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에서 보내는 여행 편지 #7

To. 하은에게

by 방자

하은아, 잘 지내? 내가 편지로 또 말로 여기저기 조지아가 생각보다 춥다며 엄살을 부렸지만, 네가 있는 그곳이 얼마나 추울지 상상이 가기에 네겐 차마 그러지 못하겠다. 내 기억엔 캐나다는 11월 초부터 눈이 왔고 퀘벡주 쪽은 더 추웠던 걸로 기억하니 너는 요즘 영하의 온도에서 살고 있겠지? 갑자기 조지아가 훈훈하게 느껴지네~ ;) 하지만 그곳의 실내가 여기보다 따뜻할 건 의심하지 않아. 조지아는 정말 춥다기보다 오래된 스타일의 집들이 많은데 방한 처리가 잘 안 되어서 실내에서도 춥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더라고. 잘 껴입고 살면 해결될 문제인데 습관이 무서운 거지.


나는 지금 바쿠르아니라는 작은 마을에 가는 협궤 기차 안이야. 보르조미라는 마을에 자리를 잡고 당일치기로 다녀오려고 기차에 올랐는데 30Km 거리의 마을에 가는데 2시간 반이 걸린대. 기차는 2량짜리인데 지금 기차 안에는 요르단에서 온 아버지와 아들, 아들 친구, 그리고 인도에서 왔다는 아이들 포함 8명의 가족, 그리고 조지아에서 살면서 공부한다는 동유럽 커플과 나, 세명의 기관사뿐이야. 비수기여서 그런가 봐. 엄청 덜컹거리는 작고 협소한 공간에 실려 낯선 소수의 사람들과 어디론가 가고 있는 그 기분이 묘해.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경계에 있는 느낌이랄까? 어느 외국인의 조지아 겨울 여행에 대한 블로그에서 이 협궤열차에 대한 글을 보고 찾아온 건데, 아직은 눈이 많이 쌓이지 않아 사진에서 본 환상적 풍경은 아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강물이며 멀리 보이는 산과 구름, 그리고 숲, 산속 마을들의 풍경이 너무 이뻐.


기차에선 언어가 통하는 대화 상대가, 실은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대화하려고 노력해주는 상대도 순 아저씨들 뿐이라 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꽤 많은 시간을 보냈어. 그리고 운 좋게 티켓을 팔던 차장 아저씨의 초대로 대표로 기관차 운전석에서 이 유서 깊은 기차의 운전대를 잡아보고 경적을 울리는 영예를 누렸지. 조지아 - 한국어 번역기까지 돌리며 이해한 바로는 이 기차가 처음 생긴 건, 1902년이고 1966년에 석탄에서 전기로 운영 방식이 바뀐 거 같아. 철도 안에는 3명의 기관사가 있었는데 두 할아버지 기관사는 37년, 40년 동안 철도 운행을 했고, 나를 초대한 기관사도 철도 운행한 지 10년이 되었다고 하더라고. 기찻길은 116년이 된거고. 그 옛날에도 이런 산골짜기에 기차가 다니고 사람이 살았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지난 100년간 이곳의 삶의 얼마 바뀌었을지 궁금하더라. 물어봤지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대답을 듣진 못했어.


여기까지 글을 써 놓고 현지 마을에 도착해 돌아다니다 지금은 숙소로 돌아온 늦은 밤이야. 마을이 작고 주요 관광 상품이 스키 리조트인데 아직 개장 전이라 마을은 한적하고 식당들은 한창 수리 중이더라고. 걷는 것 밖에 할 일이 없는 그 동네에서 한참을 할 일 없이 방황하다 마슈롯카라는 작은 미니버스를 타고 돌아왔어. 버스로는 40분 거리더라. 왜 버스비가 기차비보다 더 비싼데 동네 사람들은 버스를 이용하는지 알 거 같달까? 15인승 버스에는 17명이 타서 2명은 서서 왔거든. 나는 아마 돌아오는 기차가 있었다면 기차를 탔을 텐데, 기차가 하루에 2번씩만 운행하더라고. 막차가 2시 15분이었어. 늦은 오후부턴 비가 추적추적 내렸는데, 돌아와서 동네 투어까지 하고 숙소에 돌아오니 이집 고양이가 집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어. 그래서 지금은 난로 앞에서 고양이랑 함께 불 쬐며 편지를 쓰는 중이야. 얘 엄청 이쁘고 똑똑한 고양인데 배고프고 칭얼대는데 줄 게 없다. 내가 가진 것 중 고양이가 먹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 놀라운 건 내가 아까 그 아저씨들 말 보다 이 고양이 말을 더 잘 알아듣고 있는 기분이 든다는 거야. 그저 내 느낌이긴 한데, 그래..


이 편지는 그냥 그런 편지야. 나의 하루 일과를 나누는.. 잘 살고 있겠지만 캐나다에서의 너의 일상도 궁금하니 나중에 오늘은 뭔가 나누고 싶은 날이야 싶을 때, 메일 해! 늘 더 행복해지길~ ;)


2018.11.05.

바루르아니와 보르조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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