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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ul 10. 2023

해외입양 2

해외입양인인들의 삶 속 고충에 대하여 / 황이안

 해외입양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붙잡고 이유를 묻는다면 그들은 뭐라 답할까?

그 이유는 해외입양인들이 삶에서 겪게 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될 것이다. 어린 나이에 외국으로 입양되어 다른 언어, 문화, 인종을 가진 부모를 만나 사는 삶을 통해 해외입양인들은 나열할 수 없이 수많은 고충을 겪게 된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두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만 언급하려 한다. 이 문제점은 단순히 해외 입양인들의 고충만으로 치부될 문제는 아니며 어린아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낸 국가와 어린아이들을 해외에서 입양받은 국가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논제이다. 더 나아가서는 국가 간의 경계가 이전보다 모호해짐에 따라 국가로부터 부여받던 국적, 출신지, 인종과 같은 개개인의 정체성도 함께 모호해지는 현재의 글로벌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문제점은 국적 취득에 관한 문제이다. 해외 입양된 아이의 경우 입양된 국가의 국적 혹은 양부모의 국적을 부여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해외입양인 중 최소 4만 명은 미국 국적이 없다고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입양 목적 이민비자인 IR - 4를 통해 해외입양아를 받는데, IR - 4 비자는 10년 만기 영주권을 부여한다. 따라서 영주권이 만료되기 전까지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아야 하고, 입양부모는 2년 안에 자녀 시민권을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양부모가 이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고 방치하면 아이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비자가 만기 된다. 물론 양부모의 방치가 유일한 원인인 것은 아니다. 양부모조차 입양과정에서 정확한 절차를 안내받지 못해 자녀의 시민권 취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몰랐던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입양 절차가 원칙과는 달리 생략되고 간소화되며 생긴 일이다. 1970-80년대 한국은 해외입양이 산업화되고 그 수에 박차를 가하면서 많은 아이들이 고아가 아님에도 고아 호적으로 입양되거나 조작된 서류를 갖고 입양되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절차를 순차적으로 밟아 입양되지 못해 국적취득과 같은 기본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더 많은 아이들을 효율적으로 입양 보내기 위해 간소화하고 생략한 절차가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무국적자 혹은 불법체류자로 만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국적이 없는 입양인들은  대체로 여권을 발급받거나,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에서야 깨닫게 된다. 이들은 평생을 미국인이라 믿고 살아왔지만 한순간에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어 이민국의 추방 경고를 받아야 했다. 이들 중 일부는 한국 입양 당시 호적을 찾아 한국 국적자임을 확인해 내 비자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어와 한글을 모르는 해외입양인들이 영사관에 찾아가 서류를 작성하고 비자를 발급받는 과정이 결코 쉬울 리 없다. 비자나 영주권을 발급받지 못하는 경우 미국에서 추방 당해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국적 문제로 추방 당해 한국으로 돌아온 해외입양인에게 지원되는 금액은 월 50만 원이 전부. 생활조차 힘든 금액에 한국어가 유창하지 못 한 해외입양인들에게 한국 생활은 고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문제는 해외입양인이 성장 과정에서 겪는 정체성 문제이다. 미국의 에반 도널드슨 입양연구소는 한인입양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79%의 한인입양인이 어렸을 적 자신을 백인으로 생각하거나 백인이 되기를 원했다고 한다. 또 60%의 한인입양인이 중학교 시절부터 인종에 대한 정체성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즉, 한인입양인들이 유년기 및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는 것이다. 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한인입양인들은 해외 입양을 이유로 우울감, 무기력, 분노, 두려움등과 함께 감당하기 어려운 정체성 문제를 겪는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친부모와 이별하고 낯선 타국으로 이주했으며, 타인종, 타 언어, 타문화의 양부모에게 입양되어 성장한 것이 원인이다. 이들은 성장과정에서 정체성 혼란과 인종차별을 겪고, 어른이 되어서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입양국과 한국 사이에서 갈등하고, 백인과 동양인 사이에서 갈등하며 자란 해외입양인들은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과정을 거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조작된 호적과 서류, 입양센터 및 고아원의 비협조 등을 이유로 자신의 뿌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성장 배경을 가진 해외입양인들은 비교적 결혼율이 낮고, 기혼인의 경우에도 출산율이 낮은데 사회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인종적 자살'이라고 부른다. 


 입양은 본래 ‘인류애'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던가. 더 이상 인류를, 인간 개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해지지 못하고 누군가를 상처 주고 고통받게 하고 있다면 그 원인을 떠올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 한 덴마크인 부부는 “미혼모를 양산하는 한국의 성교육 부재 및 입양을 꺼리는 사회 관습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다"라며 한국이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입양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 OCED 중 유일하게 해외입양을 보내고 있는 국가이다. 과거와 비교해 그 숫자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상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해외입양을 멈추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해외입양에 대한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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