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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Dec 30. 2023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조종할 수
있다?

양지원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종할 수 있는 기술, 이를 BMI라고 부른다. BMI라고 하면 체질량 지수를 말하는 것 같지만 그 BMI와는 다르다. Brain Machine Interface의 약자로, 두뇌의 신호를 분석하고 외부 기계에 명령을 보내 기계를 제어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뇌와 기계의 양방향 소통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크게 의미있다. 재활 및 의료, 문화 산업(게임 등), 심지어는 국방이나 교육 면에서까지 활용될 수 있다. BMI 기술이 흥미롭게 들리지 않는가? 이제부터는 BMI 기술의 간단한 원리와 활용 사례를 알아보겠다.



출처: 아산병원 뉴런, 신호 전달 체계 사진

 BMI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선 뇌에서의 신호 전달 체계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외부에서 자극을 받아 해석하고, 그 신호를 다시 운동기관에 명령으로 보내는 기관을 신경계라 한다. 뉴런이라는 세포는 신경계의 기본 단위이며 그 종류로는 감각뉴런, 연합뉴런, 운동뉴런이 있다. 한 뉴런에서 다른 뉴런으로 화학적 신호를 전달하는 시냅스라는 구조를 통해 그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다면 이제 뉴런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뉴런은 수상돌기(가지돌기), 신경세포체, 축삭, 축삭돌기말단 등으로 이루어진다. 수상돌기를 통해 신호를 받아들이고, 축삭에서 이온의 확산을 통해 전기적 신호를 보내어 축삭돌기말단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결과적으로 자극이 감각 기관을 통해 주어지면 연합뉴런에서 운동뉴런으로 명령이 주어지고, 운동기관에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뇌에서의 신호는 특정 행동이나 감정에 따라 모두 다른 파형을 가진다. 음식을 먹을 때, 달리기를 할 때, 물건을 들 때 모두 다른 파형을 가진다는 것이다. 물론 화나거나 즐거울 때도 마찬가지이다. 


출처: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그런데 이런 파형을 파악하고 이를 전자칩으로 인식하여 외부 기계에 보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바로 이를 활용하는 것이 BMI이다. 뇌파를 뇌 속(혹은 외부)의 전자칩이 인식하여 디지털 변환을 통해 외부 기계로 신호 처리를 한다. 외부 기계에서 특징 추출 후 변환 알고리즘으로 처리된 신호는 명령으로 이어진다. 그 명령은 의수나 의족, 또는 휠체어 조종이 될 수도 있고, 게임 캐릭터의 움직임 등이 될 수도 있다. 간단하게 정리를 하자면 뇌 신호를 전자칩이 인식하여 외부 기계로 보내고, 우리는 외부 기계 자체를, 혹은 외부 기계(주로 컴퓨터)에서 보낸 신호로부터 어떤 기기를 내가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과 기계의 접속 방식이 시각, 청각이 아닌 뇌파가 된다.


 이 기술은 예전부터 제시되고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뇌파가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고, 넓은 영역에 있는 신경 세포의 전기적 특성을 모두 이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실용화까지 이루어지진 못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BMI 연구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정확도도 높아지고 연구 성공 사례도 많이 보여지고 있다. 기술 활용 분야는 신체기능의 보조/대체, 편의성 제고, 엔터테인먼트, 정보/지식 전달 교류가 있다. 신체기능의 보조/대체는 뇌파제어기술을 이용해 휠체어나 로봇팔을 조종하는 것이다. 편의성 제고는 다른 일을 수행하는 중에 IT 기기나 차량 등을 제어할 수 있게 BM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고, 엔터테인먼트는 뇌파인식 게임 캐릭터 등을 말한다. 영화 분야에서는 감상자의 생각에 따라 이야기 흐름이 달라지는 콘텐츠도 개발 중이다. 정보/지식 전달 교류는 국방, 훈련, 교육 등에서 쓰일 수 있다. 이는 뇌-뇌 인터페이스로 BMI 기술이 지향하는 차세대 분야이자 윤리적 문제가 거론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 4가지 분야 중 특히 장애인을 대상으로 로봇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등의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제 그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정재승 교수팀은 로봇팔 조종 방향을 뇌 활동만으로 인식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3차원 공간에서 24가지 방향으로 조종을 평균 90% 이행을 수행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그동안 BMI 연구가 대부분 고사양 하드웨어가 필요해 적용이 어려웠다는 것에 반해 스마트 기기나 메타버스에도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이 연구 결과는 컴퓨터 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플라이드 소프트 컴퓨팅’ 2022년 3월호에 실렸다.


 사고로 몸이 마비된 프랑스 청년이 뇌파로 작동하는 로봇옷을 입고 다시 걷게 된 사례도 있다. 이름이 티보로 알려진 28세 청년은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발코니에서 떨어져 척수를 다쳐 사지마비 판정을 받았다. 연구팀은 뇌 신호로 움직이는 외골격로봇을 개발했는데, 이는 사람의 골격구조 및 관절 작동매커니즘과 일치하게 만들어 옷처럼 입을 수 있다. 티보는 실험을 받기 전 비디오 게임을 통해 2년간 걷는 연습을 했고, 이 과정에서 얻은 뇌 신호 특성을 통해 외골격로봇을 설정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외골격로봇 옷을 입고 팔관절과 두 손을 움직이는 것과 걷는 것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는 의수나 의족을 착용해야 하는 전세계 장애인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BMI라는 기술이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지만, 이 기술이 인간을 돕기 위한 도구로 쓰이는 연구가 이어진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편리함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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