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조
기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악기다. 당장 우리 학교만 보더라도 반마다 기타가 서너 대 씩 쌓여있다. 이렇게 많은 기타 중 대부분은 통기타. 또 간혹 전자 기타도 보인다. 이 두 종류의 기타보다 월등히 오랜 시간 존재했음에도 불행히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클래식 기타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제대로 알리고자 한다.
클래식 기타는 여느 기타와 같이 6현을 가지고 있는 현악기이다. 기본 튜닝도 여느 기타와 같은 EADGBE(첫째 현은 E(미), 둘째 현은 A(라)와 같은 형식.) 튜닝. 당연히 손가락으로 줄을 뜯어 소리를 낸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자면 현대에 ‘클래식 기타’라 명하는 악기는 19세기 스페인의 전설적인 기타 제작자인 안토니오 토레스(Antonio de Torres Jurado, 1817~ 1892)가 처음 정형화한 형태의 기타이다.
토레스는 기존에 존재하던 왜소한 기타와 차별되는, 콘서트를 위한, 음색이 큰 악기에 집착했다.
좌측이 19세기 그 당시 일반적인 기타. 우측이 토레스의 기타이다. 눈에 띄게 커진 바디와 더 큰 음색을 위해 개량된 헤드가 돋보인다. 음색이 작아 반주악기로 사용되거나, 식당과 같이 아담한 장소에서의 공연에서 이용되었던 기타가 토레스의 혁신으로 하여금 대규모 콘서트, 독주가 가능한 악기가 되었다. 바로 이 기타가 아직까지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클래식 기타’이다. 토레스가 하드웨어를 완성시켰다면, 기타의 소프트웨어, 즉 그 음악을 한층 더 끌어올린 인물은 프란시스코 타레가였다. 타레가를 시발점으로 기타 음악은 민속 음악, 대중음악을 넘어 클래식 레퍼토리, 기교적, 독주적 연주곡으로 발전했다. 이 두 인물의 노력을 거치며 비로소 현대적 기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사용하는 줄의 종류에 있다. 통기타는 철로 만든 현을 사용하지만 클래식 기타는 현재는 나일론, 역사적으로는 양의 창자로 만든 것(gut) 현을 사용해 왔다. 이런 이유로 클래식 기타가 통기타와 비교했을 때 더 부드럽고 작은 소리를 낸다. 또 결정적으로, 기타를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나일론 현이 차원이 다르게 더 다루기 쉽다. 철 현을 처음 접하면 상당히 고통스럽다.
줄의 재질 말고도 여러 차이가 있다. '머리' 부분인 헤드, 줄을 고정하는 부분인 브리지, 심지어 기타의 몸체인 바디의 형태도 모두 다르다. 통기타의 헤드 부분을 보자. 튜너의 페그(peg, 돌리는 '손잡이' 부분)가 헤드와 수평으로 배열되어 있다. 그와 반대로 클래식 기타의 튜너 페그는 헤드와 수직으로 설치되어 있는 슬로티드 헤드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튜너의 구조 자체도 다르다. 통기타의 튜너가 클래식 기타에 비해서 많이 민감하다.
(클래식 기타는 1~3번 현은 순 나일론, 4~6번 현은 금속으로 감긴 나일론 현이다. 통기타 줄은 6현 모두 금속이며, 끝부분에 핀홀 브리지를 위해 고리가 달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브리지를 보자. 클래식 기타는 줄을 구멍에 끼워 넣고 매듭을 지어 줄을 고정하지만 통기타가 사용하는 철현은 매듭을 짓기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줄 끝에 있는 구멍을 브리지핀에 끼워 넣어 고정하는 방식이다.
클래식 기타는 기타의 목 부분인 넥이 더 넓고 두껍다. 또 통기타의 넥은 살짝 굴곡이 있는 반면 클래식 기타의 넥은 평평하다. 이에 줄간 간격도 더 넓고 지판의 폭도 더 넓다. 이런 이유로 클래식 기타에서의 운지가 조금 더 까다로울 수 있다.
사진으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일지 모르겠으나 실제로는 두 기타의 넥은 엄청나게 다르다. 주로 한 가지 기타만 쳐 온 연주자는 다른 넥에 적응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린다.
