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에게 던지는 질문
*이 기사를 읽는 독자에게 전하는 말
: 본 기사는, 이우 고등학교에서 지내면서 에디터 본인 혹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 경험을 기반으로, 객관적으로 작성하기 위해 노력한 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디터의 주관이 포함된 부분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기사를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우 가치가 뭘까?
이우고등학교에 입학하며 모든 학생들이 한 번씩 낭독했던 ‘이우헌장’.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떤 이우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까?
<이우 헌장>
우리는 배움을 통해 변화와 성장을 이루어가는 공동체이다.
.
.
.
성, 계급, 인종, 종교가 다른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고 하늘과 땅 그리고 그 안의 뭇 생명체들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미래를 열어 나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는
.
2.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합니다.
.
.
4. 우리가 가진 것을 함께 나눕니다.
5. 큰 뜻을 이야기 하는 것 못지않게 작은 실천을 중시합니다.
위는 ‘이우 헌장’ 중 일부의 내용을 담고 있어. 다음의 내용에서 우리는 우리가 다니고 있는 학교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그것들을 학생들이 실천해나가길 지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지.
바로 첫 줄에서 언급된 것처럼, 우리 학교에서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 주의’를 중요시하며, 이를 기반으로 작은 것이라도 함께 ‘실천’해 나가는 것을 중요시 여기고 있어. 우리는 새롭게 이우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많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월요일 1블럭 ‘자치’라는 시간표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우리 학교에는 ‘자치’시간 이후에도, 이에 관심 있는 친구들에게 더 많은 자치의 기회가 제공되도록 현재까지 12개의 자치기구가 형성돼 있어.
거의 모든 학생들이 입학과 동시에 학교생활을 하며 ‘공동체 의식’과 ‘자치’, 이 단어들과 많은 순간을 함께 했을 거야.
그런데, 우리는 입학 때부터 들었던 저 단어들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있을까?
아마 각각의 정의가 학생 개인에겐 이미 정해졌을 수도 있고,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한 친구들도 많을 거야. 우리는 다 같이 <이우 헌장>을 읽고 학교에 입학하고, 여러 시간을 ‘자치’와 함께 보내면서도, 누군가는 ‘자치’를 즐기기도, 누군가는 그 시간을 피하고 싶고 힘들어하면서, 각각 다르게 보내고 있어.
잘 모르겠다면, 조금 더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살펴보자!
2019 총학 불씨에서 진행했던 ‘자치 메뉴얼’을 기억하니? 그 공약은 신입생들이 입학 후 바로 마주하게 되는 ‘자치’의 의미와 자치 현장에서 필요한 도구에 관한 배움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생겨났다고 해.
우리가 알고 있는 ‘자치’의 의미는 뭘까? ‘자치’에 대해 모든 친구들이 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는 이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에디터들 본인이 경험했던 자치와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봤어.
“자치는 어떠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구성원들 간의 공통의 합의를 이루는 과정인 동시에, ‘변화’인 것 같아.”
“나는 자치에서 문제점에 대한 공감과 이해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 속에서 항상 구성원들의 감정과 공감만이 우선시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또한 두 에디터가 경험했던 첫 자치는 ‘서클’ 형식의 ‘마음 나누기’였지. 한 에디터한테는 그 첫인상이 자치의 모습으로 굳어지기도 했고 말이야. 우리는 학교 교육과정과 여러 활동, 행사들을 준비하는 과정을 겪으며 끊임없이 자치를 해내야만 하는 현장을 마주해 왔어. 그런데 구성원들 간 자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각 개인은 ‘자치’의 의미를 달리하게 되고 그에 따라 그들이 원하는 자치의 방식도 달라지게 되지.
우리는 보통의 경우엔, 자치를 경험해본 적 있는 혹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이끌어낼 수 있는 친구들이 주도 하에, 시작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에디터가 생각하기엔, 우리 안에서 시작되는 자치 방식은 이야기장, 마음 나누기와 같이 ‘성찰적인’ 성격이 중심이 되는 형태가 많다고 생각했어.
