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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Oct 03. 2023

잼버리,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는가?

김태의

잼버리. 정식 명칭으로는 세계스카우트잼버리로, 매 4년마다 개최되는 전 세계적인 야영대회이자 전 세계의 스카우트들이 모이는 가장 큰 스카우트 국제행사이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25회 잼버리대회 개최지를 선정하기 위해 총회를 열어 투표를 했고, 대한민국 전라북도 새만금은 1008표 중 607표를 받으며 한국은 1991년 제17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개최한 이후로, 32년 만에 다시 제25회 잼버리를 개최하게 되었다. 


역대 최대인 168개국의 5만여 명이 참가한다는 소식과 함께 생산유발효과가 800억 원, 부가가치 300억 원, 고용창출 1000명 등의 성과를 낼 것으로 예측하며, 엄청난 기대를 모았다. 

아래 사진은 새만금이 개최지로 확정 발표되자 유치단이 환호하는 장면으로, 다가올 미래를 모른 채 굉장히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이 기대의 비참한 결말을 알고 있다. 


계최 전부터 침수, 폭염 대책에 대해 지적을 받았던 새만금 잼버리는 역대 잼버리 중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사실상 조기 폐막하게 되었다. 


이 대회를 위해 정부는 수천억의 예산을 들였고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행사 계획을 총괄한 여성가족부 장관은 ‘차질 없이 준비할 것, 대책도 다 세워놓았다.’라는 당당한 태도를 보였음에도, 잼버리는 왜 이렇게까지 완벽한 실패를 하고 말았을까?


첫 번째로는, 부지 선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여성가족부, 전라북도 등이 잼버리 유치 지역으로 선정한 새만금지역은 당시 갯벌이었으며, 매립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새만금이 개최지로 선정된 뒤 본격적인 매립 공사가 시작된 것은 2년 5개월이 지난 후였고,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기본계획부터, 사업비 승인, 세부 설계 등으로 시간이 필요했던 탓이라고 한다.

위 사진은 잼버리 대회 당시 태풍 카눈이 지나간 이후 물웅덩이가 생겨버린 잼버리 부지이다.

이렇게 늦게 시작된 매립은 개막 8개월을 앞둔 2022년 12월에 준공되었다. 야영장 부지 매립 공사 기간은 약 3년이지만, 실제 매립 기간은 1년 3개월뿐이었기 때문에, 부실 공사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 야영지로 적합한 다른 부지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새만금개발청과 한국농어촌공사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농생명용지 5공구는 2017년에 이미 매립이 마무리됐고 2공구는 2018년에 준공되었다.


아영지로 활용할 다른 부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갯벌을 야영지로 정한 것을 근거로 여당은 잼버리를 명분으로 중앙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아 전라북도의 간척사업에 속도를 내려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가설의 사실 여부를 떠나, 결국 이번 잼버리의 야영장은 폭우로 인해 습지가 되어 모기와 화상벌레가 창궐하고 말았다.


두 번째로는, 폭염에 대한 대비가 전무하였다. 여성가족부 장관이 주재한 ‘현안 점검 회의’에서 폭염 대책은 주요 안건으로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엘니뇨 발생으로 7~8월 폭염이 예상됐던 6월 회의에서도 폭염 대책은 토의되지 않았다. 

위 사진은 잼버리 야영장의 수돗가에서 잠시나마 더위를 피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이다.

새만금 야영장은 바다를 매워서 만들었기 때문에, 숲이나 나무 같은 자연 그늘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폭염, 폭우 시 대비용으로 지어질 예정이었던 건물은 내년에 준공 예정이고, 긴급 상황 발생 시 이동하기 위한 교통편조차도 제대로 갖추어 있지 않았다.

이에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펜션을 구해 그곳에서 숙식을 했고, 필요한 것들은 참가자들에게 추가 예산을 요청했다고 한다.


세 번째로는, 화장실이 부족했고 위생적이지 않았다.

위 사진은 잼버리 야영장의 푸세식 화장실을 보고 경악한 칠레 대원의 모습이다.

잼버리 개영 첫날부터 야영장의 화장실이 위생적이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이는 턱없이 부족한 화장실 숫자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잼버리 야영장에는 총 354개의 화장실(변기 2712개)이 설치되었는데 4만 3천여 명이 참가한 만큼, 변기 하나를 15명의 참가자들이 이용한 셈이다.


정부는 잼버리 개막 5개월 전 국무총리 주재 회의를 열어 ‘시설 설치 예산’을 50억 원 가까이 증액하였음에도, 화장실 추가 설치 예산은 늘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잼버리 개최와 관련된 해외 출장을 다녀왔던 공무원이 화장실 부족과 커튼 샤워장 등의 시설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지만, 예산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화장실의 개수가 부족한 것과 더불어, 화장실들 중 일부가 푸세식 화장실이었음이 칠레 대원이 올린 유튜브 영상으로 공개되었다. 창문 하나 없는 1인용 재래식 화장실에는 두루마리 휴지 2개와 방향제가 비치되어 있었다. 잼버리 대회가 8월 초에 개막하였음을 고려해 본다면, 더욱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와 같은 이번 잼버리 대회의 실패에 대한 이유들 외에도, 후속 절차와 관련한 내용도 배제될 수 없다.


이번 사태에 대해 언론의 비판보도가 쏟아져 나오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모든 부처가 전력을 다해 지원할 테니, 김 장관은 마지막 참가자가 안전하게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총책임자로서 현장에 머무르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라’고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잼버리 현장에 머무르지 않았으며, 그 이유는 ‘신변을 위협하는 협박 때문이었으며, 대원들과 함께 야영하지 못한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변명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여성가족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아 민주당 의원들이 장관을 찾으러 다녔고, 여가위 소속 야당 국회의원들도 장관을 찾아다녔다. 결국 여가위 회의는 파행됐다.

위 사진은 여성가족부 장관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는 장면이다.

잼버리 파행에 대한 김 장관의 첫 사과는 잼버리가 끝난 지 무려 18일 만에 나왔다고 한다.

이번 사태로 인해 개선해야 할 점을 명확히 파악 및 개선해야 하며, 이러한 사태를 야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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