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선량한 차별주의자

이주미

by 와이파이

당신은 차별에 반대하는가? 누군가를 차별하는 게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그저 선량하고 싶은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아닌가?


사실 당신은 일상 속에서 수많은 ‘특권’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당신의 정체성을 함부로 규정할 순 없으니 카테고리를 나눠보자. 이성애자라면 결혼을 할 수 있고, 비장애인이라면 아무런 불편함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내국인이라면 걸어다닐 때 시선이 집중되지도 않을 것이고, 남성이라면 밤 늦게 어떤 사람이 뒤를 쫓아 와도 무섭지 않을 것이다. 누구에게는 당연하고 평범한 이 일상이 어떻게 ‘특별한 권리’가 될 수 있는가?


‘특권’이라는 개념은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출판되며 유명해진 개념이다. 특권이란 주어진 사회적 조건이 자신에게 유리해서 누리게 되는 혜택들이다. 말하자면 '가진자의 여유'로서,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하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이성커플이 결혼을 할 수 있는 건 동성커플의 시점에서 봤을 때 이성커플이 가진 ‘특권’이고, 신체적 비장애인이 대중교통을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건 장애인의 시점에서 봤을 때 비장애인의 ‘특권’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특권을 대부분 인식하지 못한다. 특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눈 앞에 나타났을 때야, 소수자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했을 때야 비로소 보이게 된다.


미국 웰슬리 대학의 페기 매킨토시 교수는 백인으로서 자신이 누리는 일상적 특권들을 수집했고, 백인 특권의 46가지 예시를 담은 글을 발표했다. 특히나 백인 남성의 특권 목록이 유명하다.

- 내가 승진에 자꾸 실패한다면 그 이유가 성별 때문은 아닐 것이다.

- 나는 밤에 공공장소에서 혼자 걷는 걸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 내가 운전을 부주의하게 한다고 해서 나의 성별을 탓하지는 않을 것이다.

- 내가 책임자를 부르면 나와 같은 성별의 사람을 만날 것이 거의 분명하다. 조직에서 더 높은 사람일수록 더욱 확신할 수 있다.

- 내가 많은 사람과 성관계를 한다고 해서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 나의 외모가 전형적인 매력이 없더라도 큰 문제가 아니며 무시할 수 있다.

나는 내 자녀의 안저을 위해 구조적 인종주의를 의식하게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 내가 음식을 입에 넣고 말한다고 사람들이 내 피부색을 가지고 비웃지는 않을 것이다.

- 내가 속한 인종 집단을 대표해 이야기 해달라는 요청을 받는 일이 없다.

- 내가 책임자를 부르면 거의 틀림없이 나와 같은 인종의 사람이 나올 것이다.

- 나는 내 외모, 행동거지, 냄새로 나의 인종이 평가된다는 사실에 신경쓸 일이 없다.

- 나는 내가 일하고 싶은 분야에서 나와 같은 인종의 사람이 수용되고 허용되는지 질문하지 않고 많은 선택지를 생각할 수 있다.

- 내가 리더로서 신용이 낮다면 그 이유가 인종 때문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이 글을 읽으며 그동안 받았던, 보았던 수많은 차별을 떠올릴 수 있다. 이처럼 특권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마주했을 때야 인식할 수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특권을 누리며 살아간다. 결혼을 하는 것도, 버스를 타는 것도 너무 평범한 일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동성애자는 한국에서 온전한 ‘결혼‘을 할 수 없고, 장애인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심리적, 신체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외국인은 외모에서 보이는 특징 때문에 수많은 편견과 차별을 상대해야 하고, 여성은 남성에 비해 화장실을 갈 때도, 대중교통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일상에서도 범죄를 걱정해야 한다. ‘상대성’이 존재하는 뜻이다.


우리는 약자의 입장이 되어서야, 혹은 가까이서 봐야 우리의 평범했던 일상이 당연하지 않음을 인지할 수 있다.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익숙한 생각이 누군가에게는 모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가진 특권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말들은 우리가 속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 특권을 가졌기에 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이건 단순히 상처를 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인간 존엄성과 관련된 문제이다. 진정으로 우리는 그들을 차별하고 있지 않은지, 정말로 그들과 ‘평등’해지길 원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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