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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un 19. 2024

세월호 10주기, 10번째 세준위원장 김규민을 만나다.

김서형

 ‘세월호(기억식) 준비 위원회'(이하 세준위)는 이우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매년 4월이 다가오면 기억식을 준비하는 TF 조직이다. 이우학교의 세준위 역시 꼭 10년을 맞이했다. 이번 세준위는 20기(2024 기준 고등학교 3학년) 김규민이 세준위원장을 맡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세준위원장 김규민과의 세준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내용을 담았다.


Q. 왜 세준위원장을 해야겠다 생각했나요?

사실 세준위원장이 될 생각은 없었어요. 오히려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작용했어요. ‘이걸 해야 제대로 알 것 같다’는 생각. 작년 세월호 기억식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던 것 같아요. 같은 학년의 태도가 실망스러웠던 것도 있고요. 그런데 후배에게 위원장을 하면 짊어지게 될 많은 부담과 책임을 미루고 싶지는 않았어요. 세준위원장이 된 이유가 있다면 ‘그것에 책임지겠다’는 생각 때문일 거예요. 세준위의 마음을 내준 친구들에게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진정성 있게 해보고 싶었어요.


Q. 세준위를 꾸리면서 가장 중요시했던 건 뭐가 있을까요?

오히려 ‘일은 나중이고 먼저 알자’주의였습니다. ‘목적과 역할' 그걸 분명히 하고 싶었어요. 기억식에서 뭘 전달해야 할까?라고 했을 때 고민이 세준위 내에서 단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세준위 내에서 기억식을 준비하며 ‘세준위되기'를 기획하기도 했어요. 0단계에서 2단계로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0단계: 나에게 세준위란? 나에게 세월호 참사는 무엇인지, 왜 세준위를 했는가 왜 기억하는가’, ‘1단계: 세월호 더 잘 알기, 다큐 보기. 글, 영화, 시를 읽고 발제해와서 가볍게 나누기’. 그리고 ‘2단계: 역할 정의하기: 슬프고 기억하는 것 말고 우리의 액션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고민하기' 이 부분에서는 우리가 어떤 분노를 해야 하는지, 또 청소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기억식을 통해서 무엇을 전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단계였습니다. 


Q. 우리는 왜 기억할까요? 

사실 세월호만 기억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세월호만 특별해서라기보다는 세월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가 다가오고 있고, 그들이 국가가 없다는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이걸 통해서 보여주고 싶은 것 같은 마음이 컸어요. 청소년이 많이 죽은 사건이잖아요. 약자가 피해자가 된 사건이죠. 어른들의 무책임에 선택지가 잃은 청소년이 죽음, 이것에 대해 학생들이 공감하고 목소리 낼 수 있는 바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 헤아리지 못했지만 또 지금이 마지막인 것 같기도 했어요. 미성숙함의 힘라고 할까요? 


Q. ‘미성숙함의 힘’이란 뭘까요?

미성년자라는 건 타인의 규정이잖아요.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나?’ 이런 생각에서 시작된 힘 같은 건데요. 이들의 권리에 대해서 밖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 틀 안에 있는 당사자들이 행동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미성숙의 힘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Q. 기억 남는 순간이 있나요?

이번 세월호 기억식에서는 참사 희생자의 이름을 모두 불렀어요. 전교생 240명 남짓이 한 명씩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었죠. 40분 넘게 걸렸어요. 세준위 내에서도 30분 계획했는데. 스스로도 ‘너무 많다’고 생각도 들고, 또 학생들이 앉아있으니 허리 아파하고 이게 보였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 또 그만큼 많은 꿈을 꾸는 사람이 떠났다는 게 체감이 되었어요. 그래서 기억에 남아요. 이름을 불러주면서 그 꿈을 기억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올해 세준위를 하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세준위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어요. 이번 세준위를 마치고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는데 노란 리본이 많이 달려있는 걸 봤어요. 기억식으로 (리본을) 다는 사람이 생겼다는 게 어쩌면 기억식을 통해 저희가 전하고자 한 바가 조금은 전달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딱 한 명이라도 기억식을 기점으로 리본을 달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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