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원
특수학교 신설을 위해 장애 아동의 학부모가 무릎을 꿇고 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호소한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그렇게 만들어진 강서구 서진학교는 2020년 3월 개교했다. 여전히 특수학교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교육부의 2022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전국 특수교육 대상자는 10만 3,695명인데 특수학교 재학생은 2만 7,979명, 27%에 그친다. 장애아 양육자들에게 특수학교 입학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경기도에서는 2022년 상반기 기준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2만5119명이지만, 이 중 21.2%인 5334명만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이 조사한 결과 특수학급이나 일반학급에 배치된 장애학생 중 50% 이상은 특수학교에 전학가기를 희망했다.
특수학교는 현재 포화 상태이다. 특수교육법상 특수학교는 학급당 편성 인원이 유치원 최대 4명, 초/중학교 6명, 고교 7명이다. 서울 특수학교 13개교(38%)는 이 기준을 초과하여 운영 중이다. 특수학교 신설은 부지 선정, 지역주민의 동의 등의 큰 걸림돌이 있다. 특수학교가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인식 때문에 “나를 때리더라도 우리 애들은 편하게 학교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무릎을 꿇고 간절히 호소하는 학부모에도 지역주민들은 반대를 하기 일쑤다. 이렇게 특수교육대상자들은 교육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특수학교에 가지 못하면 일반학교의 특수학급 또는 일반학급에 진학하게 된다. 물론 일반학급이나 특수학급에도 통합교육 관점에서의 장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특수학교는 적용되는 교육과정이 장애 학생들에게 맞춰져 있고, 특수교육에서의 전문성을 더 갖추기 때문에 많은 양육자들이 특수학교를 더 원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특수학교를 다니더라도 아동의 교육을 위해 사설 센터를 찾곤 하지만, 특수학교를 가지 못하면 전문성 있는 치료를 위해 더욱 사설 센터를 찾게 된다. 사설 센터에서 이루어지는 재활치료는 아동의 문제행동을 줄이도록 교육하거나 자극을 통해 인지, 언어, 사회성 등을 높이도록 지원한다. 발달재활엔 감각통합(감통)치료, 언어치료, 놀이치료, 작업치료, ABA 등이 있다. 발달재활치료는 아동이 조금이나마 일상을 잘 살아나갈 수 있게 돕기 때문에 비싸더라도 찾게 될 수밖에 없다.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보통 사설 센터의 치료비는 한 타임(40~60분)에 4만5,000원~5만5,000원대로 형성돼 있다. 물론 훨씬 비싼 곳도 많다. 영유아기에 ABA 집중 치료를 하는 일명 '조기교실'은 1회(3~4시간) 비용만 50만 원이다. 월 8회면 400만 원이다.
(출처: 한국일보 1시간 치료수업에 15만원? 사교육 시장 내몰린 부모들) 또한 한국일보의 설문조사 결과, 장애 관련 비용으로 매달 100만 원 이상을 지출한다는 응답자는 부산(39.2%), 대전(35.3%), 광주(32.9%), 제주(30.8%), 대구(30.3%), 경기(29.6%), 서울(28.3%) 등으로 높았다. 경기도에서 6세 자폐아를 키우는 한 응답자는 "ABA에 언어, 인지, 특수체육, 미술치료까지 아들이 다니는 센터만 5곳"이라며 "마이너스 통장도 뚫어가며 작년까지 월 600만 원을 썼다"고 했다. 정부 지원도 부족하고, 저렴한 복지관 재활치료는 ‘무한 대기’가 필수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분에서 매우 부담이 되는 현실이다.
경제적인 부담은 심리정서적 그리고 정보적 지지와도 연관되어 있어 장애아동 양육자의 행복을 크게 좌우할 수 있다. 장애자녀의 양육자는 비장애자녀의 양육자에 비해 사회적 자원체계와 접촉할 기회가 적다. 따라서 정보나 사회적 자원 등의 교류에 한계가 생기는데, 문제는 장애자녀를 양육하며 이런 것들이 지원되지 않아 고립될 때 돌봄 부담, 양육 스트레스, 무기력 등의 어려움에 놓인다는 것이다. <장애자녀 주양육자에 대한 사회적지지와 행복감의 관계에서 양육스트레스와 가족건강성의 매개효과 연구>에 따르면 양육자의 고립은 가족 구성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장애자녀의 행복과도 연관된다. 경제적인 부담감 역시 양육자에게 큰 영향을 갖는 것 중 하나로 나타났다.
특수학교는 부족하고, 사설 센터는 경제적으로 매우 큰 부담이 된다. 이런 상황 때문에 장애아동의 양육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양육자의 심리 상태는 장애 아동과도 크게 연관되기 때문에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지지와 정부의 바우처 등 지원이 필수적이라 보인다. 주 양육자를 위한 충분한 쉼과 회복 지원, 가족 심리지원 프로그램, 장애아동의 치료와 프로그램 개입에 있어 바우처 서비스 지원 확대, 특수학교 증대, 다양한 정보 제공 등이 그 방법일 수 있겠다.
출처
[新님비시대]⑤ "무릎 꿇어도 특수학교는 안돼", 이상빈 기자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1/2017091102318.html
진학은 '별 따기' 신설은 더디고... 대학진학보다 어려운 '특수학교' 문턱, 김소희 기자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2090411410005340
1시간 치료수업에 15만원? 사교육 시장 내몰린 부모들, 최나실 기자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2100509190004669
귀한 특수학교…장애아 80%, 어쩔 수 없이 일반학교행, 박지혜 기자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153827
장애자녀 주양육자에 대한 사회적지지와 행복감의 관계에서 양육스트레스와 가족건강성의 매개효과 연구, 한희장/김웅수
사진 출처
진학은 '별 따기' 신설은 더디고... 대학진학보다 어려운 '특수학교' 문턱,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