는 환자들의 의견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선 빅뱅이론의 영향으로 아스퍼거 환자들이 노력으로 쉽게 교우관계, 연애를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꽤 생겨났다고 한다. 또 쉘든의 이러한 특징이 개그 소재가 되기 때문에 장애를 희화화했다고 비판을 받기도 했다.


 빅뱅이론 작가들은 공식적으로 쉘든의 자폐 스펙트럼을 부인한다. 극 중에서 쉘든의 어머니가 쉘든이 어릴 때 정신 검사를 받게 했는데, 모두 정상으로 나왔다고 하는 회차도 있다. 쉘든은 그냥 공부만 해서 사회성이 부족한 것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공식 입장상 쉘든은 자폐가 아니기 때문에 위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최근 미디어에서는 자폐에 대한 노출이 커지고, 자폐를 포용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드라마 <굿 닥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말이다. 그러나 사회는 아직 자폐를 진정하게 포용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쉘든이나 우영우, 박시온처럼 천재성을 가진 자폐는 아주 드물다. 미디어에서 보이는 자폐는 천재여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자폐 스펙트럼의 위치한 이들과 주변인들의 외로움, 오해, 고통을 진정으로 포용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쉘든 쿠퍼를 이해해 가는 그의 친구들처럼 말이다. (물론 쉘든은 자폐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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