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에서 보내는 여행 편지 #3

To. 새벽에게

by 방자

Hey, brother! 어느덧 겨울이야. 어떻게 지내? 너희 집은 따뜻하니? 내가 있는 이곳은 좀 춥구나~

네게 편지를 쓴 지 엄청 오래된 거 같아. 나이를 먹어서인지, 아니면 서로의 삶에 큰 변화가 생겨서인지, 혹은 세상의 소통 방식이 변해서인지 새삼 궁금하네. 나는 지금 조지아, 트빌리시(수도)에 있어. 어제오늘 비가 내리고 있지. 그래서 비교적 빈둥거리고 있어. 하루 1편 편지 쓰기를 하고 있는데, 네가 세 번째야. (실은 네 번째야. 비공식적으로 어제 편지 한 통을 보냈지. 누구에게 보냈는지 안 궁금하지? 맞아. 네가 추측하는 그곳으로 갔어.) 나의 화창한 여행기가 듣고 싶으면 엄마, 아빠에게 쓴 편지를 보길 바래.


오늘은 비가 와서 딱히 한 게 없어. 세 번째로 요가 수업을 갔었고, 며칠 지방에 머물며 미뤄뒀던 빨래를 돌렸고, 몸을 데우기 위해 생강과 레몬을 사다 액상차를 만들어 두었어. 그리고 지금은 썩 좋은 카페에 앉아 일과 놀이를 하다 네게 편지를 쓰고 있지. 어느덧 조지아에 온 지 열흘이 지났으니 그동안 알게 된 조지아 이야기를 좀 해줄게. 일단, 길에 고양이와 개가 많아. 그래서 말인데 마루는 잘 지내지? 마루야 세상 부러울 것 없는 강아지라 굳이 네 건강보다 덜 염려스럽다만 보고 싶네. 이 곳 개들은 다들 귀에 표식이 있어. 딱 보기엔 떠돌이 개 같은 애들도 주인이 있는 건지 노란 택을 하고 있지. 고양이들은 통통하고 윤기가 흘러. 사람들이 밥을 잘 주는 모양이야. 경제적으로 부유하진 않지만 사람들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동물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느낌이야.


조지아 사람들은 주로 중고차를 타고 중고옷을 많이 입는 거 같아. 한 블록에 한두 개씩은 중고 옷가게가 보이고, 차들은 벤츠 같은 유럽 고급차종인데 20년은 더 되어 보이는 차들이 꽤 많아(중고차가 많이 수입된대). 그래서 걸어 다니면 썩 많은 매연을 먹게 돼. 나라는 전체적으로 친환경적인 느낌이지만 매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달까? 그리고 중요한 건 맛있는 와인이 엄청 싸! 카페를 비롯한 거의 모든 식당에서 와인을 파는데, 내가 마셔 본 가장 저렴한 하우스 와인은 한잔에 2라리(850원 정도)였고, 보통 5~6라리, 고급식당이나 고급 와인은 한잔에 10라리+로 싸고 접근성이 너무 좋아. 매력적이지?? 물론 내가 좋아하는 맥주도 싸. 근데 여기선 와인만 마시고 있어.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맥주를 좋아한 건 한국에서 맥주의 가성비와 접근성 등이 좋아서가 아녔을까 싶을 정도로 (물론, 맥주를 부르는 갈증 나는 날씨나 상황들 탓도 있겠지만) 여기선 와인이 답이야! 내 생각엔 네가 꼭 한번 와봐야 할 곳이 아닌가 싶다. 너희 커플이 조지아로 여행을 온다면 와인투어와 스키투어를 추천하고 싶어. 코카서스 산맥에서 스키를!! 멋질 거 같아. 눈밭 구르는 스포츠에는 관심이 없는 내겐 메리트가 없지만 말이야.


나는 혼자 다니는 게 심심하고, 가끔은 혼자여서 먹을 수 없는 음식, 혼자라서 비싼 투어 비용을 지불하며 씁쓸함을 느끼지만 혼자라서 자동적으로 사색이 많아지고 주변을 찬찬히 그리고 꼼꼼하게 보는 날들을 즐기고 있어. 사람이 그리워지는,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그 기분도. 물론 너야 둘이 잘 노는 베스트 커플이지만 너희 커플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추천해보고 싶어. 물론 네 메이트가 노라고 할 경우, 네게 별 권한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지만ㅋ 아무튼 따뜻한 겨울 보내고 내년에 보아!


오늘은 날이 좋지 않아 찍은 사진이 없어. 내가 종종 듣는 네 생각 나는 노래와 내가 트빌리시에서 만난 개와 고양이 사진 첨부해~ 너도 노래 듣고 내 생각하길 바란다! ;)


2018.12.01.

트빌리시에서


Animals in Georgia, Tbil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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