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에서 보내는 여행 편지 #4

To. 지애에게

by 방자

안녕, 지애야! 날이 많이 쌀쌀해졌는데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니? 난 잘 지내~ 조지아도 많이 추워졌어. 오늘은 트빌리시 근교에 있는 므츠헤타라는 작고 오래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된) 마을에 왔는데, 단단히 챙겨 입고 왔음에도 커다란 나무마저 휘청이는 거센 바람에 점심 먹으러 식당에 들어왔다 엄두가 안나 마냥 미적거렸어.


사람들이 추천하던 동네라 별생각 없이 아침 일찍 눈이 떠져 지하철에 마슈롯카(미니버스)까지 타고 이곳으로 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이 딱 주일이어서 예배를 드리고 있더라고. 한 시간 정도 예배에 참여했는데, 처음에는 그 성스런 느낌이 좋아 마냥 있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알아듣지 못하는 예배를 서서 참여하고 있자니 좀이 쑤시더라고 그래서 슬쩍 나왔지. 예배는 3시간 정도 진행된다고 하더라고. 조지아 사람들의 80%는 동방정교회 신자야. 원체 유서 깊은 기독교 국가라 성당이 주요 볼거리인데 이 동네도 지어진지 천년 된 성당과 언덕 위의 수도원이 주요 볼거리야. 그밖에도 사람들의 삶에 종교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느껴. 길거리의 구걸하는 가난한 이들에게 베푸는 것도, 낯선 이방인들을 손님으로 대하는 것도 신앙에서 비롯된 듯 해. 버스를 타고 가다가 성당이 보이면 다들 버스 안에서도 성호를 긋는 게 인상 깊었어. 나도 따라서 그래. 성당에 가면 성호를 긋고, 초에 불을 붙이고, 기도를 해. 성당 앞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잔돈이 있으면 동전을 내밀지. 내가 그들의 신을 믿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번에 답할 순 없겠지만 신성한 것에 대한 믿음이 있고, 믿음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사람이어여서 그런 거 같아. 동방정교의 그런 의식은 꽤나 성스러워 보이는데 사실 예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가대에서 딴짓하는 사람이나 틈틈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사람이 있지. 지난 여행에서 보니 티베트 스님들도 걸그룹 동영상 보고 그러시더라고. 사람 다 그런 거 같아. 우리는 성직자나 어떤 이름이 붙은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역할에 맞춰 색안경을 끼고 "~답길" 바라며 보지만, 사람은 환경의 산물인 거 같아. 지금은 누구의 손에나 핸드폰이 들려있고,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사진을 찍는게 환경인 거지.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 스스로 혹은 문화적으로 만든 색안경 말고 맨눈으로 보고 타인의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게 무엇이든 더 깊이 이해한 것에 대해 감사하고 인정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게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이 아닐까 하고.. 우리 서로 맨눈으로 보고 인정하자! ㅋㅋ


아마 새해에나 보겠지? 추워서 따뜻하게 옆에 있는 사람이 더 멋지게 보이는 그런 겨울이 되길 바랄께!

연말 잘 보내!


2018. 12. 02.

므츠헤타에서


Georgia, Mtskh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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