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y desk, Big happiness

이규진 / 작지만 큰 책상

by 와이파이

콘서트에 가 본 적이 있는가? 거대한 무대와 수천명의 관객, 번쩍이는 조명과 환호성 사이에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 여운은 귀갓길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목소리도 울리지 않는 좁은 방에서 아티스트와 악기의 모든 소리가 적나라하게(또는 생생하게) 들어오는 공연이 있다면 어떨까? 작지만 가장 큰 책상, Tiny Desk Concert에 대해 알아보자.



타이니 데스크는 미국의 라디오 전문 공영방송사인 NPR에서 진행하는 콘서트 프로그램이다. 말 그대로 작은 책상 앞에서 여러 아티스트들이 평소 콘서트나 음원과는 다른 느낌의 공연을 선보인다. 작은 책상이라는 무대는 생각보다 실제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시청자들로하여금 매우 친밀하고 바로 앞에 있는듯 가까운 느낌을 준다. 사운드적으로도 기계음이나 보정 없는 벌거벗은 그대로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특징. 이는 Tiny desk라는 쇼가 추구하는 가치를 그대로 보여주는 구성이다.



타이니 데스크를 이끌어온 열정과 배경을 이해하려면 이 쇼의 제작자이자 책상 주인인 밥 보일런에 대해 알아야한다.

어릴 때 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보일런은 성인이 되고 지역 레코드샵에 취직했다. 하루종일 다양한 레코드를 듣고 손님들의 취향대로 음악을 제공하는 그는 ‘테이스트 메이커’라고 불렸다.

1988년, 라디오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은 그는 별로 관심 없던 직장을 그만두고 NPR의 뉴스 프로그램 All Things Considered의 프로듀서에게 찾아가 무작정 일을 맏겨달라 부탁한다. 그렇게 매일을 회사에 찾아갔고, 결국 정규 프로듀서가 된 그는 10년 동안 일하며 인정받는 음악 덕후가 되었다.

2008년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음악 페스티벌을 돌아다니던 보일런과 스티븐 톰슨(NPR Music 공동 프로듀서)은 비교적 덜 알려진 포크 아티스트, 로라 깁슨의 공연을 보러갔지만, 스포츠를 보는 관중들의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다. 공연 후에 깁슨을 만난 자리에서 스티븐은 장난식으로 ‘그냥 보일런네 사무실 책상에서 공연하는게 낫겠다’라고 말을 한다. 농담처럼 뱉은 이 말을 밥은 그냥 흘려듣지 않았다. 정말로 괜찮겠다고 생각한 그는 진짜 해보자고 말했다.

몇 주 뒤 깁슨은 진짜로 보일런의 사무실에 나타났다. 밥과 동료들은 그 자리에서 급하게 책상을 비웠고 마이크 몇 개와 카메라로 영상을 찍어 온라인에 올렸다. 타이니 데스크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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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니 데스크 콘서트 쇼는 벌써 15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밥 보일런의 취향은 ‘힙스터가 주입된 인디 록’이었지만 수년에 걸쳐 재즈 부터 팝과 힙합 등 타이니 데스크의 장르적 스펙트럼은 빨간 색 부터 보라색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동안 이 곳을 다녀간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가져온 물건들과 선물로 가득 찬 책상과 책꽂이는 마치 쇼의 ‘한결같음’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것 같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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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아티스트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타이니 데스크가 추구하는 가치는 꾸밈없음, 친밀함이다. 아티스트가 직접 세션을 소개하고 공연 중간중간 스태프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쇼는 다른 공연들과는 또 다른 따듯함이 느껴진다.


음향적으로도 가림막은 없다. 쇼의 심볼이기도 한 샷건 마이크는 주변 노이즈를 최소화하고 원하는 방향에서 원하는 소리를 정확하게 캡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립싱크나 리버브, 기계음과 후보정은 잠시 물러나 오직 아티스트의 아름다운 목소리만이 겸손하게 흘러나온다.


“타이니 데스크는 단순한 음악 쇼가 아니라 진정성을 향한 십자군입니다.”

오늘날의 디지털 세상에서 사람들은 어느 때 보다 쉽게 연결되지만 현실과의 괴리감은 커져가는 역설을 느낀다. 인터넷 속에서 사람들은 보여지는 모습에 신경쓰며 상황과 모습을 꾸며낸다. 이는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면서 20년간 꾸준히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가는 타이니 데스크만의 매력에 어떻게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최근엔 타이니 데스크가 우리나라에 Tiny Desk Korea라는 이름으로 상륙했다. 지금까지 NPR은 타이니 데스크의 어떤 라이센스도 허락하지 않았었는데, 우리나라의 LG U+가 최초로 이를 성사시킨 것이다. 어떤 스토리가 있었을까?


타이니 데스크 코리아를 만든 LG U+의 컨텐츠 기획자, 강소연과 김희원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2년 가까이 시간을 쏟았다. 연락처를 확보하는데만 3개월이 걸렸을 만큼 성사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NPR 방송국과의 미팅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타이니 데스크의 IP만 빌려 새로운 쇼나 케이팝 아이돌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래 지향점을 최대한 존중하고 따르겠다고 어필했죠. 밥 보일런은 거의 2시간에 걸쳐 타이니 데스크의 철학에 관해 말해주셨어요.” 오리지널 콘텐츠의 철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한 그들의 진정성이 결국 닿은 것이다.


채널의 포문을 여는 첫 주자로 김창완 밴드가 나섰는데, 첫 곡으로 아리랑을 연주하면서 Tiny desk ‘Korea’의 시작을 확실하게 알렸다. 이후로도 BTS뷔, 권진아, 이승윤, 이센스, 엔믹스 등 장르에 편식 없이 여러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중이다. 앞으로도 출연할 아티스트들을 기대하면서 타이니 데스크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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