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기구와 총학은 어떤 관계여야 하는가?

이주미

by 와이파이

이우고등학교에는 흔하지 않은 자치체제가 있다. 바로 ‘자치기구’이다. 자치기구는 보통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활동한다. 예를 들어, 2024 자치기구는 생태, 성, 정치, 공간관리, 급식, 교육을 다루고 있다.


2023 우리총학이 제정한 ‘이우고등학교 자치기구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올해의 자치기구 대표자들과 식구총학 대표자들이 정의한 자치기구란, 학교 전체를 아우르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려고 하는 기구’이자, 각 자치기구가 설정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동안의 자치기구들의 문제의식은 급식, 정치처럼 키워드로만 인식되어 구체적인 방향성이 드러나지 않았고, 자치기구와 학생들 간의 거리는 멀어졌다. 그래서 올해는 문제의식을 구체화하고, 문장 형태의 질문으로 만들어 정체성을 뚜렷하게 하고자 했다. 이는 ‘자치기구 2차 등록서 모음’으로 학생들에게도 공개된 바 있다.


또한 올해의 자치기구 대표자들과 학년회, 총학생회 대표자들은 대표자회의를 활발하게 진행하여 협력관계를 만들고자 했다. 대표자회의에서는 각자 활동들을 공유하고, 자치기구끼리 협력하여 활동을 준비하거나, 자치회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특히나 자치기구의 역할에 있어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자치기구는 어떤 기구이며, 어떤 활동들을 열어야 하고,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이 과정에서 자치기구와 총학생회는 자치기구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올해의 자치기구들은 각자가 정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열어왔다. 생태 자치기구 일생은 생태주간을 만들어 생태에 대한 의식을 높이거나, 성 자치기구 발아는 성담론과 관련된 토크콘서트를 열어 청소년이 성 관련 이야기를 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리고자 했다. 또한, 정치 자치기구인 건방정은 다양한 정치 소식을 전하고 시국에 대한 입장문을 내거나, 급식위원회는 학생들이 외부음식을 아무렇지 않게 먹는 상황에 대한 대자보를 내며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올해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자치기구의 대한 역할과 총학, 자치기구의 관계에 대한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내년의 학교를 이끌어갈 총학생회장을 뽑는 2025 총학생회 선거에서 두 후보는 자치기구의 역할과 총학, 자치기구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아래는 후보들의 사후질문 답변을 참고한 것이다.


한 후보는 대표자로서 자치를 정의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따라서 자치기구가 어떻게 자치를 운영할 것인지, 학생이나 교사회 측에서 자치기구 내실화에 대한 이야기가 제기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을 자치기구 내에서 직접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자치기구와 총학은 협력할 수 있을지언정 연결되어 있는 기구들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동등한 자치회로서 서로의 활동들을 바라봐줄 수 있는 관계로 남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총학은 자치기구들은 각자 상상했던 자치를 마땅히 자유롭게 펼치는 역할로 존재하면 되고, 총학은 자치기구가 혹여 총학이 바라는 바와 다르게 가더라도 간섭하지 않고 온전히 지켜보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후보는 자치기구와 총학은 함께 나아가야 하는 주체라고 했다. 자치기구는 그들의 문제의식과 지향점을 고민하며 이야기하고, 총학은 이러한 이야기가 학생들에게 더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학생들이 더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라고 언급했다. 총학은 자치기구에게 이것 이상의 존재에 대한 방향성 제시를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선거 기간 동안 자치기구와 총학생회가 동등한 기구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총학은 ‘간섭’ 혹은 ‘방향성 제시’는 하지 않아야 하며, 자치기구가 ‘활동할 것’을 강요하지도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후보 모두 올해의 대표자회의의 방향성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제시했다.


그러나 자치기구는 존재 양식 자체가 총학에 의해서 성립된다. 자치기구는 총학에 ‘자치기구 등록 신청서’를 2차에 걸쳐 제출한다. 그리고 총학의 승인을 받아야 정식 자치기구로서 활동할 수 있다. 자치기구 대표자들은 학생들의 선거를 통해 결정되지 않으며, 학생들의 권리를 위임하지도 못한다. 따라서 선거를 통해 당선된 총학생회의 승인을 거쳐 자치회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자치기구는 총학의 완전한 산하는 아닐지언정 완전한 동등한 관계도 불가할 것이다.


또한, 자치기구가 ‘해결’에 집중하고 활동을 해야 하는 건 그들이 ‘자치기구’라는 정체성 때문이다. 동아리, 소모임 등과 구분되는 자치기구만의 특징은 학생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자치회’이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기구’라는 것이고, 그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결에 힘을 써야 하는 것이다. 해결하지 않는다면 동아리, 소모임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왜 자치기구로 존재해야 하고, 자치의 영역에 있어야 하는가? 총학생회에는 자치기구의 정체성을 부여했음에 따라 그들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이끌어나가야 하는 책임과 권한이 있다. 올해 당선된 2025 총학생회는 자치기구의 존재 의의와 존재 방식과 관련하여 비전을 다시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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