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가난하게 태어나도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된다. 누구든지 어지간한 일자리를 구하고, 집을 사고, 차를 사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생각, 아메리칸드림이 모조리 무너졌다. 미국 사회의 민주주의는 부의 집중에 따른 권력 집중으로 인해 점점 더 30년 전보다 훨씬 나쁜 상태에 이르렀으며 사회적 불평등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 심하다. 지난 30년간 미국의 사회/경제적 정책은 국민의 바람과는 반대로 일부 부를 장악한 이들에 의해 조종되어왔다.
이 이야기는 비단 미국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대한민국이 OECD 가입국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불평등 지수가 높은 나라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불평등이 근래에 이르러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청년들이, 직장인들이 가지는 사회적 좌절감과 무기력이 그 증거라 할 수 있겠다. 과연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무엇에서 기인할까?
1. 불평등은 어디에서 오는가? 부와 권력을 가진 이들은 어떻게 불평등을 확산시켰나?
부의 집중은 권력의 집중을 낳는다. 선거 비용이 급등해 정당이 주요 대기업의 주머니 속에 있을 때 더욱 그렇다. 이 정치권력은 부의 집중을 심화하는 입법으로 전환된다.
민주주의는 권력을 일반국민의 수중에 두고 특권적이고 유력한 사람들에게서 앗아간다. 특권적이고 유력한 부문은 민주주의를 좋아한 적이 없다.
우리 사회는 과거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역사적 이슈들로 인하여 공정함과 정의로움이 무용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바람직한 것이 옳은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 옮음을 만들어 낼 기회를 얻는다는 성과주의적 사고 속에서 가진 자들은 힘을 써서 계속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을 짠다. 그들은 더 많이, 혼자 가지기 위해 정보를 제한한다던지 잘못된 정보(가짜 뉴스)를 흘린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불평등을 끊임없이 확산해왔다.
부와 힘의 집중을 만들어 낸 10가지 원리
민주주의를 축소하라 | 이데올로기를 형성하라 | 경제를 개조하라 | 부담을 전가하라 | 연대를 공격하라 | 규제자를 관리하라 | 선거를 주물러라 | 하층민을 통제하라 | 동의를 조작하라
2. 진정한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민주주의가 잘 돌아가고 있다면, 권력은 대중에게 있어야 하고 대중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여 정책 입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정책은 대중이 선호하는 정책이 펼쳐지는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게 된다.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는 시민이 자신들에게 바람직한 방식으로 자원배분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사회이다. 즉 누구나 원하면 정보를 알 수 있고, 구성원 대다수가 제대로 아는데서 시작한다. 특정 대상이 아닌 모두가 평등한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라 불리지만 돈쓰기가 쉬운데 비하여 돈 쓸 때마다 떼 가는 내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투표를 하긴 하는데, 내가 뽑은 정치인이 뭘 하는지 알기도 어렵다. 알고 싶어도 제대로 된 정보를 쉬이 찾을 길이 없고, 요구해도 속 시원히 정보를 주는 사람이 없다. 정보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선택권이 모두에게 있지 않다면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3. 우리는 (국민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치가 대기업이 사회에 드리우는 그림자인 한, 이 그림자가 엷어진다고 실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유일한 치유책은 사회적 이해관계와 현실에 근거한 새로운 정치행동뿐이다. - 존 듀이
현재 우리가 누리는 권리를 만들어낸 사람은 활동가들이다. 하워드 진은 중요한 것은 이름 없는 사람들이 행한 무수히 많은 작은 행동이며 바로 이런 사람들이 역사에 기입되는 중요한 사건들의 토대를 놓았다고 했다. 각자가 정의롭고 바람직한 것을 향해 자신의 삶의 방향을 잡고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촘스키는 연대(노동조합)와 조직화, 정보의 공유, 투명화에 대한 지속적 요구와 노력만이 민주주의 사회를 위한 진정한 변화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성숙한 시민이 되기 위한 그에 필요한 교육을 만들거나 그것을 위한 요청을 할 수 있다. 새로운 정치 행동방식을 찾기 위한 도전과 놀이를 할 수 있다. 어쩔 수 없다는 사고가 아닌 마음먹는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낙관적 사고와 행동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내가 살고 있는 사회는 과거 어느 시절의 대한민국보다 자원적으로 풍요롭고 편리하다. 우리는 기술의 발달과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인해 점점 더 많은 것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편리한 삶을 살게 되었다. 하지만 그 삶의 편리만으로 내가 지금 살고 싶은 사회에서 만족스럽게 살고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가차 없이 '노~'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이 사회의 불공정과 불평등이 싫다. 사람과 사회를 쉽게 믿을 수 없는 것도 싫고, 이겨야지만 살아남는다는 생존 논리와 성과주의적 사고 속에 나를 내모는 것도 싫다. 우리는 분명 더 잘 살 수 있다. 서로 믿고 신뢰하며, 과하지 않게 적당히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며, 삶에 여유와 개인의 창조적 활동들을 넣어 더 윤택하게 하며.. 더 잘 살기 위해 우리는 이 불평등이 어디서 왔는지 원인을 찾고, 해소해 나갈 수 있는 해결방법을 함께 찾아 나갈 수 있다.
*본 글은 친구들과 운영하는 팟캐스트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에서 토론을 위해 준비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은 다양한 책과 영화 콘텐츠를 소개하고 관련 대화를 나누는 팟캐스트로 아이튠즈 팟캐스트, 팟빵, 파티에서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으로 검색하시면 들으실 수 있어요.
노엄 촘스키의 다른 에피소드 : https://brunch.co.kr/@2xcollector/111