여기서 이야기하는 성찰적인 자치는 우리가 이야기할 논제가 있을 때, 담론의 목적이 문제가 되던 시스템 혹은 방식의 실질적인 변화에 비중을 두기보단, 개인과 공동체의 태도를 반성하고 성찰하는데 더 집중하는 자세라고 생각했어. 예를 들어, 분리수거가 잘되지 않아 이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때면, 우리는 “분리수거 통을 바꾸자” , “분리수거 표를 붙이자” 등의 해결 방식보다는, “우리는 왜 분리수거를 하지 않을까”와 같은 자신의 모습을 되돌려보고, 그 이유를 나누는 등의 자치 방식에 더 집중했던 것 같아.
모든 자치가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에디터가 느꼈던 ‘자치’는 그런 형태가 많았던 것 같아. 그리고 그 속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는 대부분 마음나누기와 이야기장의 형태로 진행되었지.
다들 마음 나누기 한 번씩은 해봤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방식은 아마 구성원들끼리 둘러앉아 각자의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형식이었을 거야.
아까 말했듯이 에디터들이 가지고 있는 자치의 첫 기억은 서클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마음나누기 시간이었어. 그때는 반 전체가 다 같이 참여하여, 선택적이기보단 필수적으로 그 자리에서 나의 솔직한 이야기를 이야기해야 했던 것 같아. 또한, ‘마음 나누기’ 장에 열릴 때는 항상 그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의 동의를 바탕으로 가 아닌, 소통하고자 하는 소수의 요구에 의해서 남은 구성원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참여해야 했던 것 같아.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는 반, 학년 혹은 학교 전체 단위로 진행되는 활동을 참여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예를 들어 반 엠티를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거나 같이 말이야. 반 다 같이 우리는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소속된 ‘학교’라는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어. 우리가 생활하는 건강한 공동체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어.
공동체는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이자, 우리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꺼내고 소통하는 ‘자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라고 생각해. ‘자치’가 각 개인에게 어떤 의미로 자리 잡고 있을진 몰라도, ‘자치’는 그 공동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적인 자리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 거지. 이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동의할 거라고 생각할게. 그렇다면, 이 의미는 동시에 공동체 속 생활하는 우리는 그 속에 관심을 가질 책임은 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정당한 이유를 기반으로 한, 그 공적인 자리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도 있지 않을까?
아마 이 질문에 대해 “그건 공동체에서 벗어나는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있을 수도 있어. 그러면 우리는 그들에게 물어보려 해.
‘그럼 공동체는 도대체 어떤 건데?’
많은 친구들이 ‘공동체’ ‘공동체 의식’과 같은 말들을 많이 들어보았지? 정확하게 정의 하긴 어렵지만, 많은 친구들이 ‘함께’ ‘더불어’ ‘타인과 공동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 같은 표현들이 떠오를 거라고 생각해.
에디터들은 공동체 주의가 ‘언제나 함께 해야 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되어, 개인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거나, 여러 상황 속에서 개인보단 공동체가 우선시돼야 하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어. 그렇기에 ‘마음 나누기’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구성원으로 포함한 모두가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나아가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꺼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꼈던 것 같아.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친구들은 그런 공식적인 공간에 다가가기 어렵다고 느껴졌어. 그리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야기의 중심이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단, 구성원들의 공감을 요하는 경우도 여러 있었던 경험이 있기도 했어.
‘자치’, ‘공동체 주의’. 우리는 이우 가치를 대표하는 이 두 단어에 대해 의문을 던져 보았어. 이상하게도, 이우학교 학생이라면, 일상 속에서 너무나도 자주 듣는 이 단어의 의미를 막상 생각해보니 에디터들도 잘 떠오르지가 않았어. 그래서 우리의 경험과 많은 친구들과 이야기했던 내용을 통해, 우리가 가지게 되었던 질문들을 같이 나누고 싶었어.
접해본 적 없는 ‘자치’를 경험하면서, 각 개인이 받아들이는 ‘자치’의 간격이 너무 커져버리게 됐어. 이우에서 통용되고 있는 보편적인 가치들을 서로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고민해보고 나눌 기회가 부족했던 것 같아. 그래서 우리 에디터들은 이 기사를 통해 우리가 가진 생각과 질문들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많은 이들의 의견도 들어보고자 해. 또한, 이 기사를 통해 자신이 가졌던 이우 가치들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
본 기사는 에디터의 주관이 담긴 기사임을 유의해주세요
@귤 & 오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