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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un 05. 2020

대선토론이 보여준 우리나라 토론의 민낯

19대 대선의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최종 투표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번 대선에서 연일 화제를 모았던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대선토론이다. 총 6회(초청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후보자 토론회 포함)에 걸친 토론을 통해 국민들은 자신의 표를 어떤 후보자에게 행사할 것인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통해 대선토론이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토론은 어땠는가? 판단에 앞서, 제대로 된 토론이란 무엇인지부터 공부해보자. 토론은 자신의 주장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고,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서는 어떤 점에서 잘못되었는지 충분히 따져서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다양한 생각이 교환되는 사상의 시장이 보장될 때 비로소 민주주의 사회는 그 생명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고, 아무리 그릇된 견해라 할지라도 그 견해가 표현되는 순간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그 견해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형성함으로써 더 지혜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토론에서 자기주장만 옳다고 말하거나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토론에서는 토론자와 사회자 각각의 역할이 제대로 지켜져야 하는데, 우선 토론자는 토론은 말싸움이 아니라 논리적인 설득을 하는 활동임을 인지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를 존중하면서 예의바른 태도로 토론에 임해야 한다. 적절한 근거로 상대방을 설득하면서도 상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바로 토론자가 가져야 할 중요한 태도이다. 사회자는 각각의 토론자들에게 말할 기회를 공평하게 주며, 토론이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유도하고 논점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 내용은 초등학교 교과서의 내용을 발췌한 것으로,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배우고 있으며 수능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그럼 이 내용들을 바탕으로 생각해보자. 이번 대선토론은 잘 된 토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제대로 된 토론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첫째, 사회자는 ‘알람시계’에 불과했으며, 일부 후보가 주제와 전혀 관계없는 질의로 시간을 허비해도 그대로 방치했다. 한 뉴스기사에 따르면, 지난 KBS 토론에서 사회자의 제지 및 중재는 10번 가운데 단 1번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9번은 ‘시간 알림’용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SBS, KBS, Jtbc 세 방송사의 토론을 비교해 보았을 때, 전체 질문 수 중 주제 이탈 질문 수의 비율이 SBS는 14.0%, KBS는 31.7%를 기록하였지만, Jtbc의 경우 3.0%를 기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토론자들은 자신의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유권자를 설득하려 하기 보다는 서로의 지지도를 깎아내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대선토론의 최종 목적은 ‘유권자 설득’이다. 하지만 유권자 설득은 그들의 관심 밖의 것이었으며, 후보자들은 상대를 비방하고 화제가 될 수 있는 말들을 쏟아내기 급급했다. 이번 토론을 통해 우리가 얻어갈 수 있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최근 학교와 직장은 물론, TV프로그램에서도 토론은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과거에 비해 토론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합리적이고 제대로 된 토론보다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토론, 대중의 인기를 의식해 충격적이거나 화제가 되는 말들로 사람들의 눈을 끄는 토론이 다반수이다. 나는 이번 대선토론이 우리 사회의 토론 문화를 제대로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이번 칼럼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대선토론의 후보자들이 토론을 잘못했다라고 비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아직도 우리사회의 토론은 미성숙하며, 더 나은 사회에서의 소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토론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목소리가 크고, 연일 화젯거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돋보이는 토론은 질 좋지 못한 토론이다. 제대로 된 토론이란, 서로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줄 알며 평등한 위치에 나의 이야기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정에서는 토론이 잘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학교에서는 제대로 된 토론교육을 가르치며 사회는 평등한 위치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진정한 민주주의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TV를 틀었을 때 자신의 이야기로 청중을 설득하며,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그런 토론이 나오고 있길 바라며 칼럼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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