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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 Oct 08. 2018

관찰의 힘

[SS 디자인 싱킹 스터디 - 북리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내가 관찰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시이다. 어느 순간부터 관찰이라는 단어는 내게 이해, 공감, 애정, 함께라는 단어들을 연상시켰는데 그 순간이 언제였는지 정확하게 기억하진 못하지만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무렵이었을 거라 짐작한다. 한동안 멀찌감치 박아 두었던 책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오래간만에 펼친 책은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과 달랐고 일부는 더 선명하게, 또 다른 일부는 매우 낯설고 새롭게 보였다.


혁신은 어디서 어떻게 오는가?

저자는 그것이 평범한 일상을 제대로 보고 관찰함으로 얻는 통찰에서 온다고 말한다. 그는 디자이너지만 동시에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회와 사람을 관찰하는 연구자이고 모험을 즐기는 여행자이다. 문화/환경적 차이에 의한 사람들의 행동의 차이는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하고, 개인적 호/불호, 상대적 편리와 불편 등을 부각한다. 그는 책상에 앉아 문헌이나 데이터, 혹은 검색으로 사람들의 니즈를 추측하는 것이 아닌 현장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질문하고, 부딪치는 방법을 통해 감정을 느끼고 영감을 얻으며 사람들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니즈까지 발견해 낸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매우 번거롭고 비효율적인 작업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그는 그러한 디자인 연구와 통찰의 과정을 즐기는 사람인듯하다. 그리고 그의 명성에 미루어 볼 때, 그 결과물들은 사회변화에 썩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후에 그러한 방식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인간 중심 디자인(Human-centered Design)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왜 저 사람들은 저런 일을 할까? 왜 저런 방법을 사용할까?

그가 책 서문에 늘 자신을 따라다니는 질문이라고 소개한 두 질문은 우리 일상에 적용하면 삶을 더 온전히 이해하고 새롭게 볼 수 있는 마법주문으로 작동할 것 같다. 책에는 한계치 맵, 창발적 행위, 여행자 비교, 베블런 효과, 터치 포인트, 수용 곡선, 확산 과정, 쉐도잉, 브랜딩, 크리핑 피처리즘 등 다양한 디자인 연구 용어들이 등장하지만 나는 그 모든 개념에 앞서 질문의 자세와 호기심이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책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관찰할 것인가?

그가 추천하는 방법은 바로 거기에서 그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온라인 검색이나 영상매체를 통한 경험으로는 제대로 된 통찰을 얻기 힘들다. 그것은 편집되었고 맥락이 결여된 정보이다. 잠깐이라도 현지인의 행동방식으로 맥락적 관찰을 한다면 기대 이상의 영감과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나에게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고자 한걸음 멈춘다던가 나에게 낯선 일상에서 현지인의 경험을 똑같이 따라 해 본다면 그 차이의 인지로부터 무언가를 얻게 될 것이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있는 그곳에서 마치 그들처럼, 혹여 당신이 그들 중 하나라면 이방인인 것처럼 당장 관찰을 시작하라! 그리고 관찰 후에는 충분한 휴식을 통해 관찰한 정보가 통찰로 이어질 수 있는 여백을 두어라.


책에 나오는 흥미로운 세계 각국의 현지 맞춤형 비즈니스 이야기

케냐의 M-pesa, 우간다의 M-sente : 은행 시스템이 보편화되지 않은 나라들에서 자발적으로 pre-paid 핸드폰 충전 방식을 통해 금융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었다. P.28

태국 십 대 소녀들의 가짜 치아교정기 : 치아교정을 할 정도의 부유함을 과시하고 싶은 소녀들의 심리는 가짜 치아교정기가 거래되는 시장을 만들었다.  P.83

브라질의 즉석사진 촬영 부스 : 3분 완성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오토 머신이 아니다. 그런 효과를 노리고 만든 작은 스튜디오이다. P.230

몽골의 노상 휴대전화  : 추운 지역에서 전화를 걸어 다니며 통화할 수 있게 점원이 들고 따라다니는 서비스이다.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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