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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의 밤문화

이야기, 아홉

by 방자
알제리에 술집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난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알제리의 술집에 왔다.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앉아 맥주를 한잔씩 하고 계신다. 흡사 너구리 굴처럼 담배연기가 한가득이다. 술집들은 밖에서 특별한 표시가 있지 않다. 다만 두꺼운 철문 앞에 사람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느낌이다(극우 이슬람에 대한 경계로 대부분 이렇게 되어있다는데 지나가며 본 술집 서너 개 역시 모두 두꺼운 철문으로 낮에는 알아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거리 바와 5성급 호텔 바를 경유해 피아노 바에 왔다.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짠!


헉, 피아노가 아니라 키보드잖아? 고급 피아노 바를 상상했던 내 눈앞에 펼쳐진 건 2단 키보드와 베사메무초를 부르는 아저씨 가수. 푸핫! 우리 셋다 상상한 것이랑 달라 웃음이 삐져나왔던 거 같다. 어쨌든 구석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시킨다. 가격은 250에서 350 디나르(2달러 내외) 정도로 외국인인 우리 기준엔 나쁘지 않다. 아마 마트에서 구매하면 더 저렴할 듯. 심지어 알제리 맥주도 있다(나는 여태껏 사람들이 하이네켄이랑 벡스 마시는 것 밖에 보지 못한 데다 술은 한정된 장소에서만 판다고 해서 당연 알제리 맥주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알제리 맥주 맛이 나쁘지 않다. 다행인 일인지 슬픈 일인지 내 머릿속에 있는 한국 맥주 맛보다 나은 것 같다. 몸에 착 달라붙는 은빛 원피스를 입은 웨이트리스가 인상적이다. 알제에 이런 곳이 있다니. 뭔가 정숙하고 답답해 보이기만 하던 낮과는 다른 세상이다. 손님들은 대부분 남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정말 많다. 아마 담배 가격도 저렴할 것 같다. 실내 금연 같은 제도는 당연히 없을 것 같고, 이미 카페 등에서도 유난히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많이 접한 터이다.


맥주를 한잔 하고 돌아오는 길, 오랑의 핫 플레이스라 불릴만한 광장을 지나오게 되었다. 늦은 시간인데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야외 공연이 열리고 있다. 아마도 바캉스 시즌이라 그런 것 같단다. 그곳에서 실은 노래는 집에 도착해서까지 귀에 들렸다. 12시가 넘어서야 소리가 잦아들었던 것 같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가 보다. 다들 주워진 환경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먹고 마시고 즐기며 산다.


<표지 사진 : 피아노 바에서 찍은 알제리산 맥주. 앞의 초록색 병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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