두 기타의 넥이 다른 점이 또 한 가지 있다. 바로 트러스로드(truss rod)의 유무이다. 통기타의 금속 현은 엄청난 장력을 생성해 순수 나무 재질로는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넥 속에 긴 금속 관을 삽입해 제작한다. 이 트러스로드를 감고 풀어 넥의 굴곡도 조절 가능하다.
또 기타의 몸체를 보자면 통기타는 보통 큰 음색을 위해 더 큰 바디를 갖고 있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통기타에는 다양한 용도와 음색을 위해 다양한 바디 타입이 있다. 보통 작을수록 핑거스타일, 클수록 스트러밍에 적합한 소리를 낸다.) 더해 통기타의 바디에는 보통 높은음을 연주하기 위한 컷어웨이(cut away)와 피크로부터 나무를 보호하는 픽가드(pick guard)가 흔히 보이지만, 이 두 가지가 탑재되어 있는 클래식 기타는 매우 드물다.
물론 이 글에서 나열한 요소 외에도 두 악기의 차이는 여럿 있지만 대략적인 차이는 이 정도로 추릴 수 있겠다.
클래식 기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다면 긴 손톱을 떠올릴 것이다. 클래식 기타 연주자들은 왜 긴 손톱을 고수하는 것일까? 간단히 말해 음색 때문이다. 세밀히 들어가기엔 벅찬 내용이기에 최대한 간단히 설명하겠다. 기타 현은 위아래로 진동할 때 가장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줄을 찍어내리며 칠 수는 업는 법. 손톱은 현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아래로 밀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때 손톱의 각도, 길이, 넓이가 모두 소리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클래식 기타리스트에게 손톱은 평생 연구와 실험의 대상이다. 끊임없이 손톱을 기르고 갈며 다양한 모양의 손톱을 시험한다. 이 주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고자 하는 독자는 이 영상을 참조하자. Learning with Legends - William Kanengiser(주의: 영어)
클래식 기타 음악은 크게 몇 가지 갈래로 나뉜다. 바로크, 플라멩코, 낭만주의, 아이비리아(포르투갈, 스페인이 속한 반도)와 라틴 아메리카 민속 음악 등이 있겠다. 먼저 가장 오래된 바로크 음악을 보자.
기억력이 뛰어난 독자는 무언가 이상하다 느낄 것이다. ‘분명 클래식 기타는 19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했는데, 17세기에 성행했던 바로크 음악과 클래식 기타는 어떤 관계가 있지’와 같은 질문이 분명 생길 것이다. 이 질문에는 명확한 쾌답이 있다. 바로크 시대에는 루트라는 악기가 활발히 사용되었다. 많은 바로크 거장들이 루트를 위한 음악을 남겼는데, 특히 바흐는 수많은 루트 악보를 남겼다. 낯선 유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루트, 하지만 기타와 꽤나 많이 닮아 있어 조금의 노력으로 루트 음악을 기타로 완전히 소화 가능했다. 그렇게 계산적인 화성과 트릴(trill, 2도 차이 나는 음 사이를 빠르게 전환하는 꾸밈음)이 돋보이는 바로크 음악이 클래식 기타 음악의 큰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다음으로 플라멩코 음악에 대해 알아보자. 플라멩코는 라스게아도(Rasgueado)라는 황홀한 오른손 기교가 돋보이는 장르이다. 또 다른 장르와 다르게 기타를 때려 타악기와 같이 사용하는 기교도 도용한다. 원래 스페인의 민속음악에서 유래한 것으로 클래식 기타와 땔래에 땔 수 없는 아주 핵심적인 음악이다.
기타는 라틴계의 악기이다. 스페인에는 플라멩코가 있듯이, 라틴 아메리카 각 국에는 수없이 다양한 민속음악이 클래식 기타로 연주된다.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바리오스, 피아졸라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클래식 기타 레퍼토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낭만주의 음악이다. 구체적으로 19세기에 작곡된 기타를 위한 클래식 음악.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며 접하는 음악이 대부분 이 유형에 속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클래식 기타가 탄생하고 레퍼토리가 만들어진 시기가 낭만주의가 성행하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클래식 기타 음악의 시조인 타래가도 대부분 낭만주의 연주곡을 작곡했다. 그의 곡들은 물론이고 여러 작곡가들의 낭만주의 음악이 이제는 기타 연주자가 꼭 알아야 할 ‘클래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